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모델링을 잘할 수 있을까?
모델링을 공부하는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제한된 정보로 미래에 개발할 대상에 대해서...
저는 인내를 갖고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었지만, 대답은 그녀가 지향하는 지점에 두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해결책이 등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어떻게 제 생각을 설명할까 하다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종이부터 준비하는 미술 작업을 메타포 삼아 설명을 시도했습니다.[1]
그전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모델링 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한 초벌 메모> 이후에 더욱 분명하게 깨닫는 점이 있습니다.
모델링을 한다고 할 때 결과물에 초점이 가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경험을 돌아보면 그림 그리는 시간의 대부분은 자신의 위한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도식화 과정에서 생각을 차려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잘 정리되기 위해 도식화가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사태를 파악하는 데에 함께 작용하는 것들과 그 연관 작용(쪽의 면모)을 시각화하면 보다 입체적으로 혹은 더욱 분명하게 일의 전모가 보이곤 하니까 굉장히 유용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돌연 우연에 기대어 행운을 얻을 듯합니다. 최근에 <AI 최강의 수업>을 읽으며 손떼를 묻힌 그림을 응용해 볼까요? 사람도 에이전트의 일종입니다. 사실 에이전트 자체가 사람의 지적 행위를 밝혀서 추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아무튼 모델링이라는 행동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는 지각을 하고 판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한 번에 모든 생각을 모델에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에이전트는 지각 능력에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델링 시도에 앞서 이번에 그려볼 문제가 어느 정도의 덩어리인지 먼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생각이 오락가락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질문 속에 있던 어휘들이나 상황 설명에서 착안하여 두 개의 축을 상상으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가로축은 고려해야 할 시간적 흐름을 과거에서 미래 순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세로축은 가장 덜 구체적인 것부터 구체적인 수준으로 늘려 볼 수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이를 마치 좌표 평면처럼 나타내면 공간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모델링할 대상인 문제가 담길 공간이죠.
여기까지 설명한 후에 그림을 그릴 종이를 준비하는 일에 비유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도 감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로 했던 내용을 막상 그림으로 그렸더니 오해의 소지가 눈에 띕니다. 모양만 봐서는 자주 보아온 사분면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공간 정의 자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충동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들 사분면은 일종의 집합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두 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상대 평가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다시 말해 모델링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이해와 특성 파악이 어느 정도 된 후에 그려낼 수 있습니다.
반면, 제가 '종이를 준비하라'라는 은유를 사용한 데에는 마음껏 쓰고 지울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책에서 봤던 패턴 이름이 있는데요. '진흙에서 구조를 향해From Mud to Structure' 입니다.[2] 제가 앞서 생각을 차린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백지에 무언가를 그려 내면서 하나하나 차려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때 종이란 한번 그릴 때 초점을 어느 정도 제한하자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1] 어쩌면 매일 같이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두 아들을 둔 탓인지도 모릅니다. 무의식의 작동이니 알 수 없는 노릇이죠.
[2] 제미나이 답변도 시원치 않고 구글링 해 보니 PPT 자료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