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가 한국 경제성장의 결정요인이라고?
한국경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경제적 성취를 달성했습니다(유이한 예외는 대만?). 이와 같은 성취는 아래 <그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의 1인당 GDP(구매력 기준)을 넘어선 것은 아주 역사적인 사건이죠. 오늘은 한국이 어떻게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1910년 이후 서유럽(파란점선)과 미국(녹색선), 한국(파란네모선), 일본(붉은선), 전세계(붉은X선)의 1인당 GDP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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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선진국이 된 사례는 한국과 대만 정도에 불과한데, 대부분의 나라가 산업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아래의 여덟 가지 발전 저해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빈곤의 종말", 93~106쪽).
첫째, 최빈국들의 핵심적 문제는 빈곤 그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이 아주 극단적인 경우 가난한 사람들은 곤경에서 스스로 벗어날 능력이 없다. 너무 가난해 저축할 수 없고, 따라서 현재의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1인당 자본도 축적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자연지리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온전히 자신들의 손으로만 부를 이뤘다고 믿지만, 그들은 훌륭한 토양·풍부한 강수량·항해가 가능한 큰 강·해양무역의 바탕이 되는 수 천개의 천연 항구 등을 잊어버리고 있다.
셋째, 재정적 함정도 중요하다. 정부는 기초적 보건·도로·전력망·항구 등과 같은 공공재화와 서비스 투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빈곤해 세수가 부족하고, 정부가 무능력해 세금을 걷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이미 정부가 무거운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 문제가 성장의 큰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넷째, 통치구조의 실패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발전은 발전 지향적인 정부를 필요로 한다. 정부는 우선 순위가 높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인해 지원하고, 전국민이 쓸 수 있도록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과제를 실패할 경우, 경제도 실패하게 되어있다.
다섯째, 문화적 장벽도 중요하다. 정부가 자국을 진보시키려 할 때 문화적 환경이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지정학적 요인도 중요하다. 교역을 하려면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데, 외국이 세운 장벽은 빈국의 경제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미국 CIA에 의해 가해진 개발도상국 정부의 교체 시도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곱째, 혁신의 결여도 성장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략) 어떤 발명가가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킬 과학적 접근법을 새로 개발했더라도, 나중에 시장에서 판매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제는 발명에 대한 재산권이 아니라 시장의 크기이다.
마지막으로 인구 함정이 성장에 결정적인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중략) 빈곤한 가계는 높은 유아사망률 및 노후에 대한 보장 등의 이유로 많은 아이를 낳지만, 그 가계는 자녀의 영양·건강·교육에 충분히 투자할 능력이 없다. 또한 급속한 인구증가는 환경 및 식량자본의 고갈을 가져와 빈곤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뼈를 때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8가지의 발전 저해 요인들 중에 세 가지(1번, 3번, 6번)는 한국전쟁과 미국의 원조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의 요인들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문제를 분석하는 데, 김두얼 교수의 책 "한국 경제사의 재해석"은 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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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발전 저해 요인 중에 3가지를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원조로 해결햇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것도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책 182~186쪽)
1945년부터 1999년까지 우리나라가 받은 증여 및 양허성 공공차관(이하 ‘순 ODA’)은 약 77억 달러, 2010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450억 달러이다. (중략) GDP 대비 순 ODA는 시기별로 큰 변동을 보이는데, 1957년에 GDP의 8.5%로 가장 높았다.
생각보다 높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193~194쪽).
우리나라가 받은 ODA의 규모는 절대 규모 차원에서 보면 ODA를 받은 나라들 중에 약 20위 정도의 수준에 속한다. (중략) 그러나 인구규모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받은 ODA 수량은 중위권 정도를 차지한다.
이 통계는 이승만 정부가 생각보다 그렇게 막장은 아니었고,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를 잘 꾸려 나갔음을 시사합니다. 인도나 이집트 파키스탄 등은 아직 중진국에도 진입하지 못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즉 미국의 원조는 재정적 함정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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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 한국 경제의 성장 원인에 대해 추가적으로 살펴볼 것을 약속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혹시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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