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된장찌개를
데우며
또 생각나버린
그 사람.
된장찌개를
참 맛있게 먹었지.
소리까지 내면서
내 솜씨 좋다고
웃음 가득한
반달 모양 눈을 한껏
크게 뜨고
따뜻한 찌개보다
더 뜨겁게 손을 잡아 주었지.
청양 고추를
잘 들지 않는 칼로
몽땅몽땅 썰어 넣고
비릿하지만
깊은 맛을 내주는
멸치 몇 마리 추가
달콤한 호박도
동그랗게 썰어
위에 얹으면
그를 위한
따뜻한 한 끼의 추억
준비 끝.
끓을 때까지
불을 최대한 높이고
나만큼 수다스러운
보글보글 소리 들릴 때
한 입
숟가락에 덜어
입에 넣으면
호박
달콤한 향이 먼저 코 끝에 닿고
된장
따뜻한 국물이 혀를 녹이고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어갈 즈음에
따갑도록
매운 뒷맛은
너무 많이 넣은
청양고추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뜨겁게 끓었던
국에 혀가 데었던 것일까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이런 맛이었지.
시작은 달콤했지만
너무 뜨겁게 끓어버린
마음에 데어
아프고 쓰린
매운맛.
기억하면
맛있었다고
얘기하겠지.
하지만
나에게
지금 남아있는
따가운
이 맛은
그가 남겨준
미련처럼
입안에
감돌며
사랑을 얘기할 때마다
따갑게
그의 기억을
내 눈 앞에
가져다 놓는다.
너무 매워서
나는
눈물인지
가슴속에서
나는
눈물인지 모르게
눈가에 가득
뜨거움을 남긴 채
된장찌개가
끓어간다.
그가 궁금해하던
나의 사랑은
이렇게 매운
그리움의 맛
짠 눈물의
끝에도 느낄 수 있는
회환의 맛.
그를 알고부터
예정돼 왔던
그가 남기고 간
빠알간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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