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Mar 23. 2024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기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큰 아들이 제 핸드폰을 저에게 주면서 '아빠, 이게 아빠의 일상 모습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평소 제 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자주 찍는데, 쓸데없는 사진이라고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보지도 않고) 그냥 지우곤 하는데, 아이의 말 때문이었는지 이번에는 동영상을 끝까지 보았습니다.


내가 볼 수 없는 내 모습

잠옷 차림의 복장도 그렇고 제 모습이 나오면, 어색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 어색함을 참고 봤습니다. 평소 서성이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모습을 직접 본 일이 없었는데 그걸 보게 됩니다. '음, 이런 식으로 움직이네'라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제가 모르는 '몸짓'들도 보였습니다.


거실에서 욕실로 향한 다음에, 다시 욕실에서 나오는 둘째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찍혀 있습니다. 제 몸동작을 보는 것을 지나서 이제는 아이가 이 높이의 시선으로 그런 것들을 보는구나 깨닫습니다. 신선합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어린아이의 눈높이의 시선까지 평소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죠.


이때, 영상에서 둘째와 제가 하는 행동은 물론 그때 제가 짓는 표정까지 아이의 시각에서 보이는 각도는 대체로 저에게 사각지대로 느껴졌습니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존 버거 <Ways of Seeing>을 읽고 쓰기> 경험 때문에 책을 읽고 기록을 남겼던 경험을 기억했습니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그중에서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보는 방식을 구현한다>에 있는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다발말[1]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한다

한편, 같은 글에서 '보는 것과 아는 것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한다' 다발말을 볼 때는 그간 일 년 동안[2] 묻따풀[3] 했던 습관 덕분에 생각하는 힘이 커졌음을 느낍니다. 먼저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를 쓰며 묻따풀 한 덕분에 다음 이미지와 일 년 전에 느낀 내용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다발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선택의 결과,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야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인다.

당연하게도 (시력, 청력, 촉각 따위의 감각에 의해)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마음에 가는' 내용만 보게 됩니다. 이는 아마 생각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아니라 뇌가 한다고 봐야죠.

한편, <같은 현상도 서로 다른 일로 인식할 수 있으니 차리기>에서 배운 내용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왼쪽의 사람과 오른쪽 사람에 각각 영상을 찍은 아이와 저를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보는 행위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해 준다

생각에 손때를 묻혀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손때[4]를 묻히길 잘했네요. 대상만 바뀌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Ways of Seeing>의 다발말을 인용할까요?

그러나 보는 행위가 말에 앞선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보는 행위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해 준다.

아이는 자기의 시선에서 보이는 아빠의 행동을 기준으로 관심이 가는 내용을 찍을 것입니다. 그렇게 찍은 영상을 볼 때, 저는 아이와 달리 처음 보는 상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관점이 들어가 있지만 묻지 않는다면, 제 관점으로 섣부르게 해석하여 저작자와 다른 의도로 영상을 보게 됩니다.

둘째 아이가 제 나쁜 습관을 교정하게 해 준 사건이 담긴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가 떠오릅니다. 저를 되돌릴 수 없도록 사진을 인용합니다.


아이의 시각에서 무엇에 주목하는지 묻기 훈련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가 준 교훈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다시 연상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둘째가 읽어 달라고 가져온 동화책에서 거의 비슷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의 마음을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엇에 주목하는 지도 확인해야겠습니다. 고맙게도 한 지인이 저에게 사랑은 상대의 상태를 아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또한, 정혜신 박사님과 박문호 박사님 덕분에 상대의 상태를 아는 일이 얼마나 집중을 요하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기억 속에 있는 두 가지 미스터리 한 사건에 대해서 큰 아이에게 그 의미를 물어야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기분이 좋네요.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인용한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보는 방식을 구현한다>를 쓴 시점에서 일 년이 지났습니다.

[3] 묻고 따지고 풀어 보는 사고 훈련을 말합니다.

[4]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연재

1. 몸으로 배우는 자기 주도 학습 도우미

2. 어떻게 이야기의 배경 지식을 채워 학습할까?

3.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처하며 함께 배우기

4. 한자 쓰기로 배우는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

5. 한자 쓰기로 배우는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 II

6. 아이의 질문을 학습으로 이어가기

7. 아이들 부모님에게 감정 카드를 추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