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요 며칠 번역의 부산물로 괴짜(Geek), 최상의 소프트웨어 설계 선택, 옵션 따위 말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실제로 다른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 말을 걸기도 합니다.
서로 공감이 있는 교류 자체도 즐겁고 더불어 생각이 깊어진다고 느낍니다. 그러는 중에 조금 다른 형태의 지적 자극이 있어 이를 남기고 공유하는 글을 씁니다.
구글 문서로 번역 최종 검토 작업 중입니다. 이번 번역에서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임춘봉 님이 영어 단어 fanout에 대해 제가 사용한 한국말에 대한 대안을 제기했습니다. fan이 부채란 뜻이긴 하지만, 요즘은 에어컨 보급 탓에 부채가 생소해지고 있어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제미나이{1]에게 물었습니다.
제미나이 답변은 부채를 다루고 있지 않아서 고민하는 대신에 저자에게 직접 묻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하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협업은 저에게 흥미로운 탐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흥미'를 키워드로 제 브런치 글만 찾아도 138개가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알음알이는 앞선 두 개의 경험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관계 맺기>를 처음 읽을 때의 심상 소환
최봉영 선생님께 Linguistic Self란 말을 처음 들을 때는 느낌
둘을 접목한 제 결론은 '인공지능을 Linguistic Self 동료로 활용하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줄이면, 사람에게 맡길 일들의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을 골라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 스스로도 즐겁거나 꼭 필요한 일만 하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만 요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려면 일에 맞는 적절한 흐름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그런 기분을 느낀 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Git스러운 협업 체인 만들기>가 그것이네요. 물론, 당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협업이 중추이고, 인공지능은 도울뿐입니다. 그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늘려주는 힘이 있을 뿐, 결코 중추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겠죠.
별다른 결과도 없고 짧은 소고를 기록으로 남겼을 뿐인데, 기분이 좋습니다. 왜일까요? (제 편향에서 온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혹은 미디어가 암묵적으로 종용하던 'AI 시대에 적응하라'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길을 찾은 듯합니다. 압박을 받은 근거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탈출구를 감각적으로 느꼈을 때, 저는 믿는 동료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도 모자라 그 느낌을 <AI 시대에는 수능보다 덕후>에 글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풀리지 않던 부분이 있었는데, 번역을 하며 Kent Beck에게 배운 개념을 소화하여 <괴짜(Geek, Nerd), 해커 그리고 덕후>를 썼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간단히 쓰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앞서 페벗 님 지적 대로 overly intellectual 하게 시간을 쓰고, 뇌를 쓰는 일을 좋아하는 Geek 혹은 지식 덕후로서 켄트 벡의 책에 추천 서문을 쓴 래리 콘스탄틴의 문구에서 배웠습니다. 대중들에게는 괴짜스럽게 여겨질지 몰라도 소명처럼 디테일에 집착하는 부분들을 유용하게 쓴다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더 나은 생산성을 선물할 것입니다. 아마도.
[1] 제미나이(Gemini)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로, 구글 Bard라고 불리다가 최근에 제미나이로 변경되었습니다. 바드로 불리던 시절부터 <배경 지식이 부족해도 AI 논문을 빠르게 읽는 법>을 쓴 이후에 급격하게 친해져서 습관처럼 쓰는 중입니다.
9. 야신이 거북이에게 배운 자신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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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AI 시대에는 수능보다 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