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18
<아주 간단한 깨달음 수행법과 믿음> 편을 쓸 무렵 한 차례 성공한 적이 있으나 여전히 습관을 만들지는 못했다.
생각의 부작용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을 끊어내는 요령과 습관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깨달음 수행법과 믿음> 편을 찾아보니 6월에 썼고, 3개월이 지났다. 그간 소홀히 했지만, 나에게는 명상보다는 훨씬 실천할 만한 일이니 #꾸역꾸역을 발동한다.
불안을 찻잔 속의 미풍으로 다루라고 한다.
'나'는 연기의 결과물이어서 수시로 불안한 생각과 감정이 일어난다.
다시 <당신이 옳다>가 떠올라 감정을 다루는 구절을 찾아보았다. 아래는 <당신이 옳다> 57쪽에 나온다.
감정은 존재의 핵심이다. <중략> 내 가치관이나 신념, 견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내 부모의 가치관이나 책에서 본 신념, 내 스승의 견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감정은 오로지 '나'다. 그래서 감정이 소거된 존재는 나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차단된 삶이란 이미 나에게서 많이 멀어진 삶이다.
다시 읽으니 좋다. 충조평판이 상대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무시하는 일이고, 그로 인해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치유자 정혜신은 감정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내 감정은 나를 리얼월드로 데려간다. 나를 순정하게 만나게 해주는 곳이 리얼월드다. <중략> 절름발이 같은 도구적 삶에서 벗어나 드디어 '나'와 만난다. 삶의 축복이다. 이 과정의 심리적 발판이 무력감과 우울이라는 감정이다. 그 감정을 도움판으로 해서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인들의 무력감과 우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단서를 제공한다. 그동안 책을 읽어도 이 부분에 대한 포착을 못했다. 신기하게도 시골 농부님의 글이 다시 이를 찾게 해 주었다. 어쩌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우울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된 일도 한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다.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아래 구절을 읽을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그래, 생각으로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지.'였다.
생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안심이 자리잡지 못하게 되는 이유라는 사실을 먼저 설명한다. 이점을 이해하고, 생각을 이용하여 최대한 모색을 해보자. 안심을 가능케 하는 무아는 생각의 여백이다.
그리고 어제 우울증 처방을 받았다는 지인에게 보내기 위해 앞서 기록한 <당신이 옳다> 두 구절을 사진 찍었다. 지인이 감정을 나침반으로 보고 가고자 하는 길로 향하는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시골 농부님에 따르면 안심은 무언가를 통해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무아를 인식하는 방법을 통해 찾으라는 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는다. 생각으로는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하지만, (정혜신 님에 따르면) 약으로 잠재우면 내 존재가 더 희미해진다.
아래 구절을 읽는데 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소동을 한 학부모가 폭력사태로 규정하면서 벌어진 갈등이 떠올랐다.
과장된 망상이라는 것은 정보가 주객전도하여 시스템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과 같다.
여러 학부모가 있는 단체방에 '학폭'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다. 보지도 않은 내용을 딸에게 전해듣고 채팅방에서 사건을 규정해버린 그녀의 확신은 망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에게 '과대망상'이라는 단어를 들려주면 아마도 감정 조절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녀)는 생각의 노예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
'나'가 늘 열려있으면 늘 안도감이 함께 한다. 그것이 '나'와 무아의 완전한 공존이다. 새로운 습관의 핵심은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흐르지 않도록 생각을 자주 끊어주고 환기시키는 것이다.
생각 끊어주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인용한 <당신이 옳다>에 따르면 내 감정을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골 농부님은 뜻밖의 도구를 알려준다.
의심疑心은 어떤 상황이든 잘 들러붙는 강한 힘이 있어 생각의 덫에서 탈출하는 도구로 쓸만한다. <중략>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내버려 두되, '지금, 생각에 빠져 있지?' 또는 '지금, 얻거나 피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 하면서 지속적으로 의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중략> 의식이 선명하면서 화두 외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만들어서 생각이 비어질 때의 느낌을 경험하고 기억하면 된다. <중략>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는 힘(습관)이 생길 때까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다.
[1] 쓰다보니 나도 직접 보지 않은 일로 지은 망상을 함부로 말했던 기억이 스쳐간다. ㅠㅠ
4. 깨달음과 깨달은 사람
10. 주체와 객체 그리고 아기발걸음
11. 홀로서기와 따로 또 같이
13. 생각의 노예가 아닌 주인 되기
14. 사고지능의 한계와 자연의 특징
15. 쪽인 나와 무아론
17. '나'와 무아無我의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