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선물한 8개의 저녁

2년의 기록, 나를 식각(Etch)한 벨기에 도시들

by JP 정표

벨기에에서 보낸 2년은
여러 도시를 방문한 시간이 아니라,
여덟 개의 저녁을 배우고 익힌 시간이었다.


각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매번 다른 속도로 숨을 쉬었고,
매번 다른 나를 한 겹씩 벗겨냈다(Etch).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본질들이 조용히 새겨졌다.


1. 테르뷔렌 — 저녁이 나의 것이 되는 순간

숲길에 스민 노을빛,
퇴근 후 30분의 산책이 하루 전체를 다시 정렬해 주던 시간.
삶의 균형은 거대한 선택에서가 아니라
이런 작은 반복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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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겐트 — 예상치 못한 빛의 순간들

Hey Joo - 타지 생활의 위로의 떡볶이,

벨기에 예술의 정점인 ‘신비로운 어린양’을 마주했던 날.
삶의 아름다움은 계획이 아니라

‘우연’의 얼굴로 다가온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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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뤼헤 — 멈춰 서야 보이는 것들

정물화처럼 고요한 도시에서,
너무 빠르게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속도가 인생을 완성시키지 않음을,
멈춤이 때론 더 멀리 데려간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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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트워프 — 스케일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

철도 대성당 시계 아래 서 있을 때,

나는 한 사람의 미세한 패턴일 뿐이라는 사실을

묘하게도 위로처럼 느꼈다.

크게 보면 작아지고, 작아지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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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브뤼셀 — 빛과 그림자의 공존

화려한 그랑플라스와 혼잡한 도로

마음의 흔들림까지 모두 포함한 도시.

완벽하지 않기에 더 현실적이었고,

그 현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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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디낭 — 강이 알려준 여백

암벽과 강물 사이의 넓은 침묵.

비어 있음의 충만함.

‘멈춰 있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강은 언제나 흐르면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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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리에주 — 숨이 차도 올라야 하는

374개의 계단을 오르며 깨달았다.

답을 찾지 못해도

올라야 하는 순간들이 삶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정상에서 본 풍경은 성과가 아니라

나를 밀어 올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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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루벤 — 미래와 과거의 숨결이 만나는 곳

IMEC 타워와 KU Leuven의 고딕 건축물.

미래와 과거가 손을 맞잡은 도시에서

성장은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히 쌓인다는 걸 배웠다.

루벤은 내 일상이 가장 깊고 편안하게 숨 쉬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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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개의 저녁이 내게 가르쳐준 문장


벨기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느끼는 삶이다.”


나는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바쁜 곳에서 벗어나야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여유를 선택하는 마음

나를 살게 한다는 걸.


도시는 배경일뿐이었다.

결국 나를 바꾼 건

나의 속도, 나의 시선, 나의 마음이었다.


Etch the Life — 다시 걷는 삶을 위하여


벨기에의 8개 도시는 끝이 아니다.
그곳에서 배운 저녁들은
한국에서의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내 속도를 다듬고, 마음을 식각 하고,
삶의 본질만을 남기려 한다.


Etch the Life 유럽 — 벨기에

JP 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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