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비즈니스를 함께 하는 동업자이자 친한 후배와 금요일에 만나 대화를 했습니다. 대화 주제로 들고 온 현안은 뒤로 밀려나고, 흥분한 제가 던진 '덕질에 대한 깨달음'에 후배가 반응하면서 흥미로운 대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분에 사로잡혀 모호한 느낌을 단어로 전달한 이후라 정제되지 않은 생각임이 틀림없습니다. 말차림을 배우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러던 차에 최정우 님이 페북에 쓴 글을 봅니다. 육아를 하는 저도 관심이 가서 읽습니다.
항목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1]
1. 자신만의 제품을 생산하거나 혹은 기획할 수 있는가
2.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가
3.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가
4. 고통을 견디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가
저는 이 글을 보다가 정우 님의 관점에 빠르게 동의한 이후 관심사를 바꿨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 대화를 나눴던 덕질과 연결하는 것으로 말이죠.
그런데 제가 '덕질'이라는 말에 담아 표현한 의미가 구글링 검색으로 찾은 의미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래서 '오타쿠'나 '덕후'로 구글링 탐색을 하면서 요즘 말들을 어떻게 쓰나 학습한 후에 바드[2]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전혀 다른 뜻으로 여기고 있던 덕후와 'geek'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입니다. <Tidy First?>를 계기로 알게 된 Kent Beck 미션에 등장하는 geek도 다음 아닌 덕후였습니다.
바드가 요약해 주는 덕후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앞쪽 사례는 저와 거리가 멀지만, 뒤로 갈수록 저 역시 끌리는 덕후 유형이네요.[3]
제가 정우님 글에 쉽게 공감한 이유를 낱말로 꼽아보았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 주변 벤치마킹, 고통을 견디기
제가 덕후란 표현에 사로잡힌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축덕글 발행 후에 얻은 자극도 있었습니다. 제가 쓰는 연재 중에서 가장 시간을 덜 들이는 <축덕질에서 배우기>에 올린 글 하나가 최근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브런치가 어딘가 노출된 탓이 크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의외의 사건이었습니다.
궁금증이 들어서 나름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 초년생 시절 새벽까지 유럽 축구 경기를 보고 도저히 볼 수 없는 경기는 비디오로 녹화를 예약한 후에 퇴근하고 봤습니다. 당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유럽 축구 사이트를 보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항상 폐인처럼 다크 서클이 늘어진 저의 반복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3년 하다 만 지식은 제 몸에 응축되어 있어 머리 식히려고 거의 16년 만에 본 축구 콘텐츠를 보고 그 바탕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배경 지식이 부족해도 AI 논문을 빠르게 읽는 법>을 쓸 당시 생성형 AI 기술을 쓰면 얼마나 생산력을 폭발할 수 있는지 강렬한 자극을 받은 것이 작용했습니다. 아직은 성급한 일반화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저는 최소한 지식 정보 산업의 영역에 있어 '덕후' 혹은 geek 기질을 살리는 일이 막강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 관심 있는 독자분들은 직접 읽으시길 권합니다.
[2] 바드는 생성형 AI 서비스인 구글 Bard를 뜻하며, <배경 지식이 부족해도 AI 논문을 빠르게 읽는 법>을 쓴 이후에 급격하게 친해져서 습관처럼 쓰는 중입니다.
[3] 이 끌림에 대해서는 별도 글로 다루기로 합니다.
9. 야신이 거북이에게 배운 자신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11.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