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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n 28. 2020

구독자 500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브런치 구독자가 500분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해 7월 25일 브런치에 첫 글을 썼는데 1년이 채 안되어 500분의 소중한 인연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수천,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신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이 계실테지만 저에게도 즐거운 사건이라 지난 11개월간을 좀 반추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제가 브런치를 처음으로 시작한건 2년 반 전으로 기억합니다. 기자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글쓰기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편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블로그 용도로 활용해보자고 시작했습니다. 당시 브런치에서 이벤트를 했는데 분야별로 작가를 구독하면 카카오 이모티콘을 나눠줬습니다. 운 좋게 기자 카테고리 상단에 노출이 됐고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3일만에 4000명이 넘었습니다. 좋으면서도, 좋지 않았습니다. 구독해주신건 감사하지만 이모티콘을 받기 위한 구독이었으니까요. 좀 무서워지기도해서 당시 브런치를 한번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했습니다.


첫글(부자란 무엇인가 : https://brunch.co.kr/@highstem/1) 부터 가장 최근 글(정규직과 비정규직 : https://brunch.co.kr/@highstem/151) 까지. 11개월 간 총 133개의 글을 썼습니다. 저는 다른 작가분들 만큼 개인적인 컨텐츠가 많지 않습니다. 사실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라서 별다른 경험도 없습니다. 기자 생활 뒷얘기를 좀 써보려고 했다가 몇개 끄적거리다 그만뒀습니다. 기자라고 특별한 체험을 하는 건 아닙니다. 자꾸 과장하고 부풀리려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중단했습니다. 차라리 최근 시사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자고 맘 먹었습니다. 제가 당시 정치부 출입이라서 정치 관련 글을 많이 썼네요. 어차피 기사로는 못쓰는 사념들입니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신문지면에 3달에 한번씩 칼럼을 쓰는데 브런치 글을 참고해서 낸 적도 여러번 있습니다. 브런치에 시사 관련 정리하는 작가님들이 많이 계시지 않는 것 같아 '이 분야가 좋겠다'고 생각한 측면도 분명 있겠습니다.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글은 '아버지의 퇴직 https://brunch.co.kr/@highstem/114' 이었습니다. 교사였던 아버지가 퇴직 후에도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이 글이 카카오페이지에 걸리면서 조회수가 뛰었던 걸로 추정합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볼만한 브런치글 없다 https://brunch.co.kr/@highstem/102'와 '브런치를 까고나서 쓰는 반성문 https://brunch.co.kr/@highstem/115' 입니다. 좀더 다양한 분야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많이 노출되고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의 글에 대해 서로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좀 거칠게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감 혹은 지적해주셔서 신기했습니다. 브런치팀이 이 글을 메인에 걸어주셨고, 제가 본의아니게 반성문도 썼었습니다. 브런치를 아끼는 마음에 쓴 글에 많은 작가님들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후에도 브런치팀의 운영방식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다 애정에서 비롯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팀과 카카오에서 작가들의 수요를 잘 반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정치 혹은 시사 글을 많이 쓰니까 비판과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 얘기나 에세이, 육아와 요리, 결혼과 연애 등을 적으면 내 얘기니까 반론 등이 별로 없을텐데 시사 얘기는 정치적 스탠스나 이데올로기, 선호하는 당과도 연결되어 공격적인 댓글이 달린 적이 많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글이나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민주당을 지적하는 글들이 그랬습니다. 


저도 욱하는 성미라 논리적인 지적에는 반박도 하고 예의를 갖추다가도 너무 말도 안되게 '기레기'라거나 욕설을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특히 '작가에게 제안' 버튼을 눌러 제 메일로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분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브런치를 악용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신고해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는 듯해 보였습니다. 3~4번 신고해도 계속 노출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계속 주기적으로 욕설이나 비꼬는 댓글을 달아서 좀 스트레스도 받았습니다. 브런치팀에서 차단기능을 좀 만들어줬으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봅니다.


제가 평소에 신문에 쓰는 기사나 칼럼에 담지 못한 얘기를 쓰다보니 좀 과격해지고 때로는 날것의 표현을 반복한 적도 많았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좀 부끄러워서 고친 글도 여럿 있습니다. 다만 평소 기사와 칼럼을 쓰면서 민감한 것이 많아 너무 눈치를 많이 보다보니 노이로제가 걸려서 브런치라는 공간만이라도 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써보자하는 다짐이 더 강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남과 다르게, 사안의 배경에 있는 통찰을 키워가면서 제 생각을 쓰겠습니다. 지금에야 미천하지만 한 십년정도 더 하다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는 칼럼이나 글 한편 쓸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 순방 따라가서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찍힌 사진. 대통령 오른쪽 4번째가 저 입니다. 언론고시 관련 글에 이해를 돕기 위해 넣었던 사진입니다.


언론고시와 기자생활 관련 글도 꾸준히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동아일보 입사시험의 추억 https://brunch.co.kr/@highstem/11' '왜 기자가 되고 싶으세요 https://brunch.co.kr/@highstem/23' '이 시대에 젊은 기자로 살아가기 https://brunch.co.kr/@highstem/21' '언론고시 Q / A https://brunch.co.kr/@highstem/100' '내가 신문기자를 사랑하는 이유 https://brunch.co.kr/@highstem/70' 등의 글이 조회수가 높게 나옵니다. 가끔 '작가에게 제안하기'나 댓글을 통해 언론사 입사에 대해 묻는 후배님들도 꽤 계셨습니다. 뭐만하면 기레기 기더기 소리 듣는 현실에도 사명감과 꿈을 품고 언론사에 도전하려는 젊은 청춘들이 있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 브런치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브런치에 다시 가입한 것은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바람때문이었습니다. 근데 거의 포기했습니다 ^^ 보니까 브런치북 프로젝트도 그렇고 출판사 제의도 그렇고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전문성을 가지고 엮을 수 있는 에피소드나 챕터가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물론 시사 칼럼이나 글을 묶는 경우도 있지만 기자로서는 JTBC 권석천 선생님같은 내공이 없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같은 병아리는 쳐다볼 수도 없는 경지죠. 한때 한국문학을 최근 시사에 접목해 연재해볼까 했으나 그만뒀습니다. 


자꾸 책을 내야겠다, 출판사가 원하는 주제가 뭘까 고민하니 정작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못쓰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마케팅 여행 요리 재테크 등 대중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니까 좀더 실력을 다지고 더 경험하고 구상하고 해서 능력이 될때 좋은 출판사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꿈꿔봅니다. 제가 올해 34살이니까 45살 전에는 그래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 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네요. 벌써 여러권 출간하신 작가님들 대단하십니다. 특히 브런치를 통해 출판사와 연을 맺은 분들은 더 부럽고요.


저는 브런치 이외에 페이스북도 열심히 합니다. 친구가 2500여명인데 페북에 글쓰면 평균 60여명이 좋아요를 눌러주십니다. 많을때는 200개가 넘습니다. 그래도 저는 페북보다 브런치에 좋아요와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이 더 반갑고 소중합니다. 글에 있어 훨씬 더 까다로운 안목을 자랑하는 만큼 더 애정이 간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시사 관련 생각들 열심히 쓸테니까 많이 봐주시고 지적도 해주시고 같이 의견 나누시지요. 영상 만큼이나 글로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실 좋은 분들과의 더 많은 만남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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