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모델링을 잘할 수 있을까?
화제를 다시 뒤로 돌려서 그가 남긴 기록으로 돌아가 봅니다.
Actor 자체가 '것'이 된다는 의미보다는 Actor와 협력을 해야 할 '것'들이 자연스러운 '곳'에 위치하게 되고, 그 '것'들이 '쪽'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한 '왜'가 세워지면, 사람 이름 / 역할 / 조직 / 페르소나에 따라 '어떻게', '무엇을' 바람직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그의 'Actor 자체가 '것'이 된다는 의미보다는'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Actor를 Action의 일부로 생각해 온 그의 습성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미나이에게 물은 액터(Actor)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1]
Actor는 시스템 외부에서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사용자나 다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즉, 시스템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요구하거나 시스템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주체를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배우가 Actor이기도 하죠. UML에서 액터와 영화의 액터는 묘하게 어감이 다르네요. UML은 객체지향사고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맥락을 이해하면 다른 어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액터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지만, UML은 객체(Oject)의 상호작용 혹은 협력(collaboration)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연출과 감독은 배우(actor)에게 역할을 배정하지만, 모델러는 액터가 아니라 객체에 역할(Role)과 책임(Responsibilities)을 배정하죠. 객체들의 협업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액터를 시스템 바깥에 두는 이유는 모델링을 왜 하느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상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대체로 자동화(Automation)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액터가 많은 일을 하도록 모델링을 하고 있다면 자동화와 반하는 표현이 될 수 있죠. 그런 모델링을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제가 애초에 그의 말을 읽고 제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고 감격한 문장은 다음 내용입니다.
협력을 해야 할 '것'들이 자연스러운 '곳'에 위치하게 되고, 그 '것'들이 '쪽'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풀이하면서 가장 먼저 '모델러와 독자의 관계'를 다룬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도식에서 좌측의 사람은 모델러이고 우측은 독자입니다. 그림은 결국 좌측의 모델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와 그가 무엇을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와 인식과 표현의 주체를 한국말로 '임자'라고 합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어색할 수 있지만, 임자의 뜻을 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임자의 기원은 옛말 '님자'입니다.
한국말에서 임자는 옛말이 ‘님자’이다. ‘님자=님+자’는 ‘니다(니+다)’, ‘니이다(니+이+다)’, ‘자’, ‘재다(자+이+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다.
충분한 설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봉영 선생님 설명을 인용합니다.
‘님자’가 갖고 있는 ‘자’는 저마다 따로 하는 것이다. ‘님자’는 이러한 ‘자’를 남과 함께 할 수 있는 ‘잣대’로 만들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위(公共)의 것'이 되도록 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한 뼘’, ‘두 뼘’이라고 말하는 ‘뼘’은 저마다 따로 하는 ‘자’를 말한다. 사람마다 ‘한 뼘’, ‘두 뼘’의 길이는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한 뼘’, ‘두 뼘’을 넘어서 막대를 가지고 ‘한 자’, ‘두 자’를 잴 수 있는 ‘자’를 만들게 되면, '그위(公共)의 것'이 되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잣대’로서 자리하게 된다.
우선 임자란 개념의 첫 번째 효용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임자가 자신의 줏대와 잣대를 활용한 인식을 아래 그림의 우측 최봉영 선생님 도식으로 치환해 보겠습니다. 인식을 제대로 할 역량을 임자에 맡긴다고 하며 이제는 그 입력이 되는 사항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내용이죠.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에서 쓴 대로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한국말을 쓰는 사람은 모든 인식의 바탕에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일이 벌어진 상황을 인식하니 정확하게 말하면 '일됨'이 됩니다.
그 일을 어떻게 추려 내고 담아낼까를 '문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인생책 <대체 뭐가 문제야>가 알려준 지식이죠. 그런데 문제를 파악하려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알아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욕망을 담아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앞서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란 글에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 다루고 난 뒤에야 비로소 '모델러와 독자의 관계'에서 다루었던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 가치를 갖는다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사고와 인식의 주체는 모델러이지만, 표현하는 내용의 기원은 여러 사람들의 욕망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되겠네요.
[1] 사용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UML의 Actor 정의를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