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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29. 2022

불필요한 생각 걷어차는 정성을 반복하자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23

이해자량과 경험자량

박문호 박사님의 뇌과학 강의 <미래에 중독된 종, 인간>을 들은 덕분에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몸의 습관이 바로 경험자량입니다. 사건에 대한 대응 행위를 끌어내는 습관의 능력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거시적인 이해의 힘보다 몸이 즉각적으로 편해지려는 습관의 힘이 훨씬 강력한 것입니다. 이 힘의 크기가 바로 자량입니다. 무아와 연기라는 가르침의 효용성은 오직 경험자량에서만 끌어올 수가 있습니다.

다만, 자량(資糧)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외래어에 기반한 불교 표현이다.

산스크리트어 saṃbhāra 수행의 기본이 되는 선근·공덕.

하지만, 시골 농부님의 책에서 이해자량과 경험자량의 이분법은 굳이 불교 배경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첫 줄의 모든 관점의 해체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내용이다.

그것은 모든 관점의 해체입니다. 대상에 대한 일인칭의 관점은 예측이고 해석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 관점은 어디에 어떻게 놓여도 다 그럴듯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체가 아니라 편의적인 기능일 뿐이라는 사실이 어떤 감으로 번쩍하는 순간, 일체의 관점이 사라져 버리는 강력한 경험을 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지 '선악의 구분'이 얼마나 한심한 사고방식인지 깨달은 후부터는 주관에 부여한 권위를 약화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의지에 의해서 하는 부분도 있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


계획에 갇힌 사람들

그렇다 보니 주변인들이 편향적 경험자량을 자기 자신인양 강력하게 수호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편향적인 경험자량에 단단히 붙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 걷어차기'를 떠올리며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은 드물다.

일상에서 생각이 불필요하게 앞서는 것을 알아채고 걷어차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돌아보면 행동에 꼭 필요한 만큼만 계획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맞춰 함께 있는 이들을 포용하여 정하려고 노력했는데 돌아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낀다. 가까운 이들이 나에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과하게 계획하는 이들이 보기에 내가 그리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들의 과한 계획이 날씨나 동반자에게 벌어진 사소한 변화 등에 의해 '고집스러움'을 강요하게 만드는 측면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자량의 힘은 고통으로 유발된 과잉된 통증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개발된 이해자량과 경험자량이, 열받는 일과 속 쓰린 일도 차츰 소거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지혜롭고 편안하게 살게 되는 것이죠.

내가 이렇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2014년 말에 '문제 정의도 없이 무작정 열심히 살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며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를 비교해보면 나아진 측면이 있다.


내려놓음을 소유하려는 사람들

아래 문장들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도올 선생의 노자 강의를 들을 때 '동적 평형' 상태를 떠올렸던 경험이 떠오른다.

내려놓음은 '나'의 특징이나 장점 따위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나'의 속성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내려놓음은 '나'라는 구조물의 주인이 해체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무아無我의 공존> 편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무아가 현실로 드러난다는 것의 현실적 묘사는 '나'가 무아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유아로 살아가는 현상입니다.

내려놓음을 소유한다는 말은 '경지'를 추구한다는 말인 듯하다.

사람들이 어리석게 내려놓음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사고 기능으로써의 관념적인 '나'가 삶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버리려는 지난한 노력이 김기석 목사님의 아침 기도인 듯도 하다.

나는 한때 김기석 목사님의 아침 기도 영상을 들으며 출근을 했는데, 지금은 영화 <역린> 대사로 나오는 중용 글귀로 바꾸었다.


지난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연재

1.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2. 무의식 변화 인식과 자기 언어 개발

3. 아주 간단한 깨달음 수행법과 믿음

4. 깨달음과 깨달은 사람

5. 깨달음은 무엇이고,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6.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생각을 다스리기

7. 동정일여 그리고 몇 주간의 배움

8. 문제삼을 일과 사라지게 둘 해프닝

9. 사고의 틀과 대의적 소프트웨어 설계 방안

10. 주체와 객체 그리고 아기발걸음

11. 홀로서기와 따로 또 같이

12. 깨달음을 전하는 일은 이웃사랑 실천

13. 생각의 노예가 아닌 주인 되기

14. 사고지능의 한계와 자연의 특징

15. 쪽인 나와 무아론

16. 진리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주목

17. '나'와 무아無我의 공존

18. 감정을 바라보고 생각을 환기하기

19. 동영상뿐만 아니라 스틸 사진으로도 살아야 함

20. 무아는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21. 깨달음이 찾아올 때까지 생각 걷어차기

22. 의도된 훈련과 아기 발걸음으로 감을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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