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Mar 20. 2024

말은 느낌을 저장하여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 마지막에 인용한 도식은 3월 17일 최봉영 선생님께 받은 그림의 일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림의 나머지 내용도 풀어보겠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일의 차림새

그림의 제목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일의 차림새>입니다.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부터 풀고 있던 <내가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일의 차림새>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1, 2번 두 포기말(문장)[1]을 살펴보니 마치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에서 풀었던 첫 번째 포기말을 인수분해하듯이 둘로 나눈 듯합니다.

1.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때> <이곳>에 마주한 <이것>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앞서 이러한 '알아보는 힘'을 지능이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둘로 나눠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에 쓴 내용과 3번 포기말은 같은 내용입니다. 또한, 다음 그림이 표현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녀김이 만들어가는 지식의 축적

<사피엔스>를 읽을 때 늧과 느낌으로 알아본 내용을 이제는 조금씩 말로 알아보는 수순에 도달한 느낌입니다. 사피엔스를 읽고 강렬한 늧 혹은 느낌이 생긴 것은 2019년이고, 아래 인용한 글은 재작년이니 꽤 오래 마음속에 자리한 느낌인데 최봉영 선생님 덕분에 묻따풀하며 녀김으로 바꾸는 즐거움에 일상을 활용하는 듯합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멸종한 인간 종은 인지 혁명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라리의 표현에 따르면 허구 혹은 신화를 지어내는 힘이 그들에게 부족했고, 사피엔스가 유일한 인간종으로 남은 가장 큰 힘은 신화를 만드는 능력이다.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바로 그 허구가 언어로 빚어지기 때문에 linguistic transformation이 중요한 것이다.

5년 전인 2019년 늧이 살아난 이유는 바로 다음 도식이 보여주는 반복적 되먹임 구조입니다. 느낌으로 얻은 지식이 녀김을 말에 담으면서 지식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유입니다.


프로그래밍을 새로 보게 됨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를 쓰게 했던 충동[2]이 작용해 느낌을 말로 녀기는 과정이 변수 할당과 매우 흡사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김춘수 시인의 '꽃'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꽃을 연상한 이유는 문학적이 아니라 뇌의 기능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듯해서였습니다. 언젠가 기억한 내용을 다시 꺼내 쓰기 위해서는 이름이 필요합니다. 느낌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마치 반복 구문처럼 반복해서 쓰이고, 또 말 자체가 서로 조합을 이뤄서 유기체처럼 자라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프로그래밍과 완전히 똑같다는 생각이 들고, 인공 지능 현상이 신경망 연구에서 비롯된 일과 LLM의 중요성이 새로운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AI는 단지 빅테크의 수익성 높은 사업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식 활동 자체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발견한 결과물이기도 한 듯합니다.


제가 직업적으로 오랫동안 함께 한 프로그래밍도 새롭게 보입니다.


사람이 말로 생각을 펼쳐서 무엇을 알아보는 일

말 자체가 결국 지식의 축적을 위한 도구라고 보았더니 이번에는 일요일에 본 박구용 교수님의 철학 관련 영상 내용이 떠오릅니다. 철학은 무언가 내용을 배우기보다는 인식을 다루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철학을 기피하는 이유가 일상을 벋어 난 사유로 행동하기 위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준을 다시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묻따풀과 일맥상통하고, 일부 지인들이 저를 '지나치게 철학적'이라고 평한 이유를 납득하게 하는 설명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를 철학이라고 보면, 아래 도식은 통째로 '철학'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박구용 교수님은 인류의 학문 체계 상에서 철학을 말한 것이고, 인용한 도식은 최봉영 선생님께서 한국말로 풀어낸 인문학적 지식의 일부입니다. 일단 저는 아래를 철학과 유의어라고 보겠습니다. 최소한 당분간은요.


주석

[1]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나도 모르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연결해 보는 습관을 말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36.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

37. 소통의 가장 기본은 한쪽의 소리에 경청하는 마음가짐

38. 한국말 포기말의 5가지 바탕 얼개

39.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

40. 임자는 한국말로 푼 자아 개념입니다

41. 고양이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단계 비교

42.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

43.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