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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Apr 30. 2018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영화란? : 일본어 편

일본 영화는 은근히, 아주 재미없다

<외국어 공부 편 9>


1. 외국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2.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영어 편

3.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결혼으로 배우는 일본어

4.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중국어와 중국문화

5. 외국어와 문화장벽의 상관관계?

6. 외국어 배울 때 콘텐츠 잘 골라야 하는 이유

7. 보면서 배우는 외국어, 이게 최고다

8.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영화란? : 영어 편

9.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영화란? : 일본어 편


예전에 영화감독이자 배우 그리고 희극인인 기타노 다케시(北野 武)가 '전 세계에서 일본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일본인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에 나오는 일본 영화가 천편일률적이었던 점, 구로사와 아키라 이후 혁신적인 시도가 사라진 점, 배급사 위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해외 배급망은 작동도 안 하는 점, 이 배급망을 개척할 정도로 퀄리티가 있지도 않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말이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해서 일본 영화 중 히트한 것이 거의 없다. '오겐키데스카(お元気ですか)'로 유명한 '러브레터', 최근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 외에는 죄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뿐이다. 


그 자체로도 축복적인 작품 [출처 : 너의 이름은]

여기서 일본 영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니 짧게 정리하자면 지금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일본 영화가 나올 수 없다. 애니메이션의 판권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엉터리 영화가 범람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영화로 일본어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굳이 타협하려 든다면 일본어는 굳이 영화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우선 다른 나라권에 비해 문화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일제강점기를 들지 않아도 80~90년대에 일본 문물이 워낙 소리 소문 없이 들어와서 의외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문화장벽을 간단히 깨기 위해 영화가 필요한데
굳이 그런 장벽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일본 영화 중에서 공부하기 좋은 작품을 소개해보겠다.



쉔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주는 애니메이션의 일본어 미덕

[출처 : 쉔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일본어 공부 교재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강세'다. 보통 일본어를 공부한다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된다. 


성우의 연기 포인트가 틀리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용어를 쓰고, 억양도 일본인의 그것이 아니라 강조된 억양을 쓴다. 일상생활의 그것과는 많이 틀리다는 이야기로, 이런 억양으로 일본인에게 말을 걸면 대번에 오타쿠 소리를 듣는다. 많이들 불편해한다. 


애니메이션 너무 좋아하면 이런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한국에서는 오타쿠 문화가 꼭 나쁘다기보다는 자기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라 연예인들도 자신이 오타쿠(=오덕) 임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오타쿠였던 미야자키 츠토무의 잔혹한 범죄의 여파가 남아있어 지금도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일본인과 친화를 위해, 그리고 대부분 비즈니스로 일본어를 쓰는 입장에서 굳이 이런 일본어를 숙지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어에 흥미를 가지게 된 순간 주력 교재에서 빼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억양, 문법 다 망가진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만은 예외다. 성우들의 경우 애니메이션 전문이 아니라 뮤지컬, 연극 경력이 있는 성우들이며, 대화의 톤, 문법, 화법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이 창조한 세계와 일상생활의 끈을 강조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 꼽자면 쉔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귀를 기울이면, 고양이의 보은 같은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이 교재로 활용하기 좋다. 그대로 따서 일상생활에 쓸 수도 있고, 억양, 발음도 그대로 흉내 내도 좋은 모범적인 교재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특히 쉔과 치히로는 모범적인 수동형 표현이 세트로 나온다. 일본어 공부하면서 능동형, 수동형에서 너 나할 것 없이 고배를 마시는 걸 감안하면? (반면 여기만 넘어가면 이후부터는 단어 외우기 싸움이다)



고백, 다카라즈카의 파워

[출처 : 고백]

내용이 좀 하드 하긴 하지만 고백은 미덕이 참 많은 영화다. 우선 일본은커녕 한국의 사회, 교육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이 봐도 왕따, 관료화된 무사안일주의 교사,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할 정도로 밀도가 높다. 솔직히 일본의 실사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저자도 (재미없으니까) 이 영화는 소설을 뛰어넘는 명작으로 평가한다. 


역시 명작 일본 영화로 꼽히는 4월 이야기의 마츠 다카코(松たか子)는 여기서 충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력은 물론 아버지도 연극배우니 유전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유전이 좋아도 파지 않으면 기름이 안 나는 법, 실질적인 능력은 다카라즈카에서 연극을 하면서 다져졌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배우가 충무로에서 나왔다면 일본의 명배우는 다카라즈카에서 나온다. 마츠 다카코, 아마미 유키, 카가와 테루유키 등 다카라즈카 출신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발음 연습, 억양 연습의 교본으로 삼아도 좋다. 그런 차원에서 고백은 일본 영화 중에서 드물게 건질만한 수작이며, 일본어 공부에도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좋다. 대사는 잘 다듬어져 있고, 난이도도 중상급 정도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대한민국 교육에도 실마리를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출처 : 도박묵시록 카이지]

카가와 테루유키로 주목할 만 하다. 이 사람이 나온다면 꼭 챙겨보기를 권한다.


이 사람은 아무리 격한 연기를 해도, 심지어 얻어맞으면서 말하는 장면 같은 게 나와도 발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똑똑히 들릴 정도다.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들도 다 괜찮아서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로또 맞은 수준이다. 


여담이지만 상당한 개념인으로 동아시아 역사문제에 관심이 많고, 일본의 잘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이를 알리는 영화에 앞서 출연하기도 한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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