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페벗 이순석 님의 글에 들어간 단어 'loose coupling'은 저를 제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표현입니다.[1]
'기술적으로 엄청난 파국의 계기를 다루는 연구는 느슨한 연결(loose coupling)이나 긴밀한 연결(tight coupling)'을 통해서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오로지 목표실현이 아닌 목표추구와 함께 끊임없는 구조혁신을 통하여 자기를 재생산해낼 수 있는 뒤엉킨 계층질서(tangled hierarchy)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 증거는 우리 인간들 자신이다.
메모를 해 두고 있다가 짬이 날 때 들여다보았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눈은 이미 그림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그림을 보면서 속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 어디선가 봤던 그림인데...'
하지만, 처음에는 누가 그린 그림인지 질문을 무시할 정도로 그림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금세 글과 대응이 보이는 오른쪽 도식에 눈이 갔습니다. LH와 RH는 오른손과 왼손인 듯한데, M.C.E.는 무엇일까?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았는데, 모두 부합하지 않는 듯해서 다시 페벗님께 댓글을 올렸습니다.
허걱! 사람이름이라니?
사람 이름으로 찾아보았습니다. M. C. Escher 페이지가 있었고, 고흐와 같은 네덜란드 화가였습니다. 영어로 읽기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라 DeepL을 시도했는데, DeepL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Unlock app functionalities with a DeepL account.
로그인까지 할 정도로 DeepL이 절실하지는 않아서 아쉬운 대로(?) 파파고로 갔습니다.
번역은 질문을 만들게 도와주었습니다.
왜 수학이지?
위키피디아 페이지 내용이 꽤 길어 대강의 '느낌'만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훑어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아래 다발말[2]인데, (그새 가능해져서) 다시 DeepL해 봅니다.
그러고 나서 위키피디아에서 인용한 그림 몇 개를 보며 역시 대강의 느낌을 얻습니다. 이때 느낌이란 가암(Data)를 포함하는 사실이란 점은 며칠 전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에서 배웠습니다.
이 정도까지 훑어본 것을 바탕으로 다시 이순석 님의 글로 갔습니다.
'기술적으로 엄청난 파국의 계기를 다루는 연구는 느슨한 연결(loose coupling)이나 긴밀한 연결(tight coupling)'을 통해서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오로지 목표실현이 아닌 목표추구와 함께 끊임없는 구조혁신을 통하여 자기를 재생산해낼 수 있는 뒤엉킨 계층질서(tangled hierarchy)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 증거는 우리 인간들 자신이다.
느슨한 연결과 긴밀한 연결은 모두 실현(Realization)을 위한 사고의 도구입니다. 그런데 비단 실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부 구조 혹은 실현 조직의 작동 방식까지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그랬더니 최근 번역하며 만난 Kent Beck의 이분법이 떠오릅니다.
물론, Kent Beck이 이러한 관점을 개발할 때는 코드로 시스템을 실현(Realization)하는 문맥이지만, 이분법으로 보고 각각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추상사고는 아마도 '목표추구와 함께 끊임없는 구조혁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소프트웨어 설계는 유기체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인지라 지속하려면 반드시 '끊임없는 구조혁신을 통하여 자기를 재생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묻따풀을 하고 보니 다른 글에 주신 댓글도 비슷한 관점이 투영된 듯이 보입니다.
공학의 제1공리 - “공학은 사전 지식을 전제하지 않는다!” ^^
주석
[1] 예전에 지인이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했던 질문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요즘IT에 올라간 그 글은 다름 아닌 loosely-coupled를 다룬 글입니다. 브런치에 쓴 글만 해도 45개가 loosely-coupled란 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겠죠.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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