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學의 시작
<지식 덕후의 탄생>과 별개로 지식 덕후 결과물을 별도 연재로 씁니다. 덕후질답게 나만의 히스토리를 조금 남겨 둡니다.
먼저, 박문호學이란 이름에 대한 이력입니다. 작년 말 묻따풀 강학회에 갔을 때 김양욱 님이 '봉영學'이란 말을 쓰셨는데 귀에 착 감겼습니다. 뜻을 여쭙지는 않았는데, 제 나름으로 의미가 새겨지는 작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책꽂이 두고 몇 번 펼쳤지만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던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을 펴는데 이번에는 독서가 아니라 불현듯 '박문호學'으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안영회標라는 제한을 더합니다. 박문호學이라고 하지만 어떠한 객관성을 갖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지식 덕후 활동이기 때문이죠. 박문호 박사님이 자주 말씀[1]하시는 대로 스스로 배우는 일 자체에 초점을 둔 활동입니다.
다음으로 다른 시리즈와 연관도 살펴보았습니다. 검색해 보니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를 마지막으로 작년 10월부터 두 달 정도 21편의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연재가 있었습니다. 유튜브 추천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편성과 추천에 따라 바뀌는 유튜브가 아니라 고정된 책을 제 시각으로 풀어가는 방법이 배움 자체에는 효과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편, <울트라 러닝>의 영향으로 <내년부터는 교과서 독서를 시작해 보자>고 했는데, '무슨 교과서냐?'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질문을 만드는 근거로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책을 출발로 삼는 것이 박문호學이라 정의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쓰고 있는 연재를 돌아보고 지도를 만들기>와 불일치가 보였습니다. 조사 결과가 최근 3개월 활동 내역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연재를 누락한 탓입니다.
<쓰고 있는 연재를 돌아보고 지도를 만들기>에서 각오한 '자신만의 컨테이너'를 치역으로 만들기 위해 복원하고 수정해 봅니다. 누락시킨 것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지식 덕후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고 삶을 차려가는 독서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중심이 되는 흐름이 달라 별도로 경계를 지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학문할 것인가? 우선 마음이 끌리는 대로 맛보기를 해봅니다. 출발점은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내용이고, 펼쳐 나가는 방법은 묻따풀[2]입니다.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해 언어 상징을 통한 가상 세계의 출현에 이르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먼저, '138억 년'이라는 기억해야 할 결정적 지식이 등장합니다. 암기를 하고, 기록도 남깁니다. 기록을 일단 편한 곳에 합니다. 그리고 기록이 기억이 되게 하기 위한 장치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로 활용합니다.
두 번째로 질문을 만드는 매듭말[3] '언어 상징을 통한 가상 세계의 출현'이 등장합니다. 습관적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구글링 결과 첫 페이지에서 볼 만한 글은 모두 박문호 박사님 글입니다. 하나는 책 소개글인지라 다른 기사에서 눈에 띄는 다발말[4]을 인용합니다.
가상세계는 인공지능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각에서 지각을 생성하면서부터 지구라는 행성에서 출현했다. 지각은 그 자체가 세계를 흉내 낸 환각이며, 대상에 대한 지각을 상징인 언어로 표상하는 과정이 바로 생각이다. 그리고 상징은 뇌가 스스로 내부적으로 생성한 자극이다. 그렇다면 생각도 그 자체로 환각이다. 우리는 감각의 자극으로 환각에서 벗어날 때 물리적 세계와 심리적 세계가 공존하는 현실 세계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감각입력이 폭주하는 물리적 자연에서 동물은 감각에 구속된다. 동물은 이전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약하다. 그래서 동물은 구체적 사건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꿈과 생각이라는 특별한 지각과정이 진화하면서 물리적 인과관계의 족쇄에서 벗어나서 제한 없는 가상세계를 출현시켰다. 물리적 공간의 인과율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자연 속에 가상세계라는 또 하나의 자연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에델만이 이야기하는 세컨드 네이처이다. 자신의 문제에 몰입할수록 생각은 자신만의 구체적 현실이 되고,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한 현실을 창조하게 된다. 현실이 생각에 의해 더욱 심각해질수록 감각이 차단되어 비현실적이 되는 역설이 생겨난다. 그래서 현실적인 사람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현실의 문제는 비현실적 생각과 가상세계에서 해결해 준다. 전두엽이 처리해야 할 현실 문제에 몰입할수록 감각이 사라지고 기억에만 의존한 강한 생각이 만들어진다. 결국 생각만이 존재할 때 생각은 환각이 되고 완벽한 가상세계가 출현한다. 결국 우리의 현실도 환각이다.
직감적으로 덩어리가 조금 커 보입니다. 인용한 문장을 두고 어떻게 묻따풀 할 것인지는 다음 글로 넘겨야 할 듯합니다. :)
[1] '배워서 어디 써묵을 라고 하지 마라'라고 <월말 김어준>에서 자주 말씀하셨죠.
[2]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기록에 드러나는 형태로 꾸준히 묻고 따지고 푸는 방식을 말합니다.
[3]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