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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Sep 08. 2020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만년필이 될 거야

이 정도는 되어야 명품이지! #07 몽블랑 만년필 Le Grand 146

만년필은 나에게 각별한 문구다.

볼펜은 실용의 영역에서 함께 한다면 만년필을 감성의 영역에서 함께 하기 때문에 그 각별함이 더하다.


독일회사가 ‘몽블랑’이라는 프랑스어로 회사명을 정한 것은 상표를 등록할 1909년 당시에는 프랑스제가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였다고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저가 라인의 만년필도 판매하였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 실용의 영역은 저가의 일본, 중국 문구류에 내어주고 고급화 전략을 펼쳐 저가 라인을 모두 단종시켜 버린다. 어쨌든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으로 안착하였고 지금과 같이 몽블랑 = 고급 문구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하였다.




고급스러운 몽블랑이 아니더라도 만년필은 구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필기구이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 시승을 하듯, 만년필도 구입하기 전 시필을 한다.

어지간히 큰 매장이 아닌 이상 원하는 만년필을 모두 시필해 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시필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종이도 제한적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이미 감정적으로 차종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시승을 할 때 주행 감각은 뒤로 한 채 정해 둔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자동차가 이러한데 섬세한 감각으로 느끼고 차이를 구별해야 하는 만년필이라면, 처음 써보는 시필용 펜으로 잠시 써보고 결정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선택으로 몽블랑 만년필은 실패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처음 만년필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시필을 해보라 권하기도 하는데, 그것보다는 예산 범위 안에서 모양이 마음에 드는 만년필을 고르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면 다양한 만년필을 경험할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만년필을 단번에 골라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시필용 만년필이 잘 관리되어 그 만년필 특유의 필감을 보여준다고 보기도 어렵고, 잉크의 종류나 닙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만년필의 필감이니 우선 자신만의 기준이 될 첫 번째 만년필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알려져 있는 유명한 만년필 브랜드의 만년필이라면 사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몽블랑 만년필은 첫 시작으로 상당히 괜찮은 선택이다. 수준 높은 Reference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한 선택의 가치가 있다.


완전히 길들여진 몽블랑 만년필의 느낌은 쾌감 그 자체이다.


만년필은 다른 필기구와 달리 필압을 빼고 써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붓펜을 쓰듯 필압을 빼고 쓰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필압을 요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많은 이들은 만년필을 시필할 때 연필이나 볼펜으로 쓰듯 만년필을 잡고 꾹꾹 눌러써보고 결정해 버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경성(딱딱한) 촉으로 가늘게 글씨를 쓸 수 있는 일제 만년필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만년필은 종이가 잉크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종이 위를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필기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만년필로 필기하면 손의 피로가 크게 줄어들고 오래(장시간) 쓸 수 있다.


몽블랑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닙이 굵은 편이기도 하고, 닙의 팁(닙의 끝부분)이 이리듐(금이 매우 무르기 때문에 닙의 팁에는 단단한 금속을 붙여 놓는데 예전에는 이리듐이라는 금속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루테늄 합금 사용하지만 관례상 이리듐이라 한다.)이 크고 둥글고 단단한 편이다. 그래서 수명은 길지만 좋은 필기감을 내기까지 길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완전히 길들여진 몽블랑 만년필의 느낌은 쾌감 그 자체이다. 일필휘지의 느낌으로 쓰여지는 흰 종이 위의 잉크 자국은 글을 쓴다는 느낌보다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만년필의 최고 매력은 내 손에 맞게 길들여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필기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매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이라면 단연 몽블랑 그중에서도 최소 F, 가능하다면 M 정도의 촉을 가진 몽블랑 만년필을 사용해보길 바란다.


같은 만년필이 아닌 오롯이 당신만의 만년필이 되어간다.


오래 쓸수록 점점 더 나에게 맞춰지는 것.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그 맛이 만년필을 사용하는 맛이다.

여우는 길들여짐으로써 어린 왕자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고자 했듯, 만년필도 길들여짐으로써 당신에게 단 하나 밖에 없는 만년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져.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될 거구. 
난 너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테니까.
-어린 왕자 중



1.1 나는 가성비가 싫다.

1.2 허세가 왜 죄악이지?

1.3 이 정도는 되어야 명품이지!

1.4 돈을 주고 물건만 산다고?


2.1 다들 샤프는 30년 정도 쓰지 않나요?

2.2 부족한 3m는 내 명예로 채우겠소.

2.3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만년필이 될 거야

2.4 단돈 200원에 볼펜의 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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