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컨설팅[H] 한봉규
어떤 방법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이 '공존 공영 시스템'이 왜 단번에 부서진 것일까요?
양측이 보인 상호 협력 하의 참호전은 다양한 화두를 사회에 던지면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실제 사례입니다. '협력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이 참호전의 '공존공영 시스템'의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이 참호전에서 발생한 협력의 진화 기제는 우연한 돌연변이 또는 적자생존은 아니다. 양측 병사들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② 메아리 원칙이다. 즉, '상대를 불편하게 하면 반드시 나에게 돌아와 나를 불편하게 한다'라는 점이다.
③ 양측 병사들은 상호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복할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의사가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④ 협력은 호혜주의에 입각한다는 점을 경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익혔다. 이는 의도에 따라 진화한 것이고, 이 역시 적자생존은 아니다.
이 네 가지는 상식선에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두 가지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⑤ 윤리의식이다. 여기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한 영국군 장교가 어느 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서 밖으로 나갔더니 영국군과 독일군이 참호 위로 올라가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때 독일군 병사 한 명이 '이 일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다. 빌어먹을 프러시아 포병 놈들 때문이다'라고 소리치고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 작센 병사들이 사격은 보복을 막으려는 수단이었을 뿐 배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깨뜨린 것에 대한 도덕적 참회와 상대방의 안전을 걱정하는 염려를 전한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엑셀로드 교수는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경험이 플레이어가 누리는 보상 수준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는 협력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는 공존 공영 시스템을 무너뜨린 기습작전 시에는 아군에 대한 윤리의식으로 발전했다. 이를테면 죽은 전우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자신은 도덕적이고 적절한 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양상으로 진화한 것이다. 즉, 협력과 배반은 게임 상황에 따라 스스로 강화하는 특성을 발견한 것이다.
⑥ 남은 한 가지는 형식적 의례이다. 이것은 서로의 공격을 서로가 모두 예측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군의 목표물 선택, 사격과 포격 시각, 발사 횟수는 너무나 규칙적이었고, 심지어 다음 포탄이 언제 떨어질지 1분 오차로 맞추기까지 했다. 이는 독일군 진영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독일군 병사는 영국군의 저녁 포격은 7시면 시작되었다. 얼마나 규칙적인지 그걸 보고 시계를 맞출 지경이었고, 목표물도 늘 동일했고, 포격 범위도 늘 일정했다고 기록했다.
이런 형식적 의례는 지휘부에는 전투에 진심이라는 측면을 알리고, 상대방에게는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로 작용했으며, 우리는 전쟁의 고통 속에 함께 생활하는 동료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엑셀로드 교수는 애시워스 글을 인용해서 전했다. 또한 엑셀로드 교수는 적대적 관계에서도 협력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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