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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Oct 23. 2015

중력 바라보기 _ 8화

뉴턴 이후의 중력 _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어린 시절의 궁금증 중에서 가장 풀리지 않았던 문제는 이것이었다. 내 주변의 모든 물체는 지지받는 대상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지는데 유독 해와 달 그리고 별들만 떨어지지 않는 문제 말이다. 심지어 아주 아름다운 별똥별들도 지상으로 자신을 내던지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에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설명시켜 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놈의 중력'을 한번 적어보기로 한다.




뉴턴 이후의 중력과 과학


물리학과 화학 그리고 천문학이 지속 발전하게 되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에 대한 의구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된다. 그 발단은 ‘중력은 어떠한 원리로 서로를 잡아당기게  되는가’였다. 물체는 서로의 존재를 ‘즉각적이면서도 동시에’ 무조건적으로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 만유인력을 이루는 핵심 사상이다. 물체가 서로에 힘(인력)을 작용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존재를 즉각적으로 인지해야 하며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이는 당연해야 한다. 18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마치 중세시대의 연금술이 다시 태어난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중력이 보여준 무한대의 공간에서의 원격작용, 마술 같은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력이라는 힘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한 물체가 진공을 통해 멀리 있는 다른 물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힘이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불합리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괜찮은 사고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무도 이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A Journey Into Gravity and Spacetime_뉴턴이 작성한 편지 일부]



드디어 아인슈타인,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드디어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원리를 통해 중력을 새롭게 드러냈다.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시공간의 왜곡이 생기고 이렇게 만들어진 왜곡 그 자체가 중력인 것이다. 고대로부터 물체가 떨어지는 이유가 그 고유스러운 성질을 향하는 것이라는 설명부터 뉴턴의 서로 잡아당기는 것이 중력이라는 설명이 존재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의 물체가 낙하운동을 하는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공간의 왜곡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지구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왜곡으로 인해 물체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움직인다’라는 것이다.




지구에서 벗어난 하늘 위의 천체들, 예를 들어 달 역시 지구라는 질량이 큰 물체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왜곡 속을 ‘아주 자연스럽게’ 운동한다는 것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원운동(사실은 타원운동)하게 되는 것 역시 달의 입장에서 바라본 최단 거리를 자연스럽게 운동한다고 기술하였다.


이로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가장 이상하게 여겨지던 ‘과연 무엇이 중력을 매개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주었다. 중력을 매개하는 매개체는 시공간 자체였던 것이다. 휘어진 왜곡된 시공간 자체가 중력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의문이 남게 된다. 이러한 시공간의 왜곡시키는 매개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 말이다. 또 하나의 의문 역시 아인슈타인은 쉽게 제시한다. 고대로부터 아래로 향하는 힘인 중력은 ‘힘’이었다. ‘중력의 그 잡아당기는 힘, 만유인력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 말이다. 매 순간 우리를 지구에 속박한 이 힘, 매 순간 물체를 아래로 향하게 한 이 힘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였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간단명료 하게 이 상황을 정리한다. 중력이란 시공간의 휘어짐에 물체들이 저항할 때 느끼는 가상의 무엇이라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해서 착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점프할 때마다 느끼는 이 무게감, 우리가 매일  아침마다 재는 몸무게는 바로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여야 할 물체들이 무언가에 의해 막혀서 느껴지는 저항력이라는 것이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에서 자유 낙하할 때 우리는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성질을 방해하는 그 무엇을 제거하는 순간 중력은 마법처럼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중력은 인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공간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중력은 척력이다. 서로의 갈 길을 방해하여 발생하게 되는 척력.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이 세상에 나온 후 과학은 미친 듯이 발전하게 된다. 일명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인 이것은 중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지금이 과학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뉴턴은 틀렸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이다. 뉴턴은 중력과 운동에 대한 강력한 이론을 제시했고, 당시 가능했던 관찰과 실험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옳았다’. 과학은 한 번에 한 장씩 쌓아 올리는 큰 건물과도 같다. 벽돌을 조심스럽게 쌓는 한, 우리는 언제나 이미 쌓은 벽돌을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더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중력 바라보기 _ 1화 / 중력에 대한 물음. 건축물로 바라보다
중력 바라보기 _ 2화 / 에녹서에 나타난 우주관과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3화 /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4화 / 그리스 시대, 변화된 중력에 대한 인식
중력 바라보기 _ 5화 / 중력 인식에 대한 균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중력 바라보기 _ 6화 / 뉴턴의 선택, 빈 공간에서 서로 잡아당기는 힘
중력 바라보기 _ 7화 / 하나의 보편적인 법칙, 치명적인 아리따움 
중력 바라보기 _ 8화 / 뉴턴 이후의 중력 _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중력 바라보기 _ 9화 / 마성의 중력, 중력을 설명하는 신 설명체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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