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협력 안 함일까요! 우스개 소리였습니다. 협력의 반대말은 죄수의 딜레마 입장에서는 배신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Edouard_Manet_-_The_Balcony. 1869.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해 성공한 아마존, 전자책 시장을 놔둘 리가 없습니다. 선점의 효과는 이미 본 상태였지요. 한데 전자책 시장이 생각보다 확산 속도가 더뎠다고 합니다.
2014년 아마존은 파격적인 균일가 정책을 냈습니다. 최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를 포함한 모든 전자책을 9.99달러(한화 12,000 안팎)에 판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가격 정책은 일부 출판사로부터 거센 항의를 당연히 받았겠죠. 특히 고화질 사진을 포함하고 있거나 특별한 노고가 깃든 책을 그렇게 균일가로 팔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아마존은 일단 알았다고 답변을 했고, 이 답변을 들은 몇몇 출판사는 항의를 멈추고 기다렸습니다.
한데 그 기다리는 동안 항의한 출판사가 낸 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썩 좋지가 않았습니다. '배송이 더디다', '할인율이 낮다', '재고 부족 메시지가 기간이 너무 길다' 등등이 그것입니다. 출판사는 당황했죠. 왜냐하면, 그 일은 아마존이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는 내막을 알고 나서야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마존은 항의를 한 출판사 책에게만 나름 특별한(?) 대우를 한 것입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보복입니다. 결국 출판사는 항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플랫폼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섭습니다.
이런 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은근히 자주 있는 일입니다. 요즘 같으면 '아마존 갑질'이라며 사회의 뭇매를 맞고 균일가 정책을 바꾸겠다고 했겠지만 아마존은 이 정책으로 전자책 시장도 석권했고, 곧 우리나라 시장도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 정책을 쓸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정책으로 재미를 본 아마존이 한국 시장이라고 그냥 둘까 싶습니다. 이 정책을 분명 국내 시장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국내 출판사 입장은 과연 협력일까 거절일까. 그 입장이 또한 궁금합니다.
Robert Axelrod’s (1984)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로버트 엑셀로드 교수는 간혹 학생들을 플레이어로 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목표는 각자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고, 1점 당 1달러씩 버는 일이라고 동기부여하면서, 가능한 최대한 많은 '달러'를 버는 게 목표이니 각각의 라운드 별 점수가 높거나 낮은 것은 의미 없단 것이 조건이라는 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진지하게 달러벌이에 나섭니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했고, 그때마다 자신의 점수를 비교할 기준을 찾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때 한 학생이 앞서기 위해 혹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 '배반'을 선택하면, 배반을 당한 상대방도 곧바로 배반을 선택하면서 두 사람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고 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더 잘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은 게임을 망치고서야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모습은 한 번씩 배반을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협력을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데, 그 상대방은 이 협력이 진심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었고 설마 협력을 회복한 다음 곧바로 배신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이용만 하려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했지만 결국 상대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엑셀로드 교수는 '질투는 스스로를 파괴한다'라는 게임 평을 학생들에게 전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비교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이 기준은 '상대방이 거둔 성공'이라는 것입니다. 비교 기준으로서 상대방의 성공을 목격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 성과를 폄하하려는 시도를 하고, 그 시도가 배반이라는 행동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질투라고 했습니다.
결국 질투심은 배반의 배반을 낳으면서 보복의 악순환을 만들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이기는 격투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러한 태도는 쓸모없는 일에 비용을 쓴 꼴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로 게임에 참여해야 할까요?
엑셀로드 교수는 '더 나은 비교 방식'으로 상대방이 지금 내 처지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아마존이 전자책 균일가를 제안했을 때 출판사는 곧바로 반발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협력할 때와 반발할 경우 아마존은 어떻게 대응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숱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 시뮬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팃포탯 전략의 1등 비결은 고득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팃포탯은 단 한차례도 상대방 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팃포탯이 가장 유능한 전략이 된 데에는 상대방을 쓰러트렸다기보다는 상대방과 함께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입니다. 즉,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상대방으로부터 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아마존 전자책 정책에 출판사는 거세게 반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정책을 성공시키는 데 협력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주목도가 높은 웹페이지 위치를 따 내는 정도라면 아마존도 상대 출판사 출판물의 노고를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긍정적으로 임했을 것이고, 이 협상이 성공했다면 출판사는 '배송', '할인율'과 같은 보복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의 시사점을 가깝게는 내 삶과 내가 속한 조직 또는 팀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그중 자신의 점수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대방의 점수와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질투심을 촉발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동료의 성공을 질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함께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팃포탯)전략이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