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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un 13. 2016

험난한 남한산성 가는 길

남한산성 트래킹 1 (16.06.03)

정말 오랜만에 트래킹을 가는 느낌이다.                



▲ 산성역에서 개찰구로 올라가는 길. 경사가 아주 심하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곳에 만들어진 걸까?(심도 55.4M로 두번째로 깊은 역이란다)




한 달 만에 트래킹을 가다 

    

1월과 2월엔 트래킹을 하지 않았다. 단재학교는 매년 2월에 개학을 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1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했고, 그에 따라 1월과 2월은 워밍업을 하는 기간으로 계획했다. 그래서 1월 에 개학하자마자 개학여행으로 2박3일 동안 스키장을 다녀왔고, 2월엔 ‘학생이 만드는 학교’라는 테마로 학생들이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어 한 달 동안 진행했다. 



▲ 2월에 함께 진행된 학교 도배하기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힘을 모아 도배를 했고 학교는 훨씬 산뜻해졌다.



이런 이유로 3월부터 원래의 커리큘럼대로 진행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격주 금요일마다 트래킹을 가게 되었다. 3월엔 통인시장롯데월드를 다녀왔고, 4월엔 어린이대공원평화의 공원을 다녀왔다. 두 달 동안은 원래의 계획에 맞게 두 번씩 트래킹을 다녀온 것이다. 

하지만 5월엔 단 한 번도 트래킹을 가지 못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 때문에 누군가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런 건 아니다. 5월엔 행사가 많은 관계로 그랬을 뿐이니 말이다. 첫째 주엔 단기방학으로, 둘째 주엔 남이섬으로 단체여행으로, 셋째 주엔 요리수업으로, 넷째 주엔 리빙 라이브러리가 진행됨으로 트래킹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달 동안 트래킹의 ‘트’자도 나오지 않으며 보내다가, 6월이 되어서야 ‘트’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것이니, 어찌나 생소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후기는 ‘정말 오랜만에 트래킹을 가는 느낌’이라는 말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 5월엔 전체여행을 갔고, 여러 일들로 트래킹은 할 수 없었다.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합니다

     

원랜 남한산성에 가는 것이었다. 남한산성에 가는 방법은 마천역에서 모여 산을 타고 서문까지 올라가 산성을 타고 트래킹을 하는 방법과 성남에서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에 도착하여 걸어 다니는 방법이 있다. 지금껏 남한산성을 갈 땐 등산코스로만 잡았기 때문에 마천역 루트로만 갔었다.  



▲ 2013년 3월 1일에 중등팀과 함께 마천역 루트로 올랐다. 땅을 질퍽거렸지만,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등산을 하자’는 목표가 아니라, ‘남한산성의 계곡에 가서 놀면서 쉬고 오자’는 목표였다. 그래서 10시까지 산성역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제 시간에 모이는 아이들은 이때도 예외가 없이 제대로 모였으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이때도 늦었다. 현세는 15분가량 늦었으며, 민석이는 야외활동 때는 거의 늦지 않지만 이때는 특이한 상황 때문에 늦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으나 민석이가 쓴 후기를 읽어보니,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타는 바람에 늦었다고 하더라. 요즘 민석이가 정신을 어디에다 팔고 다니는지 영 알 수 없기도 하다. 최근에는 거의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잠을 자기에(늦게까지 단체톡을 하며 새벽시간을 즐긴다는 후문이 돌고 있음), 학교에 오면 거의 정신이라도 있고 없고한 상태(이런 걸 전문어로 ‘넋이 나간 상태’라고 함)이니 말이다. 민석이가 쓴 후기에서 ‘내가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건지’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여서 정신이 혼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 늦은 현세가 부랴부랴 개찰구를 통과하려 하고 있고, 지민이는 그런 현세를 처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모임시간에 늦는 아이들에게 고함

     

지훈이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혀 받지 않는다. ‘오늘은 나오지 않으려 아예 맘을 먹었나 보다’고 판단을 하여 우리끼리 출발하기로 했다. 2번 출구로 나가 버스정류장에 섰다. 시간이 간당간당하다. 아침 7부터 저녁 9시까지는 30분 안에 환승을 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미 시간은 10시 26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산성역의 개찰구를 나올 때가 몇 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9시 57~58분 사이였을 것이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환승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요금을 두 번 내야할 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늦는 사람 탓에 먼저 온 사람만 피해를 입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 9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다행히 9번 버스는 곧바로 왔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과연 환승이 될 것인가? 아이들이 먼저 탈 수 있도록 뒤에 서서 상황을 살펴봤다. 환승이 되느냐의 여부는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면 “감사합니다(학생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환승시간이 지난 것이고, “환승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환승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탈 때 보니 태기와 성민이는 환승이 되지 않았고, 지민이는 환승이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니, “환승입니다”라는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 

늦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건 바로 이것이다. 룰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면 피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 시간을 지킨 사람이 오히려 늦은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한다면, 그건 기가 막힐 노릇이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엔 ‘제 시간을 맞춰서 가는 사람이 바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석이가 쓴 남이섬 여행기엔 아예 “막상 이렇게 늦게 오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출발 시간이 늦어지니, 나 역시도 ‘한 10분쯤 늦게 가면 딱 맞겠지’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더라”라는 말을 쓴 것이다. 

그렇기에 매번 늦는 아이들은 한 번쯤은 제 시간에 맞춰 오려고 애쓰는 아이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당연히 어쩌다 한 번은 늦을 수 있지만 그게 너무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시간과 돈이 중요한 만큼,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건 중요하니 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관점을 바꾸고, 이해심을 넓혀 최대한 나로 인해 제 시간을 지키려는 아이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시간을 지키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작년 마무리 여행인 유명산 여행 때 회의한 내용. 아이들도 늦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만을 첫 줄에 담았다.




9번 버스는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트?

     

버스엔 사람들이 가득 탔다. 아무래도 어느덧 봄날이 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계절이다 보니, 더 뜨거워지기 전에 푸르른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남한산성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일 거다. 그래서 우린 앉지 못하고 서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가 어찌나 난폭하게 달리던지 마치 롤러코스트를 안전장치도 없이 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도로마저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성보경영고등학교 옆 도로인 ‘논골로’를 달릴 땐 심한 굴곡과 좁은 도로로 인해 더욱 휘청휘청 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기사님은 거침없이 버스를 전속력으로 몬다. 버스가 굴곡에 튈 때마다 우린 몸이 공중에 뜨며 잠시동안 ‘공중부양’의 짜릿함을 만끽해야만 했다. 그나마 산성대로를 달릴 땐 도로상태도 좋았고 폭도 넓다보니 살 것 같더라.



▲ 드디어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다시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접어들자, 공포와 불안은 이어졌으니 말이다.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2차선으로 급격히 좁아졌으며, 급커브인 길도 많아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사람들이 산성대로에서 내려 우리는 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산성으로 향하는 길을 급커브에 따라 삐뚤빼뚤 요동을 치니 없던 멀미까지 일어날 지경이었다. 이건 마치 흡사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예전 길인 ‘모래재길’의 악몽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알틴에멜이란 사막으로 갈 때의 불안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 길 바로 옆이 낭떠러지다보니 더욱 무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 곡예운전이 따로 없다. 산에 길이 난다는 건 이런 거다.



기사님은 하도 그 길을 많이 운전하며 다녀서인지, 우리의 긴장과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운전하여 마침내 남한산성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늘 걸어서만 올랐던 남한산성을,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고 하니 오히려 편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도 만만치는 않았다. 우리의 ‘남한산성 트래킹’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지민이와 사진을 한컷. 우리의 남한산성 트래킹은 이제 시작된다.




목차     


1. 험난한 남한산성 가는 길

한 달 만에 트래킹을 가다

삼가 민석이의 넋에 애도를 표합니다

모임시간에 늦는 아이들에게 고함

9번 버스는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트?     


2. 남한산성에서 여유를 부리다

맛살 하나를 먹어도 행복하던 시절의 이야기

밀림을 헤치고 국청사로 산책가다

태기와 성민이의 남한산성 탈출

아이들이 고기만 좋아하나, 배고플 땐 아니거든

    

3. 남한산 계곡에서 열정을 불사르다

남한산 계곡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똘끼를 종점에 가득 채우다

남한산에서 뜻하지 않게 인디아나존스를 연출하다

남한산 계곡에서 노닐다

마지막까지도 긴장을 풀 수 없던 남한산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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