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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5. 2024

불안이 알려준 비움과 채움의 경계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가끔 나도 모르는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 감정을 떨쳐 버리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저에게 꼭 필요한 것은 희망이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1]


불안이란 무엇인가?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일은 점차 습관이 되어 가는 듯합니다.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다른 풀이도 더 훑어보았습니다. 다른 다섯 가지 풀이 중에 두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5」 『심리』 특정한 대상이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이다.

마주한 것이 없는데 몸과 마음이 경험하는 '불쾌한 정서 상태'라는 심리학 분야의 정의인 듯합니다.

확신이 만드는 추동력

한편,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라는 표현은 최근 읽고 있는 <제정신이라는 착각> 내용을 연상시킵니다. 제가 이해한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이론에 따르면 확신은 예측에 입각한 행위를 이끄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전으로 돌아가 풀이를 하나 더 봅니다.

    「6」 『철학』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깃들인 허무에서 오는 위기적 의식. 이 앞에 직면해서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 즉 실존(實存)으로 도약한다.  


불안을 통로로 활용하는 일이 가능한가?

당장의 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위적인 시도를 해 봅니다. 위 정의에서 허무가 확신 없음에서 온다는 가정을 넣어 보겠습니다. 확신이 없으면 위기로 느끼겠군요. 언젠가 <월말김어준>에서 들었던 Markov Blanket에 대한 강의가 떠오릅니다.


풀이에서 '이 앞에 직면해서 인간은 본래의 자기 자신, 즉 실존(實存)으로 도약한다.'라는 매듭말[2]을 보면 관계나 환경을 구성하는 일부로 작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잠시 멈춰서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보면 불안은 기회이기도 하네요. 역설적이고 반직관적입니다. <반직관을 수용하고 현실을 그대로 보기>의 통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슴푸레하게 느낀 비움과 채움의 경계

그런데 적어도 제가 이런 사유가 가능한 것도 불안을 벗어난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만드는 일은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는데, 그 작은 희망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에 대해서도 사전을 찾아봅니다.

「2」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바랄 희(希)와 바랄 망(望)이 합쳐진 낱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말 '바람'으로 써도 무방한 표현일 듯합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희망의 두 번째 풀이와 바람의 풀이를 보고 제가 느낀 느낌을 빗대어 보면 일종의 안도감이기 때문에 '가능성'이란 낱말이 들어간 풀이가 마음에 듭니다. 부족한 배경 지식 하에서 제 경험과 느낌에 기초한 글이기 때문에 이 정도 조사 아래서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풀이를 경험에 빗대어 보면 먼저 불안, 실존(實存), 확신 따위의 개념 때문인지 '비움과 채움의 경계선'을 어슴푸레하게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불안의 철학적 정의 속에서 실존(實存)을 만나자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역할과 흐름에서 나와 그대로 나를 직시하면 비움의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 탓입니다. 반면에 에너지를 내어서 무언가 실행하려면 우리는 혹은 저는 확신이 필요하구나 하는 점을 확인합니다. 이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배운 이론과 제 경험을 대응시키면 익힌 결과물이죠.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신호, 감정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었네요! 바로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던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신호, 감정>에서 배운 지식 말입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중략> 불안 신호를 따라 '나'를 점검해봐야 한다. 불안을 따라가다 보면 근원이 나오고 그러면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주석

[1] 이렇게 경험을 글로 바꾸는 동안에 '생산적인 일'에 가치를 두는 저 자신을 발견하지만, 이는 주제와 무관하여 여기서 다루지 않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1.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 점으로도 또 선으로도 대할 수 있는 일상

3. 차리다에서 알고리듬으로 나아간 나의 기록

4.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5. 일상에 마주하는 감정과 문제를 비슷하게 인식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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