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Jan 30. 2023

회사 대표가 엔지니어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는가?

베터코드 인사이트의 시작 13편

기술 부채 관련 발표 당시에 올라온 질문들 중에서 시간이 부족해 답하지 못한 문제 중에 하나에 대해 미뤄둔 글을 씁니다.

기술부채의 문제에 대해 개발자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정작 경영의 리더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의식을 개선하여 전사적으로 기술부채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보편적인 답변을 먼저 하겠습니다. 대표이사와 같이 전사를 대표하는 분이 기술적인 리더를 세우고 그분이 기술부채를 해결하려는 실무자(개발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답하는 근거에는 제 생각과 부합하는 실제 3개의 현실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등대지기 같은 기술리더가 있는가?

사례 하나는 오랫동안 베터코드에서 함께 일했던 김형준 님과 기술부채에 대한 대화를 나눈 일에서 비롯합니다. 김형준 님의 페북 글에 MSA 적용을 위해 필요한 핵심 역할을 '등대지기 같은 개발 리더'로 기록한 글이 있었는데, 기술 부채 해결에 대해서도 같은 견해를 말씀하셨죠. 다음 달이면 만 6년을 함께 일하며 소통해 왔기에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견해입니다.

이 주장의 핵심은 등대지기 같은 개발 리더의 존재입니다. 과거에 비해 개발자의 처우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 그리고 워라밸이 중시되는 분위기에서는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밤에 사무실에 남아 주변을 밝히는'이라는 표현에 깔린 맥락 때문입니다. '밤에 사무실에 남아'라는 말은 가치관이나 자신의 동기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그것이 '주변을 밝히는' 힘으로 연결되어야 하죠.


최근에 배우는 드러커에 따르면 이는 경영자의 본질적인 역할에 해당합니다. 비록 대표가 기술에 대해 모를지라도 그에게 위임을 받은 이가 경영자 역할을 대행하는 모습입니다. 경험적으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단순히 따라 하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개발자에게 여력을 주고, 협업을 가르치기

또 다른 사례로 제가 IT 컨설턴트로 대기업의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프로젝트 스폰서였던 분이 최근에는 인터넷 기업에서 그런 역할을 맡아서 하고 계십니다. 개발 백그라운드가 없는 분이지만 10 년의 대기업 혁신 과정에서 배우신 역할로 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임원을 자신의 역할로 규정하고 계셨습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호흡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일과 그들의 올바른 기준으로 사고하고 협업할 수 있게 이끄는 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쓴 글 중에서 '협업'을 다룬 글이 무려 59개입니다. 협업이 많은 조직에서 굉장히 생소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도하고 경험한 기록인데, 협업에 대한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남긴 기록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지인 한분도 대규모 커머스 회사에서 스타트업 CTO로 이직하시면서 비슷한 역할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체로 기술부채 해소는 어렵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답변을 해보겠습니다. 대기업 경험이 있고, 지금은 사업체 경영과 투자를 겸하는 지인에게 기술부채에 대한 제 견해를 공유하고 그의 견해를 물은 일이 있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대부분의 경영자는 기술부채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무부채처럼 명확하게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 인식을 하지 못하니 풀지 못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즉각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기술부채 문제를 풀겠다는 것과 대부분의 기업이 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별개의 사건입니다. 개발자 출신으로 소프트웨어가 주는 힘을 활용하려는 저와 다른 경험과 입장을 갖는 분들이 주류를 이루는 조직에서 기술부채에 관심을 갖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에 '전사적으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부사에 불구하지만, 실용적이지 않은 해법을 찾는 듯한 뉘앙스를 느낍니다. 시골 농부님의 페북 글에서 점수(漸修)라는 불교 용어 설명을 발견하고 제가 좋아하는 XP와 굉장히 유사하다 느껴 쓴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의 제목은 <나만 잘하면 전체가 나아지는 XP> 입니다. '전사적으로' 진행되기를 꿈꾸며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을 추진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제가 기술부채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Kent Beck의 Design Play가 무슨 말인가>편이 도움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식을 개선하여'란 표현에 대한 제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의식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전쟁과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전체주의적 가치관을 배웠지만, 누군가의 의식을 다른 사람이 개입해서 개선하는 일이 올바른 시도인지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질문하신 분의 의도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신 것으로 짐작하는데 드러커의 경영자에 대한 설명에서 질문자의 애초 의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를 인용하고 글을 마칩니다.

개인 경영자(manager)는 모든 종류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경영자의 리더십이 없다면 모든 "생산요소"는 단지 자원 그 자체로서 머무를 따름이므로 결코 생산물이 될 수 없다.


지난 베터코드 인사이트의 시작 연재

1. 추적성(Traceability)과 그 쓰임새

2. 베터 어드민의 아기 발걸음 그리고 작명

3. Funnel을 마케팅 말고 engagement 분석에?

4. 디지털 대전환기란 나에게 무엇인가?

5. 기술 부채는 무엇인가?

6. 폭포수 방식 설계는 기술 부채를 남긴다

7. 기술 부채는 낮은 코드 품질에 대한 것이 아니다

8. loosely-coupled: 빠르게 재구성하는 힘

9.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배경

10. 구축 사업 관리에 가려진 기술 부채

11. 기술은 쓰임새(use case)에 따라 고르고 조합한다

12. Ubiquitous Language 만들 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