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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11. 2024

일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한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페벗 김영식 님이 쓰신 <조심하게 되는 것>이라는 글은 요즘 저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일상을 차리려는 저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듯하여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포기말[1] 단위로 살펴봅니다.


점수(漸修)에 준하는 결과를 나에게 끼친 사건

배경 지식이 필요한 포기말입니다.

깨닫고 나서 진행되는 점수의 결과는 일상에서 조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점수(漸修)라는 말은 제 경우 2021년 <나만 잘하면 전체가 나아지는 XP>를 쓰던 즈음에 처음 뜻을 헤아려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깨달음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페북으로 김영식 님을 알게 된 후에 <시골 농부의 깨달음 수업>을 한 차례 읽었지만 아직 제 말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조심하게 되는 것'이라는 매듭말[2]을 마주하면 느낌이 다릅니다.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억들이 줄을 섭니다.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 봅니다.

감사 목록 쓰기

XP 읽기

대체 뭐가 문제야 읽고 깨닫기


감정이 일어날 때 조심하게 된 계기

첫 번째로 감사 목록 쓰기는 정확하게 언제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종이로 쓰던 기록을 구글닥스로 옮긴 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2013년 1월 9일 첫 기록이 있습니다.


감사 목록과 '일상에서 조심하게 되는 것'이 연결되는 지점은 최소한 1년 이상 감사 목록을 쓴 후에 발생합니다. 아내와 다툼을 하던 중에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깨닫고, 바로 화를 내는 대신에 아내와 마주하지 않고 '잠깐 나갔다 올 게요.'라고 말한 후에 산책을 하며 기분을 풀었던 순간이 있습니다. 다혈질인 탓에 다른 사람이 상처 받을 말을 서슴지 않고 했었는데, 그 후로 아마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전과 달라진 듯합니다.


두 번째로 XP 책을 만난 일은 그대로 점수라는 낯선 표현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점수(漸修)는 나만 잘하는 것입니다.'라는 포기말 덕분에 <나만 잘하면 전체가 나아지는 XP>을 쓰게 되었고, 아마도 김영식 님의 책 <시골 농부의 깨달음 수업>도 손에 잡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XP 책을 접한 시점도 감사 목록을 쓰던 시기와 겹칩니다. 당시 김창준 님이 진행하던 AC2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추천 도서 목록을 접하고 탐독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대체 뭐가 문제야를 만나고 나서 차리기 시작한 나

마지막으로 <대체 뭐가 문제야>는 저의 인생책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때까지의 삶이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하게 하기 이전에 무작정 열심히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은 덕분이었습니다. 책을 수 차례 더 읽은 후에야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자>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에 걸쳐 '차리다', '임자' 따위로 이어온 호기심은 어쩌면 한 줄의 흐름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조심하게 되는 것'을 다시 떠올려 보면 앞선 목록과는 전혀 결이 다른 조심의 기억이 있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야>를 막 읽을 즈음에 경청을 하지 않는 자신을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도 너무나 힘들었고, 급기야 불가능한 상태란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더 흐르고 가족 문제로 계기가 만들어진 후에야 제 눈에 띄었던 <당신이 옳다>를, 그것도 세 번째 읽는 요즘에 와서야 공감에 대해서 조금씩 느끼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공감이 바탕에 있어야 경청도 가능한 듯 느껴집니다. 여전히 경청은 어렵고, 충조평판 하지 않기 위해 혹은 남의 말에 섣불리 끼어들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정도가 가능합니다.


그 외에 확연하게 조심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집을 나설 때 과거와 달리 항상 무언가를 두고 나가면서 몸의 변화(아마 노화)로 인한 현상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지인 중에 나이 들어서 좋은 것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공감하는 내용은 이런 류의 변화입니다.


너무 길어서 독자님들이 읽기는 어려운 글이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인용했던 포기말을 다시 보겠습니다.

깨닫고 나서 진행되는 점수의 결과는 일상에서 조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심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제 기억 속 경험을 훑어본 것입니다. 다음 포기말을 볼까요?

조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르지 않지만, 왜 그런지 '조심하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차려서' 살려고 한다는 자신의 상태를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과거의 과오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다음 포기말을 보면 제가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이라고 기분 대로 만든 매듭말이 어쩌면 조심하는 일을 배양하고자 하는 욕망을 포착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몸의 상태에 대해서, 자기 몸을 쓰는 일에 대해서, 환경과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기다리며 서두르지 않게 되는 것이 조심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연재를 멈추고 우연히 만난 김영식 님의 글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1.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 점으로도 또 선으로도 대할 수 있는 일상

3. 차리다에서 알고리듬으로 나아간 나의 기록

4.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5. 일상에 마주하는 감정과 문제를 비슷하게 인식하는 법

6. 불안이 알려준 비움과 채움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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