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두 번째 포기말(문장)[1]을 묻고 따지고 푸는 글입니다.
굉장히 정교한 포기말입니다.
2. 사람이 <이때> <이곳>에 마주한 <이것>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일을 바탕으로 삼아서 <이때> <저곳>의 <저것>이나 <이때><그곳>의 <그것>이나 <그때><그곳>의 <그것>을 알아보는 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각의 내용을 토대로 기억을 활용하여 인식 혹은 녀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쓴 듯합니다. 계속 풀어 봅니다.
3. 사람이 <이것/저것/그것-무엇>을 <이런 것/저런 것/그런 것-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것은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나름의 <잣대>와 <줏대>를 갖게 된다.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는 임자 혹은 자아입니다.
4. 낱낱의 <내>가 마주한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일은 <나>를 이루고 있는 <몸>과 <마음>과 <머리>가 함께 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과 <머리>가 함께 하는 일이라는 말이 최근 읽은 <제정신이라는 착각> 내용에 딱 부합합니다. 몸은 말 그대의 실체이면서 동시에 감각기관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은 인식과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는 몸이 일부이면서 기억의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인식의 영향을 받아 감각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곳입니다.
마지막 포기말로 갑니다.
5. <내>가 마주한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것은 <밖>에 자리해 있다고 여기는 <이것/저것/그것>을 <안>에 들어 있다고 여기는 <그것>으로 풀어서 알아보는 일로 이루어진다.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에서 그렸던 그림이 떠오릅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배운 내용을 더하면, <안>에 자리한다는 말은 뇌가 만드는 인지 작용과 지각 작용을 합친 말입니다. 박문호 박사님 표현에 빌면 이들은 각자의 현상적 세계를 구성합니다. 이에 반해 <밖>은 물리적 세계 혹은 다른 사람의 현상적 세계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최봉영 선생님이 여덟 갈래로 풀어낸 가지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무엇은 <밖>에 있는 것을 지칭한다면 지각과 인식이 작용해 어떤 것이 되는 일은 <안>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때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지각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지각의 뜻을 찾아볼까요? 알 지(知)와 깨달을 각(覺)을 합친 글자입니다. 사전은 세 가지 갈래의 풀이를 제공합니다.
「3」 『심리』 감각 기관을 통하여 대상을 인식함. 또는 그런 작용. 그 작용의 결과로 지각체가 형성된다.
최봉영 선생님이 사용한 지각의 뜻은 세 번째 풀이와 부합합니다.
「1」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런 능력.
첫 번째 풀이도 비슷한 뜻으로 보이는데, 두 번째 풀이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2」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분별하는 능력.
아무튼 저는 지각을 '느낌으로 아는 일'이라고 믿고 쓰려고 합니다.
막 이러한 풀이는 하는 도중에 카톡으로 최봉영 선생님께서 업데이트 한 그림을 주셔서 바로 인용해 봅니다.
지금까지 묻고 따진 것을 토대로 갈무리를 하겠습니다. 내가 만나는 어떤 일이나 대상을 만날 알아보는 일은 지능을 요구합니다. 지능이 곧 알아보는 힘이니까요. 그 지능이 느낌을 바탕으로 하면 느낌 알음 혹은 지각이라고 할 수 있고, 말과 녀김을 바탕으로 하면 녀김 알음 혹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36.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