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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Jul 13. 2019

[글 보관 7일] 집안일의 경제학

- 라문숙, 《전업주부입니다만》 中

[글 보관 7일] 집안일의 경제학

- 라문숙, 《전업주부입니다만》 中


'전업주부'를 제목에 내세운 책, 

집안일을 화두로 삼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이다. 큰맘 먹고 손을 놓으면 그다음 날에 정확히 두 배의 일거리로 되돌아온다. 식탁에 차려진 건 접시 두어 개에 불과해도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그 서너 배의 그릇과 도구가 필요하고 만든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다. 매일 정리해도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빨아도 세탁물은 넘쳐난다.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지만 손을 놓으면 당장 표가 나는 기이한 일이다.


맞다. 손을 놓으면 당장 안 한 표가 나는, 기이하기만 한 집안일. 그 미스터리.

이 미스터리에는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이 숨어 있다.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쉼 없이 하루를 닦아내야 한다. 어깨의 짐을 덜어낼 틈도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긴장감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들에게 내 몫의 무게까지 얹고 싶지 않아서 주부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월요병도 홀로 숨죽이며 앓는다.


주말, 평일의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 집안일.


처음 만난 분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줌마예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놀아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밖에 나갈 때는 ‘놀이’라고 얘기했던 집 안의 잡다한 일들에서 손을 떼는 게 찜찜하다. 미리 해놓거나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서 앞치마를 걸쳐야 마음이 풀린다. 


'그냥 아줌마'가 아닌 것을, 

온 가족 구성원을 위한 집안일이 '놀이'로 치부되지 않은 사회를 꿈꾼다.


직업을 묻는 각종 양식의 빈칸에 주부 외에 달리 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 종종 어처구니없다고 여긴다. 

- 보관 출처 : 라문숙, 전업주부입니다만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엔트리, 2018.



집안일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더는 폄훼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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