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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05. 2024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이번 글에서야 말로 지난 글에서 밀린 이순석 님 댓글을 풀어 보겠습니다.

안영회 대표님 덕분에 분별과 푸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됩니다. 얽힘을 분별해 낸다는 것은 사실 ..... 다가갈 수 없는 얽힘을 요리조리 다른 각도와 다른 위상이라는 기저의 차원을 넓혀가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이 때문에 공감하다는 것은 사실 그 차원의 공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하니 차원을 스스로 발견하든 배워서 만들어 넣든 하는 과정이 곧 공감은 배워나가는 것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문학을 접하고 예술을 접하고 철학을 접하고 사회학을 접하는 등 다양한 학제적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다름 아닌 차원 얻기를 위함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그런데 묻따풀을 하는 바탕에 까닭 모를 '흐름'[1]이 있어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야 할 듯합니다. 이순석 님은 페북의 글로만 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쓰시는 글 속에서 '문화 상대주의'[2]의 풍모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의 바탕을 그대로 인정하여 다수의 관점을 인정하고 비교하여 판단하는 태도로 글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가갈 수 없는 얽힘에 다가가는 분별

묻따풀은 포기말[3] 단위로 진행합니다.

얽힘을 분별해낸다는 것은 사실 ..... 다가갈 수 없는 얽힘을 요리조리 다른 각도와 다른 위상이라는 기저의 차원을 넓혀가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다가갈 수 없는'은 다시 빙산을 소환합니다. 지난 시간의 대화 과정의 빙산이 아닌 다른 이미지를 인용합니다.[4]

이제 분별(分別)로 나아갈 때입니다.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를 쓸 때는 사전의 네 갈래 풀이 중에서 두 번째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첫 번째 풀이가 더 가깝네요.[5]

「1」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


분별의 단위는 무엇인가?

분별의 단위는 무얼까요? 사유를 통해서는 관계 하에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위 풀이를 다시 보니 일이나 사물이라는 대상이 나타나 임자인 나와 관계를 맺겠네요.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와 연관성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당시 손때[6]를 묻힌 그림을 불러 봅니다.

나누는 능력은 임자의 지력(智力)에서 비롯합니다. 그런데, 지력은 IQ 같은 단순한 값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지혜 지)를 써야 합니다. 뜻과 한자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을 헤아리는 능력.

智力: 비롯하는 까닭과 흐름을 꿰뚫어 보는 힘

지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는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작년에 풀어낸 <사람이 눈으로 무엇을 보는 것>에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그림의 바탕이 된 다발말을 가져옵니다.

첫째로 사람이 눈이 잘 보이려면 눈을 좋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눈을 좋게 만들어야 눈이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눈을 좋게 만드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이 무엇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꼴을 또렷이 볼 수 있도록 시력(視力)을 좋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은 시력을 잃으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볼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무엇에서 꼴이나 일이 비롯하는 까닭과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지력(智力)을 좋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있어야 무엇을 어떠한 것으로 알아볼 수 있다. 사람은 시력과 지력을 좋게 만들면 온갖 것이 잘 보이는 좋은 눈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분별(分別)녀김과 같은 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가 떠올라 포기말 하나를 인용합니다.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녀기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탕, 관점, 잣대가 만든 분별(녀김)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을 다시 보니 '말에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불러내어 마주할 수 있다' 다발말과 손때를 묻혀 그린 도식도 보입니다. 그걸 앞서 그린 그림과 더해 보았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순석 님의 포기말을 보겠습니다.

얽힘을 분별해 낸다는 것은 사실 ..... 다가갈 수 없는 얽힘을 요리조리 다른 각도와 다른 위상이라는 기저의 차원을 넓혀가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다가갈 수 없는 얽힘'은 대상에 대한 총체적인 인지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개별적인 분별과 여김(여기서는 같은 말로 씁니다)은 사실 '다른 각도와 다른 위상'에서 암시하는 대로 여러 개의 조각난 분별의 종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각도, 위상, 관점과 잣대

이제 포기말에 들어 있는 '각도', '위상'과 더불어 그림을 그리며 떠오른 '관점', '잣대' 따위도 사전을 찾아봅니다.

각도(角度): 생각의 방향이나 관점.

위상(位相):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

관점(觀點):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

잣대: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판단하는 데 의거하는 기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잣대'에 대한 사전 풀이는 부족한 듯이 여겨져서 최봉영 선생님의 풀이를 덧붙입니다.

‘님자’가 갖고 있는 ‘자’는 저마다 따로 하는 것이다. ‘님자’는 이러한 ‘자’를 남과 함께 할 수 있는 ‘잣대’로 만들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위(公共)의 것'이 되도록 한다

네 가지 말이 명료하게 자기 위치를 두고 어우러진 느낌이 아니라 풀이 자체에도 겹침이 있고, 또 사람이나 분야마다 다르게 쓰는 듯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래서 최봉영 선생님이 이를 두고 '까닭'과 '흐름'으로 푼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봅니다.


아무튼 다각도에서 비춰보고 더불어 처해진 위상까지를 고려해서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해서 녀김을 만들게 되면 감정이나 처음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생각의 힘으로 정제한 분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서 저도 모르는 저의 끌림과 연결해 보면 '과학적 태도'를 키우려 노력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생각의 힘을 얻어 있는 그대로 바라기보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우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상론적 세계관이나 경청 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시 한번 박문호 박사님의 <왜 기억을 해야 되는가?>에 대한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주석

[1]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에 인용한 그림에 등장하는 '까닭'입니다.

[2] 제가 말하는 '문화 상대주의'는 고미숙 선생님께 들은 학문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운 의미인데, <커피에 스며든 나, 그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되어라>에서 생각의 일부를 다발말로 정리했습니다.

[3]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에서 인용한 바 있어서 그걸 씁니다.

[5] 분별의 풀이를 보니 최봉영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싶어 집니다. 몸통것이 분별의 몸통일까요?

[6]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29.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30.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와 속이는 일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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