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케데헌을 분석한 훌륭한 기사를 만났습니다. 독특한 관점이 느껴졌는데,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 보지 않는 제 행동 패턴 덕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퍼플렉시티에게 기사 내용을 전달한 후에 공공연히 이야기된 관점과 기사의 고유한 관점을 나눠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꽤 유용한 쓰임새라 자주 쓰는 방법이지만 결과는 당장의 글 쓰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듯합니다. 그저, 인공지능 길들이기 예시로 남겨 둡니다.
다시 기사 원문을 훑어보았더니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음 내용이었습니다.
넷플릭스 경영진들은 ‘케데헌’이 원래 계획대로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넷플릭스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뒀다고 확신을 가지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케데헌이 성공을 거둔 과정과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테드 사란도스 CEO의 말입니다.
넷플릭스 CEO 말대로 영화관에서는 개봉했다면 지금처럼 흥행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케데헌을 두고 문화적 시대정신(the cultural zeitgeist)이란 찬사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게 뭘까요?
넷플릭스 CEO 말을 직접 보겠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 영화였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첫날이나 첫 주말에는 엄청나게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반복해서 시청한 슈퍼팬들이 추천 엔진을 가동해, 영화를 사랑하게 된 더 많은 슈퍼팬들 앞에 영화를 놓이게 했습니다.
슈퍼팬들이 추천 엔진을 가동했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극장과 대비되는 OTT의 강점을 말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반복 시청할 수 있도록 한 편의성과 가치, 그리고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마침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시청 방법을 추측할 필요가 없게 만든 배급의 보편성이 모두 'K-POP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시대정신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시청 방법'은 침묵 속에 극장에 앉는 방식과는 너무 다릅니다.
넷플릭스에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추진력 얻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노래를 배우고, 영화를 계속 반복해서 보며, 'K-POP 데몬 헌터스'에 관한 자신만의 게시물과 춤을 (소셜미디어에) 만들 수 있도록 (넷플릭스는) 허용했습니다.
'팬들이 노래를 배우고'에서 팬들 중에는 초등학교 다니는 저의 두 아들도 포함되었습니다.
기사에 포함된 영상은 많은 것을 설명해 줍니다. 최근에 (업무적 이유로) 봤던 불닭복음면 챌린지 설명 영상이 떠오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qGvPp9dbjg
이제 콘텐츠 소비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소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듯합니다. 과거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도 그렇기는 했습니다. 인상 깊은 영화를 본 후에 영화 장면을 따라 했던 기억이 생생하고, 제 동생은 CD나 LP를 사서 노래를 듣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SNS라는 인프라 덕분에 '시청 방법을 추측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로 보이는 것이죠.
한편, 기사를 보고 흥미로운 영감을 받는 기저에 작동하는 배경 지식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인 타일러의 영상입니다. 그에 따르면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수많은 극장에 배급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할리웃을 찾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OTT를 점령한 K-콘텐츠를 본 외국인들은 직접 그 세계관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대량 생산을 하던 시대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과 소비자의 힘이 강해진 현대의 양방향성이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1. Time Horizon은 시간지평인가 시간적 범위인가?
62. 미디어 문해력, 협상론적 세계관 그리고 문화의 힘
64. 기억의 3 계층 그리고 점진주의와 프레임 문제의 관련성
65.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는 월드 모델과 들쭉날쭉함의 원인
67. Validation 번역은 검증이 아닌 타당성으로 하자
68. '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71. 찰라살이에서 두 가지 나로, 다시 느슨한 결합으로
72. 인터페이스로 등장한 자연어와 일관성 기술의 등장
73. 개발 조직에도 정의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75. 콘텐츠를 사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습관을 만드는 힘
76. 인간은 특별한 기계이고, 지능은 창발적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