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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18. 2024

우울증이란 진단명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우연하게 찾아온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에 쓴 대로 동료와 함께 <당신이 옳다>를 읽으며 거의 매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OOO 일반으로 취급하는 시각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동료가 재택근무를 할 때 (맞벌이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육아를 병행하면서 종종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이런 감정을 꺼내자 아내가 '우울증'이란 단어를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책의 다음 구절을 읽습니다.

드러난 증상들은 비슷해 보여도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개인의 역사,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 같은 개별적 맥락들은 다 다르다.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강력한 의학 규정 아내로 편입되면 개별적 맥락은 모두 휘발되고 우울증이라는 형해(形骸)만 남는다. 우울증이란 진단명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당신이 옳다> 1장에서 만난 정혜신 님의 말 '노인 일반'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는 이내 어느 주말에 모래사장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깨달은 '개별성'에 대한 가치를 연결합니다.

제가 더 이상 개인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행동 양식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훈련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석이 필요한 텍스트, 해석을 위한 컨텍스트

말차림법 공부 모임에서 화상으로 나눈 대화도 말을 겁니다. 이형도 님의 질문 덕분에 유튜브의 겸공 추천 영상을 보며 들은 유시민 작가의 말이 맴돌았습니다.

'모든 텍스트(TEXT)는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은 다시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녀김과 니름의 방향이 반대로 작용하는 경우입니다. 뉴스는 밖에서 벌어진 모르는 소식을 나릅니다. 이렇게 기자들이 니르는 말들의 뜻을 이해하려면 내가 녀길 수 있어야 합니다. 유 작가는 이를 컨텍스트(CONTEXT)라고 합니다. 맥락 혹은 문맥이죠.


그런데, 현 정권의 핵심과 보수 언론은 컨텍스트(CONTEXT)를 이용한 사건 왜곡이나 축소를 일삼아합니다. 마치 훈민정음 반포를 반대하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사대부 권력층과 비슷한 행동 양식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정보를 처리하려면 현재 시대 상황에 맞는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정보홍수시대에 문해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를 쓴 배경이죠.


존재에 대한 주목이 삶의 핵심

하지만, 사회 현상이 아니라 개인에 초점을 둘 때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상대를 OO 일반으로 보지 않고, <당신이 옳다>에 나오는 다음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존재에 대한 주목이 삶의 핵심이라는 사실


존재에 대해 주목할 때는 상대를 환자 일반이나 현대인 일반으로 여기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서 그의 컨텍스트, 최봉영 선생님 표현으로 바탕을 살펴야 합니다. 그가 우울해하는 꼴, 흐름, 까닭을 파악하면 분명 대화를 향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람을 그림자 취급하는 사회적 공기

글을 쓰다가 <당신이 옳다> 책을 찾아 해당 구절을 더 읽어 보았습니다. 다음 포기말[1]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울증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나'가 다시 뒤로 밀려서다.

2장 내용 중에서 소제목으로 쓰인 문구가 떠오릅니다.

사람을 그림자 취급하는 사회적 공기


그리고 다시 다음 다발말[2]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게 필요한 도움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것이 뭔지 분명해지면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구할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욕망: 감정, 느낌, 상태를 관찰해 말로 차려 보자>가 떠올라 제가 쓴 글이지만,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주석

[1]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2.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3.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기

4. 야신이 말해 주는 자신만의 길

5.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

6.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

7.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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