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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4. 2024

되다: 무엇이 어떤 것이 되어서 온전히 끝맺음에 이름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한국말 말차림법 묻따풀 미팅에서 동료들이 '일됨'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봉영 선생님을 대신해서 제가 이해한 바를 설명하다 보니 어느새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됨'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 느꼈습니다.


그래서 최봉영 선생님의 《한국말에서 ‘되다’와 '되는 것'》을 묻고 따지고 풀어 봅니다.


철학은 일상에서 한발 나와서 기준을 묻는 일

먼저 만난 다발말[1]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철학과 한국사상의 바탕이 어디에 있는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누구도 그것을 또렷이 말해주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에 박구용 교수님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감흥 없이 지나쳤을 다발말입니다. 한국철학과 한국사상은 저에게 관심 밖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제 조금은 다른 느낌을 지닙니다. 박구용 교수님은 철학을 이렇게 풀어서 말했습니다.

철학은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서 사유하는 것이고, 기준에 대해서는 묻은 일이다.

제가 꾸준히 해 온 활동이기도 하고, 심지어 좋아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최근 지속하는 묻따풀은 한국말을 소재로 해서 묻따풀을 하기에 제 느낌에 따르면 한국말 묻따풀 혹은 한국말 철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아주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한국철학이나 한국사상이라고 하면 그동안 해당 분야에서 축적된 결과물과 방법론을 말하기에 아직 호감을 갖기는 어렵지만, 며칠 사이에 이에 대한 느낌이 바뀐 것이 신기합니다.


더불어 말차림법이 말을 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각하고 이를 활용하는 힘을 다룬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사람이 배우고 쓰는 한국말에 한국철학과 한국사상의 바탕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다. 나는 한국말에서 '되다'와 '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묻고 따져서 한국철학과 한국사상의 바탕이 어디에 있는 무엇인지 조금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말에서 ‘되다’와 '되는 것'

'되다'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한 번도 풀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말입니다.

01. 한국말에서 ‘되다’는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두 가지 갈래가 등장하니 기대가 됩니다.

02.
한국말에서 ‘되다’를 바탕으로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절로 되는 것입니다.

하나는 무엇이 그냥/절로/스스로 어떤 것으로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하늘에서 비가 오게 되는 것’이나 ‘나무에서 열매가 익게 되는 것’이나 ‘아기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이나 ‘계장이 승진해서 과장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은 무엇이 그냥/절로/스스로 어떤 것으로 되는 것을 말한다.

그냥/절로/스스로가 같은 뜻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을 찾아봅니다.

조금씩 다르네요. 절로라고 쓰면 안 되고, 그냥/절로/스스로를 묶어 갈래를 만든 것이네요.


되(됫박)에 담아서 몇 되가 되는지 헤아리는 것

두 번째 갈래는 제가 모르던 의미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무엇을 ‘되=됫박’에 담아서 몇 되가 되는지 헤아리는 것이다. 이를 테면 사람이 ‘되’에 쌀, 콩, 물, 술과 같은 것을 담아서 한 되, 두 되, 세 되 따위를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이때 ‘되’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서 쌀, 콩, 물, 술과 같은 것의 부피가 몇 되가 되는지 헤아리게 하는 도구이다.

어제 유튜브 추천으로 잠깐 봤던 영상의 장면이 아니었다면 위 다발말에 대한 느낌도 지금보다는 사무침이 약했을 듯합니다. 되다의 두 번째 갈래는 질이 아닌 양을 파악하는 일 혹은 잣대를 다루는 바탕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최봉영 선생님의 글로 갑니다.


도: 이쪽과 저쪽이 같게 된 것

03 다발말부터는 포기말 단위로 보겠습니다.

03. 한국말에서 ‘되다’는 ‘도+이+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도+이+다’가 ‘되다’로 줄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달은 대가로 그리고 마침 한국말 말차림법 묻따풀에서 씨말을 풀어 본 후라 다음 포기말에 수긍을 하게 됩니다.

먼저 ‘도+이+다’에서 ‘도’는 ‘이것도’, ‘저것도’, ‘나도’, ‘너도’에서 볼 수 있는 ‘도’로서 이쪽과 저쪽이 같게 된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전에서 조사 ''는 6개의 풀이가 있습니다. 씨말 '도'는 '이쪽과 저쪽이 같게 된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때, 그 흔적을 6개의 풀이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같게 되는' 방식의 갈래가 보입니다.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이라는 매듭말[3]을 보면 더해져서 같아지는 경우고요.

'둘 이상의 대상이나 사태를 똑같이 아우름',

'양보하여도 마찬가지로 허용됨',

'보통이 아니거나 의외의 경우에, 예외성이나 의외성을 강조',

'놀라움이나 감탄, 실망 따위의 감정을 강조' 따위에서 같게 되는 갈래가 보이는 듯합니다.


조사로만 보지 않고, 씨말로 도를 이해하니 '또'의 풀이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에서 거듭되는 것을 뜻하는 '또'라는 말이 나왔다.

다시 한번 분명하게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이: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

사전을 보면 낱말 ''의 풀이는 꽤 많지만, 씨말은 그 흔적을 찾아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도+이+다’에서 ‘이’는 ‘꽃이다’, ‘낮이다’, 참이다’에서 볼 수 있는 ‘이’로서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조사의 한 갈래의 풀이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2」 ((‘되다’, ‘아니다’ 앞에 쓰여)) 바뀌게 되는 대상이나 부정(否定)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문법적으로는 앞말이 보어임을 나타낸다. 바뀌게 되는 대상을 나타낼 때의 ‘이’는 대체로 조사 ‘으로’로 바뀔 수 있다.

말차림법에서 한국말 풀이의 바탕 얼개를 다룰 때 익숙해진 '됨이'나 '이됨'이 떠오릅니다.

다음 포기말은 바로 그 이됨 풀이말이 아닌가 싶네요.

이를테면 ‘꽃이다’는 ‘꽃’이 된 것이고, ‘낮이다’는 ‘낮’이 되는 것이고, ‘참이다’는 ‘참’이 되는 것이다.

종결 어미로 익숙한 '다'에 대한 설명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다다'는 처음 들은 말이고 사전에도 없네요.

끝으로 ‘도+이+다’에서 ‘다’는 ‘다다’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모든 것이 다 끝맺음에 이른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다음 포기말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말에서 ‘되다=도+이+다’는 무엇이 어떤 것이 되어서 온전히 끝맺음에 이른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단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36.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

37. 소통의 가장 기본은 한쪽의 소리에 경청하는 마음가짐

38. 한국말 포기말의 5가지 바탕 얼개

39.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

40. 임자는 한국말로 푼 자아 개념입니다

41. 고양이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단계 비교

42.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

43.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

44. 말은 느낌을 저장하여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

45.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상호작용 그리고 알음것과 알음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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