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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29. 2024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12월 7일 써둔 글인데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번역 막바지 작업 중에 장 제목에 잊힌 글을 소환합니다. 장 제목이 놀랍게도 '얽힘 풀기(Getting Untangled)'라서, 제 글을 두고 '얽힘'이라고 검색하여 이 글을 찾았습니다.


일단, 다음 다발말[1]은 지난해 12월 7일 썼던 글입니다. 여기서 출발합니다.


얽힘 상태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얽힘 상태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에 이어서 이순석 님의 다른 댓글에 스스로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두 번째 댓글을 보겠습니다.

2.
그 깨달음으로부터, 얽힘상태에서 분별 하나를 만들고 안의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말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분별에서 누구나 각자는 존귀한 존재이고 싶어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얽힘 상태란 무엇일까요?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운 노하우를 차용합니다. 얽힘을 사실 관점에서 파악할 수도 있고, 감정으로 느낄 수도 있고, 그간의 경험과 기억에 비추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의 결과가 분별이라 하겠습니다.



얽힘 상태와 그에 대한 나의 분별

두 달이 지난 시점이라 기억도 흐릿해서 포기말[2]로 다시 살펴봅니다.

그 깨달음으로부터, 얽힘상태에서 분별 하나를 만들고 안의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말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얽힘 상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표현할 수 있지만 얽힘을 풀기 전의 상태는 마치 빙하가 주는 이미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분별은 거대한 빙하 중에서 의식적으로 꺼내어진 깨달음으로 마치 빙산의 일각으로 묘사할 수도 있습니다.

두 달 사이에 바뀐 습관으로 '분별'이라는 단어의 바탕을 따져 보기로 합니다. 분별(分別)에 대해 사전[3]에는 네 갈래의 풀이가 있는데, 가장 흡사해 보이는 풀이입니다.

「2」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분변.


대화는 두 개의 분별 사이에서의 마찰

과거에 어떤 의도였는지 금방 떠오르지가 않아서 찾아보다가 멈췄습니다. 당시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한창 따라가던 중인데, 다시 보아도 그때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니 평소 마음에 두던 주제인 '대화' 특히, 대화가 잘 되지 않는 현상과 요즘 꽂힌 '빙산'이 결합했습니다. 분별이란 거대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빙산을 감추고 하는 행위라 마찰이 행위의 본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네요. 여기서 조금 급발진을 해서, 원문(이순석 님의 댓글)에 없는 곳으로 가 보겠습니다.


대화를 실타래에 비유하기

요즘 저에겐 촌철활인의 페벗이 되어 버린 송철 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많은 대화가 얽혀 버린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용한 포기말에서 짜릿함을 느낀 부분은 '푸는 것'이 아니라 '풀려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공감적 대화를 위해 곁에 두고 읽고 있는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때, 배워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공감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할 때까지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대화의 바탕은 분별 능력

두 달 전과는 주제가 바뀐 듯합니다.

이순석 님의 다른 댓글은 뒤를 이은 글로 계쏙 풀어가겠습니다.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운 노하우도 다시 해석하게 됩니다. 결국, 침착하게 상대의 상태를 살피면서 분별을 할 수 있어야 '제대로 기능하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국말을 따질 때, 기본적으로 사전이라고 하면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지칭합니다.

[4] 촌철활인(寸鐵活人)은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살린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최근에 본 말이지만, 조영탁 대표님이 20년 간 해당 제목으로 책을 써오셨다고 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29.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30.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와 속이는 일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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