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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Nov 27. 2021

음식 제목으로 독자 유혹하기

작당모의作黨謨議 외전外傳 : 좋댓다구


   시작은 지극히 단순한 발상에서였소이다.

   불언치不言治와 관련된 속설, 그것을 검증해보자는 본인의 제안을 작당 선생들께서 흔쾌히 공감共感해 주셨던 것이오. 공감의 화두는 바로 ‘조회수’였소.


   ‘몇 명이 보았소’, ‘조회수 얼마를 돌파했소’, ‘기적의 조회수’, ‘소인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조회수라는 것에 글쟁이들이 이토록 천착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 게요? 본인은 정말 궁금하였소. 조회수라는 것이 돈으로 바꿔 엿을 한 통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회수를 기준으로 글의 수준을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혼자만 기분 좋은 주관적인 지표일 뿐인데 말이외다.

   이 대목에서 잠시만 짚고 넘어갈 것이 있소. 우리네 사는 것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으나 그저 기분만 좋은 것, 그것을 흔히들 뭐라고 부르오? 그렇소, 정답이오. 그게 바로 ‘마약痲藥’이오. 당연히 국법으로 금하고 있는 것이오. 밑줄 그으시오. 조회수는 마약이오. 그래서 끊기도 어렵다 하더이다.


   글 쓰는 자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름 아닌, 좋은 글을 쓰는 것이오. 좋은 글이란 무엇이오? 많이 읽히는 글? 아니오. 물론 좋은 글은 많이 읽히는 것이 맞소. 하지만 많이 읽힌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소.

   작금의 불언치에는, 많이 읽히니까 좋은 글이라고 믿는 가련한 중생들이 참 많은 것 같소. 조회수를 자랑하려는 마음의 바닥에는 좋은 글을 썼다는 착각이 깔려있는 것 같단 말이오. 그러니 작일昨日도, 금일今日도, 지금도, 조회수를 앞세워 자랑질에 정신없는 작자들이 여기저기 득시글거리는 것 아니겠소? 하물며 구독자 수 자랑하는 이들은, 아예 언급할 가치조차 없소. 역시나 그들의 글을 한 번 볼짝시면, 본인의 속이 좁은 탓인지 에휴 한숨부터 밀려 나오는구려.

   분명 불언치 팀이 추천한 글이라면 최소한의 수준은 갖추어야 할 것인데, 어떤 글은 타인에 대한 저주와 욕설이오, 어떤 글은 작문 규칙을 깡그리 무시한 비문 덩어리요, 심지어 내용 한 줄 없이 텅 빈 화면에 점 하나 달랑 찍힌 것이 추천된 것을 보았다는 목격담도 있소. 실로 통탄하지 아니할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소.


   명심하시오들. 글이 좋아서 조회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 어쩌다 운 좋게 얻어걸려 노출된 결과일 뿐이란 말이오. 이 대목에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갑시다. 그 조회수라는 것 말이오, 그것은 과연, 글을 보았다는 뜻이겠소, 아니면 글을 읽었다는 뜻이겠소? 읽었다는 양반들 또한 글의 전부를 모두 읽은 것이라 생각하오? 한두 줄만 보다가 냉큼 돌아가기 누질러 버리면, 그때는 어떻게 표시되는 것이오? 흐으음. 




   그런데 말이외다 (feat. 김상중 대감).


   저잣거리에 떠도는 소문 말이오. 불언치에서 조회수를 높이려면 이 세 가지를 다뤄라, 그 소문 들어보셨소? ‘퇴사’, ‘시어머니’, 그리고 ‘음식’. 이것을 주제로 글을 쓰면 조회수는 무조건 보장된다 하는 그런 내용 말이오. 다시 말해 ‘시어머니 때문에 퇴사하는 날 먹은 라면’. 이렇게 쓰면 조회수 대폭발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것이오.


   본인 역시 구미가 화악 당기더이다. 심지어 불언치를 뒤져보니 돈 받고 저런 잔재주를 가르친다는 사람도 있었소. 놀랍지 않소? 실로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근거 없는 망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삥을 뜯는단 말이오? 그 작자의 글은 온통 자기한테 글 배워라 천지였소. 혹시나 싶어 일일이 열어서 읽어보니 제대로 된 글이다 싶은 것은 역시나 하나도 없었소.

   그래도 남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하는 자, 어찌 군자라 하겠느냐며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신 바, 저 중 하나로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보고 싶었소이다.

   사내인 본인에게 시어머니가 있을 리 없으니 통과, 퇴사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으니 이 역시 통과, 남은 것은 ‘음식’이었소. 즉시 작당 선생들을 호출하였소.


모의의 현장


   이리 하여 작당의 선생들은 섣달 열 여드렛날 정오 반 푼을 기점으로 각자 작성하신 글을 동시에 발행해 주시었소. 작당의 좌장이신 소운 선생께서는 ‘미안한 김치죽, 감사한 김치죽’을, 작당의 보석인 민현 선생께서는 ‘게국지 먹어야 하는데’를, 작당의 구심점인 진샤 선생께서는 ‘세 살 돈가스의 시한부 1년’을, 그리고 작당의 묵은 깍두기 본인은 ‘카레 나이스’를 쓴 것이오.


   일단 이틀간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소. 허나 그 시간 동안, 추론할 만한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 며칠을 더 기다리기로 하였고, 결국 발행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최종 조회수를 측정하기로 하였소.

   그 결과, 각 글의 조회수는 다음과 같소. 숫자가 작으니 눈을 크게 뜨시오.


소운 선생의 글

민현 선생의 글

진샤 선생의 글

본인의 글


   어떠시오, 그대들 보기에. 저잣거리의 낭설대로 글 제목에 ‘음식’을 넣으면 조회수가 폭발한다는 소문에 동의할 수 있겠소? 본인의 답은 ‘글쎄요’올시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저 수치들을 폭발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겨우 이거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오. 일주일 동안 수치를 모두 더한 것임을 유념하시오.

   행여 글의 수준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부 대중이 계신다면, 언급된 글들을 한 번씩 읽어주시는 것도 좋겠소. (조회수를 한 개라도 더 높이려는 낚시, 절대 아니오.) 아시다시피 본인을 제외한 다른 선생들은 다들 구독자 1천이 넘는 명名작가들이시오.


   결론을 어떻게 내릴까 고민하던 에 본인은 평소 궁금하던 바를 작당 선생들께 다시 여쭈었소.


뜬금포의 바른 예


   소운 선생은, 1-5-4-2-3

   민현 선생은, 1-4-2-5-3

   진샤 선생은, 1-4-5-3-2

   본인은, 오직 1 밖에 없음 (진심)




   이렇게 해서 저잣거리의 소문을 검증하기 위한 대략 보름간의 작업은 끝났소. 앞서 말한 대로 ‘음식 이름을 제목에 넣으면 조회수가 폭발하는가’에 대한 결론은, 다시 말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소.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불언치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제목 짓기도 물론 무시할 요소는 아닐 게요.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글의 내용, 글의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는 여러분의 이견이 없을 줄로 믿소. 또한 좋은 글의 정의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생각은 서로 비슷할 것이라 가늠하는 바이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소재를 보기 좋게 정리하고 정성 들여 퇴고한 다음, 마침내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순간의 희열, 그 즐거움에 비할 것은 이 세상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오. 사실 그 즐거움과 기쁨이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소?

   일단 발행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오. 조회수란, 그저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꽃, 기도하고 잠든 밤 동안 내린 눈, 돌아누운 아가의 맑은 웃음이오. 우리가 의도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뜻 이외다. 그러니 그것만을 좇다가 정작 글쓰기의 본질에 소홀히 하는 누를 절대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말이오. 오늘도 좋은 글을 쓰고 계신 수많은 작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본인이 구호를 남기겠소.


좋댓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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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심을 다해 창작에 매진, 언제나 좋은 글을 발행해 주시는 사만 칠천 불언치 작가들에게 좋댓다구 이상의 선물이 어디 있겠소? 자, 모두 따라 하시오, 좋댓다구, 좋댓다구.


   발음을 문제 삼아 행여 이상한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자, 마음속에 마구니가 들어있는 것이오. 그런 자들은 모두 국법에 따라 엄히 벌할 것이며, 엄벌에 처해질 경우, 정말로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바이오. 반드시 명심하시오.

   이제 본인은 다시 본인의 글을 쓰러 가오. 아주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음식 이름은 절대 안 들어가오. 제발 믿어 주시오징어. 끝.




 Image by Excellency Ha-Oh, Kwak 





4인 4색, 결 다른 사람들이 글쓰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대로 한번 써보자는 모의이며, 함께 생각을 나누며 어울려 살자는 시도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매거진에 글로 작당 모의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수작(手作) 들어갑니다~,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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