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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11. 2024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인생책으로 여기는 <대체 뭐가 문제야>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한국말 말차림법>을 함께 묻따풀 한 동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어서입니다. 먼저 1장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숙제를 냈습니다. 최소한 6번은 읽었기에 이번 장을 읽고 새롭게 배운 것 세 가지를 꼽아보라는 것이죠. 이에 대해 씁니다.


성급하게 해결안을 도출하려는 성향 반성

첫 번째는 ‘성급하게 해결안을 향해 달려가는 성향’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이 인생책에 된 이유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관련된 책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가 문제에 의문을 품지 않고 성급하게 해결안을 도출하려는 성향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중략> 풋내기 문제 해결사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성급하게 해결안을 찾아내는 데에 매달린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당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책임을 맡아서 수년간 최선을 다했는데 만족스럽지 않고, 번아웃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들의 눈에는 성공적으로 보였던 때인데, 내면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멈출 수 있었는데, 그 당신은 불편함의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Reset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을 다시 잡게 되었고, 두 번 혹은 세 번째 읽을 즈음에 놀랍게도 책 내용에서 저의 불편한 내면을 설명하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조금 먼저 읽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제 머릿속에서 시너지를 만들어 준 책이 있습니다. 바로 XP 책인데요. XP는 놀랍게도 저에게 '인간성'에 입각해서 자기 개발을 하는 방법을 일깨워준 책입니다.


내 인식에서 사실과 감정과 의미를 구분한다

한편, 1장의 첫 페이지에서 해결할 문제와 관련한 몇 가지 현상을 나열한 내용이 있는데, 그 부분도 새롭게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과거에 읽을 때는 사실과 주관적 판단을 구별하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한 듯합니다.


더불어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 내용이 떠오릅니다.

<대체 뭐가 문제야>에서 fact를 '현상'이라고 번역한 점도 눈에 띕니다. 사실은 인식한 사람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사실과 의미와 감정이 정확히 나누어지지도 않죠. 그래서 '현상'이라고 했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현상을 조사하여 열거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해석인지 따위를 차분히 가려내는 과정은 마치 '인수분해'와 같은 효과를 낼 듯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내면의 변화가 '성급함'을 견뎌낼 인내를 만들어 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누가 문제를 안고 있는가?: 정신적인 전환이 되는 질문

두 번째는 '누구의 문제인가?' 혹은 '누구들의 문제인가?'라고 묻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책 내용도 인용합니다.

남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문제 해결사가 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를 '단수에서 복수로 보는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가 아니라 문제들 해결사Solver of Problems로 여러분 자신을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인 전환을 실행하려면 해결사는 게임을 시작할 때 바로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누구의 문제인가?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는 계약이나 품의 단위로 나누어져 있기는 했지만 대략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꽤 긴 기간 동안 저는 '결과(?)를 낸다' 혹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누구의 문제인지 묻는 일이 필요한 줄도 몰랐습니다.[1]


아무튼 바뀌고 싶은 열망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운 좋게 중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앞서 소개한 대로 XP에서 배운 '인간성'에 입각해서 일을 하는 법을 차근차근 익혔습니다.


전환기 대한민국 기성 기업의 갈등

그렇게 4년을 일하고 난 후에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의뢰를 받아 2년 정도 일을 수행한 후에 10여 년간의 경험을 담아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아래 그림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즈음 만난 최봉영 선생님의 <본과 보기 문화이론>에서 발견한 개념인 '욕망'은 제가 이러한 인간 현상에 대해 이해하는 바탕 지식으로 3년간 또 자라났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 해결책을 앞세우기 전에 정의하고 추진력을 얻기

그리고, 10년의 안목으로 처음 책을 볼 때는 보이지 않고, 지금 보이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로 다음 내용에 밑줄을 치게 된 점입니다.

문제 해결 그룹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꼭 정의를 내리는 것을 간과해서만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해결안을 이끌어 내기 위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정의를 놓고 왈가왈부만 하다가 실패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중략> 또 문제에 대한 어떤 공통된 이해 없이 나온 해결안은 여지없이 '엉뚱한' 문제에 대한 해결안이 되고 만다. 보통은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나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문제가 선택된다.

논란이 되었던 토론 장면 일부가 생각납니다. 신문사 논설위원이라는 분이 여론으로 드러난 국민의 도덕성 결여를 지적합니다. 만일 유튜브에서 본 박구용 교수님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듣기가 불편해서 '한심하다'는 평가와 함께 영상을 닫았을 듯합니다.

그런데, 박구용 교수님에 따르면 근대화 이전의 정치 그러니까 민주보다는 권위주의를 믿는 입장에서 정치는 질서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를 치안에 가깝게 본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례를 그대로 보는 듯했습니다. 현직 대통령과 사고방식이 굉장히 비슷한 분이죠.


반면, 반대 패널로 나온 유시민 작가는 대통령을 리콜 대상으로 표현했습니다.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드는 '거부감'(감정)은 차지하고, 사실이나 의미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여론을 잘못된 것으로 판정하는 논설위원과 달리 유 작가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해석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선명하게 여론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쓴 단어가 리콜이었습니다. 그리고, 리콜이란 표현이 불편한 이유는 두 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리콜 대상으로 쓰는 일은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권위주의 교육을 받은 저도 대통령을 도구로 보는 시각은 불편할 듯합니다.


하지만, 국민 주권 제도에 대해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단어 선택이라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으로 연결하면 두 패널 사이에서 정치나 투표에 대한 문제 정의가 되기 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상세히 다루면 주제를 벗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가치관이 첨예하게 다른 현안을 다룰 때 느껴지는 역동성이 우리가 다루려는 문제들의 맥락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글로 표현해 보니 그 맥락이 또 욕망들과 욕망의 충돌이 빚는 갈등이란 사실도 분명해집니다.


주석

[1] 이미 품의가 되었으니 관계자들이 합의한 것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죠.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 우연하게 찾아온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2. 내년부터는 교과서 독서를 시작해 보자

3. 사랑의 구체적 실체는 제대로 된 피드백

4. 한계를 없애는 방법을 실천해 보자

5.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6. 자신감의 진짜 근간 그리고 지나친 노력 없이 이기는 비결

7. 최고의 기량 발휘를 방해하는 모든 정신적 습관 극복

8. 공감과 방향을 바꾸는 힘과 일상을 선물로 바꾸는 힘

9. 지나치게 노력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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