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사랑과 용돈 중 용돈이 최고다. 올해에는 엄마를 먼저 언급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해 편지에는 엄마가 없었다. 게임하고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최고였다.
4학년이 되며 용돈을 올려준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큰 아이 둘은 어린이날 받은 용돈을 들고나가 탐험과도 같은 첫 버스 타기를 했다. 버스 타고 시내 서점에 갔다. 소년들은 탐험 끝에 책 네 권을 서점 이름이 찍힌 봉다리에 넣어 달랑달랑 들고 왔다. 몇 번 버스를 타야 했다며 저희들끼리 활기가 넘친다.
지난 내 생일도 그냥 넘어가버려 얼마나 속이 상했던가. 기념일을 잘 챙기지는 않지만 그날 하루 기분이 많이도 저조했다. 그래서 선물을 주는 것도 연습이라며 부러 보냈다. 커서도 부모의 생일을 잊지 말라는 무언의 교육. 참 이기적인 엄마다. 제 아버지의 생신은 신경도 안 쓰면서.
그러나 아들이 건네주는 책 선물보다 소년들의 첫 버스 타기에 더 관심이 가는 엄마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도 책 보다 아들이 더 좋은가보다.
어버이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어버이날을 축하합니다! 오늘 재미나게 보내세요. 그리고 죄송해요. “
언제 기분이 상했었냐는 듯 평소 목소리 그대로 이런저런 말씀을 한다.
일을 하다 저녁 시간에 또 전화를 하니 이리저리 시골장터 구경도 다니고 드라이브하고 맛난 것도 드셨단다. 시내 나오셨다길래 들러 가시라고 했다.
10년 커피숍을 하면서도 아버지가 오신 건 열 손가락이 안 꼽힌다.
노랑 봉지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시럽을 조금 넣은 따뜻한 라떼를, 어머니는 수제 유자차를 내 드렸다. 함께 오신 친척어르신 내외분도 나란히 앉으셨다. 남편과 내가 다 만든거라니 부른 배로 케이크 한 조각을 서로 미루며 다 나눠 드신다. 목까지 음식이 찼다고 하시며 다 드신다. 평소처럼 말씀은 없어도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커피를 드시는 내내 빙긋한 미소가 입 가에 잔잔하다.
지은 죄가 있어 당분간 전화통 불이 나게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아이들 키우면서 눈치가 백 단이 된 줄 알았는데 아버지 기분 살피는 데는 눈치코치고 뭐고 없다.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휴~~
사실 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무슨. 그리고 아빠는 어머니가 안 계실 때면 수다쟁이가 된다. 아빠랑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못 간다고 투정 부리지 말고 전화라도 자주 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