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義園 리쿠기엔 りくぎえん
숙소 근처 주택가를 한참 걸어 도착한 곳은
육의원( 六義園 리쿠기엔 りくぎえん Rikugien Gardens )이라고 하는 큰 정원이었다.
작은 나룻배가 지붕 있는 작은 공간에 보관되어 있다.
정원을 관리하시는 분의 차림도 단정해 보인다.
이렇듯 어디나
흐트러진걸 찾아보기 어렵다.
물이 더 고요해 보인다.
연못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계곡같이 서늘한 곳에 작은 오두막 한 채.
일본 전통 의상 차림의 무사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
무협만화에서 보았던 것 같은 둥근 격자창도 보이고...
잠시 낭만적인 분위기에 잠겼다.
겨울 특유의 바싹 마른 나무.
사람이 없어 적막한 곳에 까마귀들이 여럿 울고 있었다.
낭만적인 기분도 잠시,
사진을 찍느라 일행과 멀어졌던 나는 갑자기 몹시 무서워졌다.
사진 찍다 말고
뛰었다.
넓고 밝은 곳으로 나오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부지런히 걸어가니 마침내 일행이 보인다.
반갑다.
곡선 형태로 잘 정돈된 산책로 덕분에
여유를 되찾아
유람 겸 일본의 미의식 탐구.
한국의 석등과 형태가 다르다.
더 장식적이고 단호하고 견고한 느낌을 받았다.
나무 벤치 하나도 마무리 허술하지 않게.
채색을 하지 않고 나무 본연의 결을 살렸다.
다른 느낌의 나무 벤치. 평상.
바닥은 짚과 모래 흙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의자의 각진 형태로 인한 긴장감에 폭신함을 더해주려는 듯.
색은 의자와 바닥이 강한 대비를 이루고...
일본의 미감에 대한 이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나무 의자뿐 아니라
출입문과 담장 근처 휴지통 하나도
주위의 다른 사물,
건축물,
공간과 어울리도록
형태와 색감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작은 것이 만드는 작지 않은 차이.
긴장되고도 쾌적하다.
작은 것에서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일본 문화의 저력.
E의 동경 육의원 안내로 느낀 두 가지.
당시 나는 버스 한 정거장도 차를 타고 이동하던 때였는데
E는 숙소 근처 전통적인 일본의 공원에, 걸어서 우리를 데려갔다.
덕분에 일본의 도시 주택가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E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이 자전거 타기와 산책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까마귀...
까마귀가 고즈넉한 공원 한켠 나무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마음껏 울고 있었다.
비록 까마귀의 미덕에 대해선 고사성어도 전해내려 오지만
무섭다고 느낀 건 한국에서 까마귀를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어려서부터 까마귀에 대한 우호적인 관념이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성적인 이해는
머리가 하는 거고,
가슴은 이렇게 말했다.
제1의 까마귀가 무섭소.
제2의 까마귀도 무섭소.
제3의 까마귀도 무섭소.
...
제13의 까마귀는 더 무섭소.
첫 번째 일본 여행, 도쿄의 료쿠기엔 이후 만난 일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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