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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Oct 21. 2015

중력 바라보기 _ 5화

중력 인식에 대한 균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어린 시절의 궁금증 중에서 가장 풀리지 않았던 문제는 이것이었다. 내 주변의 모든 물체는 지지받는 대상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지는데 유독 해와 달 그리고 별들만 떨어지지 않는 문제 말이다. 심지어 아주 아름다운 별똥별들도 지상으로 자신을 내던지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에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설명시켜 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놈의 중력'을 한번 적어보기로 한다.



중력 인식에 대한 균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서양 학문을 천 년 넘게 지배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에게는 저마다 ‘자연스러운’ 위치가 존재하고,  방해받지 않으면 모든 물체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위치를 향해 움직인다고 위에서 설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설명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안다. 대지가 ‘왜’ 사과의 자연스러운 위치인지 설명할 방법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결국 멈춘다고 했다. 이유는 뭘까?


천 년 넘게 절대적 권위를 누렸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및 중력 체계에 일격을 가한 사람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오는 방해만 받지 않는 다면 운동하는 천상과 지상의 모든 물체는 영원히 움직인다는 걸 사고 실험을 통해 선보였다. 우리가 중학교 교과서에서 만나게 되는 ‘관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뉴턴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생각은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듯 달도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당시에는 미친 이야기 같지만 ‘관성’을 떠올려보면 정말 흥미로운 직관이다. 지구가 달에 아무런 힘도 미치지 않는다면 달은 운동방향을 따라 똑바로 날아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져야 한다. 따라서 지구 주위로 일정한 원운동을 하는 달은 지구 중심을 향해 영원히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뉴턴은 더 나아가 보편중력 법칙(만유인력)을 이용해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와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달이 움직인다는 걸 계산해낸다. 천상과 지상의 물체가 동일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걸 증명해 낸 것이다. 드디어 1천 년 넘게 이어온 천사라는 존재를 잠시나마 사라지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우주관으로는 천체를 영원히 밀고 가는 천사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이제 천상의 물체뿐 아니라, 지상의 모든 물체도 한 천사가 똑같이 밀고 있어야 하였다. 뉴턴의 만유인력이다.


뉴턴 시대에 도착해서야 드디어 지구가 지구 위에 존재하는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물체는 서로 잡아당긴다는 것으로 설명의 방식을 전환하게 된다. 이른바 ‘만유인력의 시대’인 것이다. 잘 익은 사과는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달은 매일 밤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누군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비웃음만 돌아왔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에 대해 더 멀리 관측하고 더 알게 되고 점점 우주를 바라보는 지식이 쌓여가면서 중력에 대해 합리적인 관점에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 이 당시가 어떠한 시대였는가? 왜 중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대를 변화시켰는지를 알기 위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쓴 단편소설로 Somnium이 있다.

 

나는 중력을 자기력과 흡사한 상호적인 인력으로 정의한다. 근접한 물체 사이의 인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들 사이에서보다 훨씬 크다.
[Somnium_꿈, 요하네스 케플러]


17세기 초반에 출간된 이 책은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달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며 어찌 보면 첫 번째 과학적인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케플러의 어머니는 마녀로 찍혀서 잡혀가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무죄가 입증되었지만, 이 시대에는 기존의 세계관과 우주관에 다른 설명체계를 도입하면 바로 이단이 되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관측을 통한 만유인력의 도입은 위대한 사건이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바꾸게 된 사건이 된다.






중력 바라보기 _ 1화 / 중력에 대한 물음. 건축물로 바라보다
중력 바라보기 _ 2화 / 에녹서에 나타난 우주관과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3화 /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4화 / 그리스 시대, 변화된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5화 / 중력 인식에 대한 균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중력 바라보기 _ 6화 / 뉴턴의 선택, 빈 공간에서 서로 잡아당기는 힘
중력 바라보기 _ 7화 / 하나의 보편적인 법칙, 치명적인 아리따움 
중력 바라보기 _ 8화 / 뉴턴 이후의 중력 _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중력 바라보기 _ 9화 / 마성의 중력, 중력을 설명하는 신 설명체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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