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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29. 2024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환상 그리고 일됨을 떠올리기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상호작용 그리고 알음것과 알음알이>를 쓰고 나서도 <Ways of Seeing>을 다시 보고 난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글을 써 봅니다.


인지적 예측: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환상

작년에도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보는 방식을 구현한다>를 쓰며 주목했던 다발말[1]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또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중략>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선택의 결과,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야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을 읽는 영향이 더해집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 5장에서 설명하는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이론을 떠올립니다. 인지적 예측이 지각적 예측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입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이라는 책의 주제 때문인 듯한데, 저자는 예측을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환상으로 설명합니다. 요약하면 확신이 눈을 가리는 부분에 대해 뇌가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진화했는지 규명합니다.


종교와 이념은 역사적으로 전쟁을 부르는 촉매 역할을 한 위험한 확신

마침 <제정신이라는 착각>을 읽는 탓에 비교적 합리적인 목사님 페북에서 이단 논의가 있어 댓글을 올렸다가 다른 분이 논쟁에 끼어들었습니다. 마치 전도하듯이 자신의 확신에 대해 쓴 글 일부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이승만대통령의 기도와 공산주의를 막아내고 건국한 나라입니다. 만약 김일성에게 나라를 빼았겼다면 공산국가되어 자유를 뺏기고 거지나라 종이 되었을 겁니다. 은혜를 알아야 합니다. 건국전쟁 꼭 보시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세워졌는지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북한에게 넘기려는 의도가 있는데 보수우파 국힘당마저도 한동훈과 좌파들이 비대위워을 장악하여 공천학살을 하고,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합세하여 윤석열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음모를 기지고 있습니다. 나는 우파로서 국힘을 지지하지만 지금 국힘도 좌경화되어 나라가 위험합니다. 비례정당은 자유통일당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국은 공산 사회주의자입니다. 큰일 납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지인을 통해 개신교를 믿는 노인 다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들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 분에게 전광훈 목사가 '자유통일당 불교계 지지 선언'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불교는 이단이 아니라고 했고, 오직 '교리'에 의해 이단을 판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집단적 정체성과 부합하는 확신에 반할 때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다른 부분에서는 일반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은 저에게도 영역과 정도만 다를 뿐 그대로 드러나는 특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념만큼이나 종교 역시 전쟁과 살육을 부르는 위험한 확신을 만들어냈습니다. '보수 우파'라 불리는 다수 개신교 집단은 놀라울 정도로 이념적이란 사실은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일됨 = Event

화제를 바꿔서 조금 다른 내용을 담은 다발말을 보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한 가지 물건만 보지 않는다. 언제나 물건들과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중략> 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둥그런 시야 안에 들어온 물건들을 훑어보며, 세계 속에 우리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려 한다.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과 그대로 부합하는 느낌입니다. 일 년 전에도 인용을 했기에 그때와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말 인식 모형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일됨이란 시야에 들어올 수 있는 많은 대상들 중에서 '마음이 가서'(선택) 포착하는 하나의 덩어리를 말하며 영어 단어 'event'에 대응하는 말로 최봉영 선생님의 글에서 따 온 것입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2.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3.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기

4. 야신이 말해 주는 자신만의 길

5.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

6.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

7.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

8. 우울증이란 진단명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9. 야신이 거북이에게 배운 자신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10. 속말하지 않고 드러내 기록하고 다듬는 일의 힘

11.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12. 일상에서 만난 낱말 바탕 풀이의 즐거움

13. 바탕이 되는 기본, 바탕을 닦는 기초 그 위에 첨단

14. 다양한 뜻의 그릇 역할을 하는 한국말의 유연성

15. AI 시대에는 수능보다 덕후

16. 일단 공개적으로 시작하면 만나게 되는 것들

17. 괴짜(Geek, Nerd), 해커 그리고 덕후

18. 인공지능을 Linguistic Self 동료로 활용하기

19. Realization(실체화)와 나의 지난 24년

20.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1. Loosely-coupled는 못 참지!

22. Emotional은 감정적인가? 감성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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