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아마도 고객이 내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고객에게 백날천날 우리 제품 좋아요 우리 서비스좀 써보세요 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응 다음 번에는 꼭 써볼게. 그래 그래.
또 어떤 고객은 대화를 하는 순간 내 전문성이나 업무지식이 대화할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면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거나 자기가 편하게 생각하는 경쟁사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버리곤 한다. 이러한 불상사들을 방지하고 고객과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스킬들을 알아보자. (직접 기술영업을 하면서 느낀점을 바탕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업무지식: Expertise
고객의 마음을 사려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려면, 선물도 주고 밥도 먹으면서 친해질 수 있겠지만 막상 영업가원이 마음에 들어 같이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전혀 업무적인 소통이 안된다면? 당연히 고객은 그 순간 실망하고 영업사원을 찾지 않을 것이다.
고객에게 솔루션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업무지식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일례로 우리 제품만 쓰는 고객에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잘 쓰시던 제품이 있고, 보니까 경쟁사 영업사원도 왔다갔다 많이 하던데 저를 선택해주시나요?" 그러자 고객은 이렇게 답했다.
물론 저 친구도 인간적으로 좋아하긴 하지. 제품도 마음에 들고. 근데 기술적으로 조언 좀 받으려고 하면 도저히 말이 안 통해. 그래서 이쪽으로는 전부 자넬 거 쓰잖아.
경쟁사는 관계만 쌓아서 어떻게든 영업사원보고 물건을 팔아오라는 곳이였고 현장교육이 상대적으로 약했기에 현장지식이 많고 기술대응이 빠른 쪽이 선택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에게 원하는 솔루션을 지체없이 제공할 수 있게끔 업무지식을 갖추는 건 대화나 신뢰의 바탕이 된다.
또한 제품을 판매하다보면 고객요청으로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출경험이 있어 리드타임이나 단가, 위험물포장, HS코드 등에 익숙해 고객 질문사항을 바로바로 답해준다면? 고객은 귀찮게 다른 데 더 물어보지 않고 바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업무에 연관된 지식은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2. 회사내부 절차, 유관부서 업무 이해
고객에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비딩(Bidding, 입찰)을 열었다고 치자. 그런데 비딩에 참여하려면 정해진 사양과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아야 하고 각종 시험성적서며 고객이 요구하는 납품일정을 맞추려면 생산팀과 논의도 필요하고 제출단가를 승인받으려면 임원진과 협의도 필요하다. 입찰참여만 해도 각종 유관부서와 협의가 필요한데 회사내부 절차나 유관부서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입찰참여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정보에 대해 고객이 물어보았을 때 유관부서에 확인해서 쉽게 대응이 가능하다.
김해시청 조직도, 홈페이지에 각 업무분장까지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라 업무분장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규모가 있는 회사나 조직은 이처럼 조직구성원들의 역할을 잘 구분해 두었는데 시간나면 다른 구성원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한번씩 봐두면 좋다.
반면 고객이 자주 쓰눈 A제품 생산에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었는데 "글쎄요, 확인해봐야겠는데요" 하면 자주 쓰는 제품 평균 생산일정도 모르냐고 되물을 수도 있으니 전반적인 회사업무절차나 소요시간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면 편하다. 고객도 정확한 답변보다는 자기네 일정을 짜기 위해 개략적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하도록 하자.
3. 고객회사 결재라인 및 업무절차 이해
영업의 Counterpart인 상대회사의 구매, 생산, 공무 등을 만나서 제품사용을 승인받을 때 그 회사의 업무절차나 결재라인을 이해하고 있으면 유리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발주처-EPC-제조사-시공사처럼 하도급이 가능한 업종일 경우, 상위발주처(결재라인 상단)을 알수록 업무대응이 손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공사에서는 스펙을 제대로 몰라 평소에 쓰던 B제품으로 쓰려고 하는데, 해당 공사에는 C제품을 써야한다고 하자. 간혹 시공사에서은 영업사원이 대응하기도 전에 B를 쓰고 몰랐으니 성적서를 맞춰달라는 식으로 요구하기도 하는데 사전에 발주처에 얘기를 해서 꼭 C제품을 쓰도록 미팅때 언급을 해달라고 하거나 시공사를 만나 발주처에 꼭 사양을 문의하고 발주를 달라고 언급하여 불필요한 업무손실을 막을 수도 있다.
또는 고객사 내부에서 최종결재라인인 팀장을 알고 있는 것과 그 밑에 차과장급을 알고 있는 게 다를 수도 있는데 차과장 선에서 잘리더라도 팀장님께 잘 말해서 기회를 다시 받거나 결재승인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결재라인을 잘 이해하고 그 성향에 맞게 자료를 만들어준다거나, 결재라인 상위와 관계를 잘 형성해서 팀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끔 만들거나 해서 유리한 방향으로 영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특히 내부 절차상 결재권자가 누구인지, 어떤 자료를 건호하는지 등 그 성향을 잘 알고 있다면 영업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 Key Person
아래 글에서 별도로 언급했듯이 결재권자이기 앞서 제품사용을 결정하는 실제 주체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Final Approver와 Decision maker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자.
5. 좋은 인간관계 유지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사나 골프 등 각종 대외활동을 같이 한다거나 선물을 한다거나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는 친구관계를 이어나간다고 보면 된다. 친구끼리 친해지려면 PC방도 가고, 밥도 같이 먹고, 이런 저런 가정사도 얘기하면서 친해지게 되고, 친해지면서 일도 같이 해보고 어려움도 처하고 이를 같이 도와주면서 더 돈독해지고는 한다.
고객도 마찬가지로 항상 좋을 수만도 항상 안좋을 수만도 없기에 상황에 맞게 친구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장기적으로 상대하기 좋을 수 있다.
아래 글에서처럼 접대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접대라는 표현이 호감이 가는 표현은 아니지만 고객도 한명의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고 어울리면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본인 색깔을 버려가면서까지 어울릴지는 선택의 문제. 개인적으로 본인 색을 버리면서까지 영업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혹은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하면 영업이라는 옷이 맞지 않는 걸수도...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내외부 내 이미지를 만들어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영업으로 일하면서 내 색깔을 잠시 안보이게 하고 싶을 때 혹은 이 회사에서 나는 다른 나의 모습으로 일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의식적으로 본인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하는 느낌인데, 장단점이 있으니 잘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