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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05. 2024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서 다룬 다발말[1]에서 다음 포기말[2]로 나아갑니다.

이 때문에 공감하다는 것은 사실 그 차원의 공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 차원의 공유에서 비롯하는 공감

'공감'을 다루면 정혜신 선생님의 공감 정의가 먼저 떠오릅니다. 요새 동료들과 함께 읽고 있는 <당신이 옳다>에서 가장 강조하는 행동이 '공감'이기 때문이죠.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중략> 공감을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눈다면 그 비율이 2:8 정도로, 공감이란 것은 인지적 노력이 필수적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략> 악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순석 님 포기말에서 '그 차원의 공유'를 타인에게 공감하는 경우에 적용하면, 그의 존재에 초점을 두는 차원에서만 공감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존재에 초점을 두는 훈련을 통해서 '인지적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글의 주제를 조금 벗어나지만, '그 차원의 공유'란 말에 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당신이 옳다> 내용 공유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공감의 차원이란 그에게 그 감정을 일으키는 바탕을 아는 일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의 존재에 집중하여 마음을 열게 하는 일로 출발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를 거울처럼 비추면서 그가 스스로 드러내는 바를 통해 깊은 이해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다른 사람의 현재(차원)를 공감하기

사티어의 빙산 의사소통 모델이 떠오르는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듣기의 말들> 에서도 비슷한 설명을 해서 손때[3]를 묻혀 그림으로 표현한 일이 있습니다.

공감은 또한 배워나가는 일

다음 포기말을 보겠습니다.

하니 차원을 스스로 발견하든 배워서 만들어 넣든 하는 과정이 곧 공감은 배워나가는 것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앞선 긴 묻따풀 과정은 다른 사람의 현재 상태를 하나의 차원에 대한 예로 본 것입니다.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에서 다룬 대화가 제대로 되기 위한 조건으로 꼭 필요한 차원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배우는 것은 대화를 통한 경우만 있지 않습니다. 배움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스로의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포기말에 드러난 것처럼 인류의 유산으로 남겨진 지식 역시 보편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죠.


다음 포기말은 학문 분야에 대한 설명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문학을 접하고 예술을 접하고 철학을 접하고 사회학을 접하는 등 다양한 학제적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다름 아닌 차원 얻기를 위함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하지만, 저는 쓰임새 차원에서 보고 싶습니다. 나를 임자로 두고, 일상에서 무엇을 얻느냐에 관점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죠. 저는 지식이나 지적 노동의 결과물을 다룰 때 '저장소' 혹은 'Repository'란 개념을 익숙하게 써 왔습니다.


그런 저장소가 인류가 합의한 지식 결과물을 담은 것을 학문 분야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렇게 보고 나면 박문호 박사남이 강조한 이야기들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통해 작동하는 기억을 만들 때, 결정적 지식은 주로 암기에서 옵니다. 그리고 기존 학문 분야의 중요한 개념들을 외우는 것이죠. 그리고, 그걸 배울 때에도 필요하고 나중에 내가 작동하게 하기 위해 얼개를 만들 때에 필요한 개념이 집합론적 사고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이순석 님 글을 두고 묻고 따져 푸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박문호 박사님이 학습의 비결로 말씀해 주신 개념들을 전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얽힘을 풀고 다시 스스로 얼개를 만드는 일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 윤곽이 잡히는 듯합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29.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30.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와 속이는 일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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