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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30. 2024

커피에 스며든 나, 그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되어라

나를 확장하는 시간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로 쓰려던 글인데, 나를 조금 더 드러내고 나아지려는 고해[1] 성격의 글이라 별도의 연재를 고려해서 씁니다.


얼죽아를 바라보는 외국인 시선

저에게 말을 건넨 장면은 <다스뵈이다> 영상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이상한 한국인 습성을 말해 보라고 했더니 러시아인이 '얼죽아'[2]를 꼽았습니다. 그는 사무치게 전달하고 싶었는지 '아이스 삼계탕'을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정말, 기발한 비유입니다.

뒤이어 다른 외국인 그러니까 중국인, 핀란드인, 이집트인 등도 '얼죽아'가 얼마나 한국 고유의 풍습인지를 역설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커피에 스며든 나

제 아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마시지 않습니다. 중국에 가기 전까지는 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커피는 그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한 필수 수단'일뿐이었습니다. 그랬던 커피가 달리지는 데에는 세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6 ~ 2019년 중국에 머물 때는 커피보다 보이차를 즐김

2020년 한국에 돌아와 아내가 모카포트로 내리는 커피를 마시다 보니 스타벅스가 너무 쓰다고 느낌 (2015년까지 나에게 스타벅스는 커피의 표준이었음)

2021년 신재웅 님 소개로 카페 사장님을 소개받아 드립 커피를 마시기 시작함(급기야 최근에는 커피 푸어링 코스도 두 번 수강)

그러한 역사, 그러니까 4년 가까운 시간을 커피를 음미하고 아주 가끔 배우는 시간을 보내왔기에, 아래와 같은 페북 글에 나도 모르게 댓글까지 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내가 왜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이해할 뿐 아니라 저 역시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난 7년, 문화상대주의를 익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얼죽아'에 대한 평가를 전보다 잘 이해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 영상에 이름을 붙인다면 '문화상대주의'가 떠오릅니다. 2015년 우연히 고미숙 선생님 강의를 들은 일이 있는데요. 당시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역설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에 중국으로 떠나 중국인들의 시각을 배운 점도 작용을 했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당시 고미숙 선생님이 던진 '문화상대주의'의 파문이 저에게 자리 잡은 가치관은 <그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되어라>입니다.


그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되어라

한편, 동료들과 무의식적으로 발사하는 충조평판을 자제하는 노하우를 공유할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상대 평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들에게 제 생각을 말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거기서 착안해 동료들에게도 절대 평가의 가치를 말했습니다. 가끔 의견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올 때, 말하지 말고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나는 어떻지를 떠올려 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각자의 개별성이 매우 신기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줄을 세우거나 이기려고 떠드는 대신에 상대를 이해할 수도 있고, 나 자신의 못 보던 측면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고미숙 선생님이 심어준 씨앗을 제 안에서 피운 결과라는 사실을 오늘 깨닫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철 님 페북에서 본 촌철활인[2]을 덧붙입니다.


주석

[1] 저는 북경에 있을 때, 약 3년 동안 가톨릭 신자 생활을 했습니다. 가톨릭 의식 중에는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것이 있는데 이를 지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평소에 지인들에게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기 때문에 굳이 신부님께 고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왔기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2] 구글 바드에게 ''얼죽아'라는 신조어를 요약해 주세요'라고 요구해 얻은 결과입니다.

얼죽아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로,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2017년경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현재는 한국에서 매우 널리 알려진 표현이 되었습니다.

얼죽아 문화는 한국의 빠르고 바쁜 생활 방식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제조가 간단하고 빠르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카페인을 빠르게 섭취하기에 적합한 음료입니다. 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으로, 한국인들의 선호하는 음료 중 하나입니다.

얼죽아 문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AFP 통신이 "한국인들은 맹추위의 겨울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얼죽아 문화는 한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페들은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죽아 문화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과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 촌철활인(寸鐵活人)은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살린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최근에 본 말이지만, 조영탁 대표님이 20년 간 해당 제목으로 책을 써오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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