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획득한 인간

감히 시도하는 설계의 정석

by 안영회 습작

<얼굴 습관의 힘이 Life 2.0을 떠올리게 하다>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 2026년 시점에서의 실용성에 바탕을 두고 소프트웨어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정의를 위한 두 가지 전제

<얼굴 습관의 힘이 Life 2.0을 떠올리게 하다>에서 인용한 두 개의 그림을 전제로 합니다. 하나는 맥스 테그마크가 생명을 3단계로 구분할 때, 생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한 이분법입니다. 그다음에 인간과 인공지능을 하나로 보는 에이전트라는 시각입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에이전트는 굉장히 다양한 맥락으로 쓰여 왔다고 생각하기에 맥스 테그마크의 <Life 3.0>의 책에 나오는 '지능형 에이전트'에 대한 설명을 추가합니다.

그들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지능형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존재였다. 이는 감각기관으로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처리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 이는 고도로 복합적인 정보 처리를 포함하는데, 예컨대 눈과 귀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대화에서 무어라고 말할지 결정할 때 그런 정보 처리 작업이 이뤄진다.

제가 에이전트라고 하면 테그마크의 정의를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말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소제목으로 붙인 문구를 말로 바꾸어 볼까요?[1]

인공지능 도래 이후의 삶에서 소프트웨어 개념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려면
컴퓨터 과학에서 말하는 지능형 에이전트의 행동 루프와
컴퓨터에만 쓰는 소프트웨어의 기존 용례를 넘어서
인간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도로 복합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사피엔스(라이프 2.0)

지나치게 편향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맥스 테그마크가 쓴 글 속에서 보이는 소프트웨어 정의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부류는 곧 나머지 생명을 능가했고 몇몇 방식으로 환경에 대응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지능형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존재였다. 이는 감각기관으로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처리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 이는 고도로 복합적인 정보 처리를 포함하는데, 예컨대 눈과 귀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대화에서 무어라고 말할지 결정할 때 그런 정보 처리 작업이 이뤄진다.

'고도로 복합적인'이라는 말을 다룰 때, 제 머릿속에서는 앞서 인용한 지식 나무에서 마음Mind과 문화Culture에 속하는 자극과 문제들을 떠올렸습니다.


맥스 테그마크가 말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여기서 또 아주 우발적인 우연이 저를 돕습니다. <진짜 내 일을 위한 Agentic Workflow>라는 긱 뉴스 요약문에 등장하는 한 줄의 문장입니다.

자동화의 핵심은 결과물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생성하는 장치를 구축하는 것

저 문장에서 핵심적인 후크는 바로 '장치'입니다. 한 차례 해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화'를 꾀하는 욕망은 맥스 테그마크가 말한 라이프 3.0과 유사합니다.


이번에는 책 내용에 기초하여 인공지능에게 물어 얻은 내용입니다. 먼저 퍼플렉시티 답변에서 추린 내용입니다.

테그마크는 소프트웨어를 "감각으로 모은 정보를 처리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알고리즘과 지식 전체"로 설명합니다.

다음으로 제미나이의 답변을 보면, 라이프 1.0의 소프트웨어와 구분하여 라이프 2.0(인간)의 소프트웨어를 이렇게 말합니다.

행동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DNA에 적힌 본능뿐만 아니라, 태어난 후 학습하는 언어, 기술, 가치관, 지식 등이 모두 소프트웨어에 포함됩니다. 즉, 인간은 DNA(생물학적 소프트웨어)를 갖고 태어나지만, 살아가면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업데이트합니다. 테그마크는 이 '학습된 알고리즘' 역시 소프트웨어라고 부릅니다.


스스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획득한 인간

한편, 테그마크의 책[2]에서는 학습을 프로그래밍이라 말합니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이후에 학습이라고 부르는 과정으로 머릿속에 프로그램된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연하죠.

우리 인간은 태어난 뒤 (학습으로)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얻는다는 사실도 유용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라이프 1.0과 달리 우리의 최종적인 지적 능력은 잉태될 때 DNA를 통해 전해지는 만큼으로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제미나이의 대답으로 가 보면 다음과 같이 테그마크의 견해를 요약합니다.

DNA 및 학습된 뇌의 회로 패턴


같은 질문에 대해 클로드는 또 다른 대답을 합니다. 그 설명을 보면 DNA와 관련성을 중심에 두고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비교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여기에 이르자 소프트웨어 정의에 대한 집착을 당분간 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구원을 얻은 듯합니다.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의 대한 정의를 그냥 버리는 것입니다.

언러닝 사이클

그러고 나면, 우리의 행동을 위한 판단을 할 때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테그마크 식으로 말하면 인지혁명 이후에 이미 그러한 것인데요.


하드웨어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을 자동화라 부르자

그런데, 여기 두 가지를 더하면 실용적인 느낌이 듭니다. 전제가 하나 더 필요한데요. 설명을 위해 <사피엔스>의 한 단락[3]을 인용합니다.

인간 공동체의 지식은 고대 인간 무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지만, 개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대 수렵채집인은 역사상 가장 아는 것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적은 수렵채집 시대 이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일부 존재한다. 그 시대에 생존하려면 누구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가 새롭게 생겨났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는 위임을 통한 역량 신장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드웨어조차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는 라이프 3.0을 살아있는 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지능이 언제 생기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런 존재가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이미 배움이라는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덩어리를 각자의 역량과 주머니 사정에 맞춰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듀얼 브레인>의 저자가 말한 네 번째 원칙 '지금의 AI를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AI라고 생각한다.'는 굳이 철학적 고찰 없이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석

[1] 저만 하는 생각은 아닐 것 같아서 제가 정의한 전제를 주고 인공지능 삼총사에게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 학자나 저자를 물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앞서 이력을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가장 먼저 테그마크Max Tegmark를 언급합니다. 이어서 Ray Kurzweil (Google 엔지니어링 디렉터)의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1999)를 제시하더니 transhumanism(초월주의) 운동에서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영상은 1시간 15분을 넘는 분량이라 다 보지는 못하고, 노트북LM 팟캐스트로 만들어 듣기로 합니다.


문구만 보면 클로드가 제 의도를 제일 잘 파악한 듯한데요.

질문자의 관점에서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AI 도래 이후의 삶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비유를 쓴다는 실천적 맥락입니다. Hayles나 Tegmark가 이 비유를 기술적·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친 반면, 질문자는 이를 일상적 자기 이해와 행동의 도구로 쓰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결이 다릅니다.


기대가 적어 나중에 살펴본 제미나이 답변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용자님의 생각은 "인간과 AI를 동일한 추상화 계층(Abstraction Layer)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다음과 같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님의 생각은 현대 인지과학, 트랜스휴머니즘, 그리고 진화심리학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논의되는 '마음의 계산주의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2] 맥스 테그마크의 <Life 3.0> 46쪽

[3]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83쪽


감히 시도하는 설계의 정석 연재

(2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3. 빨래를 개다가 떠오른 식별성과 태그, 라벨

4. Perspective와 Viewpoint는 무엇인가?

5. 하나의 시스템을 보는 다양한 생각을 담는 조감도鳥瞰圖

6. 소프트웨어 조감도의 기초 재료는 기호, 작명, 구조

7. 플랫폼의 다면성과 다층적 처리 영역을 표현하기

8. 메뉴는 콘텐츠 노출과 그에 따른 사용자 트리거 도구이다

9. LLM의 Stateless 구현과 AI제품의 싱글톤

10. 모델링이 주는 핵심 가치에 대하여

11.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책을 왜 쓰려고 하는가?

12. 설계라는 묘한 활동, 드러나지 않는 결정 대상

13. 이슈화, 이름 붙이기 그리고 개념과 설계의 관계

14.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드러내기

15. 모호함이라는 적진을 단박에 제압하는 모델의 힘

16. 영수증이 아니고 주문서라는 표현을 알려 준 이유

17. 5극 3특으로 바뀔 지도가 알려주는 퇴적과 누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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