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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12. 2024

같은 현상도 서로 다른 일로 인식할 수 있으니 차리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화상 미팅으로 진행한 <한국말 말차림법> 묻따풀 이후에 페북 광고에서 다음 이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녀김의 과정 다시 떠올리기

어제 나눈 대화 내용과 연관이 있어 복습할 겸 다시 따져 봅니다. 먼저 연관성을 지을 수 있는 부분은 제가 그림으로 표현한 다음 내용입니다.

한편, 이 그림을 소환한 책 내용이 있습니다.

일이 벌어지는 무엇이라는 몸통것 <중략> 다른 것이 바로 함께해서 벌어지는 일 <중략> 마음의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과 마음의 안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말이 바르게 만나서, 제대로 뜻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중략> 한국말에서 포기말을 만드는 데 뼈대로 쓰는 바탕 얼개는 모두 마음 밖에 있는 어떤 것과 마음의 안에 있는 어떤 말에 대응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이미지를 비슷하게 하기 위해 그림을 손질했습니다. 꿀벌 아이콘이 없어서 산으로 대신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

첫 번째는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에서 제가 전하고 싶던 메시지를 요약해 볼까 합니다. 당시 박문호 박사님 영상에서 제가 감명을 받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죠.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한 서로 다른 인식 대상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를 말에 담아서 전달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모두 다릅니다. 서로 다른 내용이 섞이면 마치 교통사고가 나듯이 갈등과 오해가 생깁니다.

이때 말로 전달하는 사항에서 감정과 의미를 제거한 사실만을 담을 수 있다면 이는 우리 마음 밖의 대상만을 그대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고유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정혜신 선생님 표현을 빌면,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습니다.' 그건 그대로 고유하니까요.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는 각자의 세상에서 해석됩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박문호 박사님은 <현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구분하기>를 강조합니다.


의미의 세계 구축으로서의 말차림

서두에 제시한 이미지는 'Perception creates reality'라고 말합니다. Perception은 우리말 인식과 가깝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풀이를 보면 '알다'라는 뜻을 가진 두 한자(認識)의 조합입니다.

「1」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

앎의 과정을 깊이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는 인지와 유사하게 본다고 합니다.

「2」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인지.

철학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같은 말을 풀고 있습니다.

    「3」 『철학』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가지는, 그것이 진(眞)이라고 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념. 또는 그것을 얻는 과정.  

아무튼 제가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한국말 말차림법>의 말차림법은 인식을 말로 차리는 문제를 다룹니다. 차려서 무엇을 할 것인지는 꼭 대화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Perception creates MY reality

내 마음 안에 차리는 일은 반드시 상대의 인식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두의 이미지는 묘합니다. 서로 다른 세상을 차린다는 말인지 아니면 같은 세상에는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말인지 헷갈립니다. 그린 이가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지와 무관하게 저는 제 인식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운칠기삼의 세상을 이루는 얽힘의 아주 기본적인 성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다다르면 제가 함께 묻따풀 하는 분들에게 일됨 풀이 바탕 얼개를 설명하던 장면과 마주합니다. 지난 시간 제 설명을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에서 볼 수 있는 일됨'이란 바탕 얼개는 녀김을 나타낸 그림이 그대로 덧씌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은 마음 안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몸도 있지만, 인식의 세계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말차림 즉, 인식을 말로 차리는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은 마음 밖의 대상이고 박문호 박사님 표현으로 따지면 현상적 세계가 아닌 물리적 세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리적 세계를 그대로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에서 '보다'로 중의적으로 표현되는 능력에 갇혀 있죠. 아무튼 시력이나 청력의 한계 그리고 가치관과 인식의 한계나 편향 안에서 인식하게 됩니다.


위 내용을 받아들이면 서두 이미지의 reality가 My 즉, 내 인식 속의 현실이란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 집니다. 이제 막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드는 일과 말차림법에 대해 따져 보고 싶은 찰나인데 글이 길어지고 독자님들을 혼란스럽게 할 듯하여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이 글은 그저 우리가 같은 현상이나 사물을 보았을 때에서 다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하니 말을 씀에 있어서도 이를 고려해 차려서 말해야 한다는 점을 담겠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36.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

37. 소통의 가장 기본은 한쪽의 소리에 경청하는 마음가짐

38. 한국말 포기말의 5가지 바탕 얼개

39.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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