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클라우드 김우영 선임
[더 토크뷰]는 마케터가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마케터, 개발자, 디자이너, 그리고 CEO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지인이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뭐 하나 즐거운 일이 없고 주변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긍정하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습관을 들이는 거냐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대요. 일상에서 길을 걷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봐도 눈에 안 좋은 것부터 찾는다는 거죠. '저 사람은 촌스럽네', '저 사람은 옷색깔이 안 어울리네', '저 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데도 그들의 단점부터 본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 저도 그런 것 같았어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서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것부터 떠올리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얼마나 부정으로 똘똘 뭉친 인간인가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뭘 어쩌란 거냐? 길을 지날 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장점을 3초 안에 3가지 이상 찾아보라는 거예요. 훈련이 잘 되면 5가지 이상. 그게 뭐 어려운 일일까 싶어서 한동안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5가지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자꾸 눈에 안 좋은 부분부터 들어와 머리를 잠식해 버리는 거 있죠.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3초 안에 3가지 이상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보는 거예요. 이게 습관이 되면, 마음을 잘 지탱해 주는 코어 근육이 붙어 주변이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세상을 긍정하며 잘 버텨낼 수 있게 되거든요. 무슨 긍정타령이냐고요?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이 바로 마녀와는 정반대로 긍정으로 똘똘 뭉친 초긍정의 아이콘이거든요. "왜 이런 일이 내게 떨어졌지?- 뭐 어쩌겠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면 재미있게 하자.", "일이 쉽지가 않네-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만들어 가면서 하면 되지 뭐."
마녀가 방정맞게도 제 귀를 의심하며 "요즘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로 일을 하는 분이 있다고요?" "진짜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해오신 거예요?"하고 반문을 여러 차례 했답니다. 뭐, 이렇게 말하니 마녀가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그 정도에 놀라나 하실 수도 있겠네요. 고백하자면, 올바르게 잘 살아 보자고 노력은 해왔으나, 주변에 일을 찾고 즐거움을 스스로 창조해 내는 사람은 많이 못 봤거든요.(갑자기 너무 슬프네요. 또르르르)
"저는 그냥 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없는 건 없는 거 대로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힘든 건 힘든 거 대로 해내는 보람이 있어 재미가 있어요. 사람도 저는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상대에게 마음속으로 옐로카드(yellow card)를 막 던지다가도 막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단점은 다 잊고 그냥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차분하지만 명랑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진솔함이 묻어나 더는 "진정인가요?"라고 되물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지 낯선 캐릭터가 아닐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처음 만난 그녀에게서 낯선 향기는 나는데 왠지 모를 정이 퐁퐁 샘솟는 거예요. 마녀는 일맛을 알고, 일맛을 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글은 사심 가득한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그녀를 소개해야겠네요. 낯설지만, 정이 가는 그녀는 바로!
김우영(선임): 재미있어서 그냥 마케팅을 하는 사람
바닥부터 실무로 몸으로 부딪쳐 업무를 한 사람이라, 거창한 용어나 이론은 모르지만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마케터.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저는 B2B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는 8년 차 직장인 김우영이라고 합니다.
우영 선임님은 어떤 사람이세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고 하면?
- 재미를 찾는 사람.
설명드리면, 제가 지적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알고 싶어 하는 분야가 많아요. 어떤 것을 알고 싶다, 하면 그것이 쉽든 어렵든 그냥 찾아보고 알아보며 공부해요.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대신 넓게 아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하하하. 그런 것들이 저는 다 재미있어요. 뭔가를 공부하고 새롭게 찾는 것. 저는 그런 사람인 거 같아요.
예를 들자면?
- 최근 IT 분야의 지도 교수님 지도 하에 '가상인간'에 알아보게 되었어요. 가상인간이 향후 보편화가 되었을 때 인격체로 볼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 해외 사례들을 연구해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재미를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이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런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사회적 반응을 살피고 연구하는 일이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이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기술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라. 저도 관심이 가는데요. 흥미와 재미를 넘어 사회가 제도적으로 고려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연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기술이 있다면?
- 가상인간. 알파세대의 경우는 가상인간에 당연히 관심이 있는 것 같고요. 팬층도 두껍게 쌓이고 있는 것 같았어요. 10년 후면 그 영향력이 크게 미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기술로만 생각하는데,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그것도 B2B분야에서.
- 첫 직장에서 처음에는 기획팀에 있었어요. 기업에 마케팅 담당자가 있었는데,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마케팅이 공석이 된 거예요. 그때 신입이었던 제게 마케팅 일이 떨어진 거예요. 제가 당시 기자 미팅을 한번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이유가 되어 '네가 해봐라'가 된 거죠. 전임자가 발령을 받고 바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참 아득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아, 어쩌다 마케터가 되신 경우군요. 웃픈... B2B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워낙 흔한 일이라, 또 마음이 쓰이네요.
- 그래도 괜찮았어요. 조금 난데없게 느껴지긴 했지만, 말씀드렸듯이 제가 호기심이 많다 보니, 마케팅은 또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어요. 아는 바가 없으니 당연히 일이 어려웠던 건 말할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를 찾으려고 했죠. 아니, 어려운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게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당시 회사에서 구색을 맞추느라 마케팅 일을 시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런가 마케팅 업무에 있어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죠. 마케팅 입지가 좁았던 시기였더랬죠.
처음에는 혼자 '내가 뭘 몰라서 그런가?' 고민이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오기도 생겼고요. 회사 입사하고 나서부터 저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말이에요.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마케팅 업무에서 일을 하나 하려면 영업과의 협업이 잘 돼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B2B에서는 영업이 정말 중요하게 인식되잖아요. 그래서 영업 부서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것 같아요. 그게 힘들기는 했지만, 서서히 소통이 원활해지고 성과도 좋아지니 점점 일이 즐거워졌던 것 같아요.
오, 초긍정~흔치 않은 캐릭터신데요. 하하하. 혼자 막막하셨을 텐데, 영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식으로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 맞아요. 제가 긍정적인 편이긴 해요. 안 그러면 모든 일이 힘든 것 같아요. 내 일이 가치가 없는 것 같고... 나는 일개 직원인데...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이런저런 생각에 지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왕 하는 일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재미가 있어요.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짜릿함도 좋아하고요~
영업 부서와 소통할 때 영업의 이야기를 다 듣고, 그들이 요청하는 일을 먼저 해주었어요. 그러면서 신뢰를 쌓아갔죠. 그런 다음, 우리 제품에 대해 묻고, 고객의 반응은 어떤지 계속 물었어요. 고객과의 미팅 주선도 요청하고 영업의 고객 미팅도 따라다녔어요. 신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영업 담당자분들도 제 요청을 잘 들어주셨어요. 또 아이디어도 주시고 서로 피드백하는 과정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구체화시키기도 했었죠.
한 번은 실제 고객으로 연결이 안 되는 잠재고객이 있었어요. 해서 영업 담당자 이름으로 EDM을 발송하고 난 후, 고객의 반응을 함께 살피며 대화를 해나갔어요. 솔루션을 함께 찾아보려는 시도였죠. 영업 부서에 '나는 당신의 지원자(supporter)'란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꽤 열심히 했었어요.
들을수록 탐나는 인재상이신데요. 하하하. 스스로 올바른 일의 방식을 찾아내는 멋진 분이시네요 선임님은. 마케팅 직무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하신 일이 영업지원이었나요?
- PR 쪽 일을 제일 먼저 시작했어요. PR과 함께 마케팅 스토리라인을 맞추고, 메시지를 뽑고, 디자인 등을 모두 조화롭게 조율해 나갔어요. 기업과 제품에 대한 기존의 올드(old)한 이미지를 타파하고 트렌디(trendy)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많이 애썼어요.
쉽지 않은 일을 굉장히 빠르게 섭렵해 나가신 것 같아요. 사원이 그렇게 업무 체계를 갖춰나간다는 게... 아무튼 칭찬이 난무할 것 같은 직감적 느낌이 듭니다. 하하하. 이번에도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하셨나요?
- 아, 과찬에 부끄럽습니다.(정말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기회가 될 때마다 고객을 대상으로 회사 이미지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없는 거예요. 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이미지는 만들면 되니까, 제가 만들어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내용 중에 우리 회사 이미지 구축에 바탕이 될 내용으로 메시지를 만들었는데, 대표님과 내부에서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하나하나 없던 것들을 만들어 가며 일하니까 보람이 참 컸어요.
한 번은 한 기자분이 "콘텐츠는 엄청 트렌디한데, 회사 건물은 올드하네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저는 속으로 '아, 내 목표가 성공했구나' 싶어서 뿌듯하더라고요. 회사 건물은 낡았단 소리를 듣긴 했지만요.(웃음)
저라도 뿌듯했겠어요. 성공했구나, 싶은 또 다른 사례가 있나요? 하하하
- 홍보자료를 만들 때 많은 자료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자료가 너무 없을 때가 있거든요. 언젠가 한 번은 딸랑 제안서 하나만 가지고 보도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제안서를 보고 또 보면서 소구점을 찾아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했어요. 그런데 한 고객이 그 보도자료를 보고 저희 회사 제품을 선택했다고 하는 거예요. 메시지를 디자인해서 대외 이미지를 향상하고 매출에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기쁘더라고요.
'없어서 못해'가 아니라, '없으면 내가 만들어하지 뭐'라는 태도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어려운 일들을 일찍부터 해오셨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저도 주니어 시절에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존경이 절로 나오고 있어요 지금. 뭔가가 없을 때 내가 만들어 나가면 내 식대로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내가 뛰어놀 운동장을 내 스타일대로 만들어 가는 것. 이 큰 장점을 많은 마케터가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당장 눈앞이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오늘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니라 배움과 존경의 시간인 것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회사가 인정을 해주었나요?
- 네, 물론이에요. 회사에서 제 의견을 들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어요. 자율성도 부여해 주고. 그래서 제가 더 신나게,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더랬죠. 마케팅을 저 혼자 시작했었는데, 나중에 마케팅 팀의 TO를 3명까지 확보했어요. 1명으로 시작한 마케팅이 여러 명이 근무하는 부서가 되었으니,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네요. 혼자에서 여러 명의 구성원이 있는 팀으로 성장시켰다는 건 대단한 업적입니다. 또 구성원의 공로를 인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도 멋지고요.
메시지 관리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영역인데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 콘텐츠를 만들 때, 우리 이야기를 쉽고 일관되게 전달하려고 신경을 썼어요. B2B지만 쉬운 용어로 풀이하려고 하고, 친근하게 다가서려고 했어요. 설득의 트리(tree)를 짜서 팀 내 공유 및 동의를 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숫자를 찾고 관련 기술을 공부했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또 '우리 제품이 제일 좋아요'라는 식의 표현을 지양했어요. 그건 고객이 선택하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보다는 '우리 기술을 이렇게 활용하면 좋아요'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기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고 있어요'라는 메시지 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어요.
성공 사례는?
- 영업 부서와 협력자분들과 얘기를 해보고, 설문을 해보니 우리의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도입 사례와 고객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실제 도입 상황과 이용 사례(use case)를 메시지의 주요 내용으로 삼았어요. 구체적인 실사례들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내보냈더니 후발주자로 힘든 경쟁 상황에서도 제품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훌륭한 사례네요. 현재 소속 회사에서 맡고 있는 마케팅 업무는?
- 현재 NHN클라우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온오프라인 컨퍼런스, 웨비나 및 VIP 라운드 테이블 기획, 뉴스레터 기획, 마케팅 자동화 툴 운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자동화 툴을 사용하는 또는 할 수 있는 B2B 기업이 아직 많다고 할 수는 없는데, 사용해 본 후기를 공유해 주신다면?
- 저도 아직은 배우고 있는 중이라, 후기까지는 말씀드리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다만, 교육을 듣다 보니까, 앞으로 전략을 잘 짜야 제대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세팅을 제대로 잘해놓으면 효율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전 직장에서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지 못했던 거라, 직접 해보니까 실행해서 나올 결과에 대해 기대가 생기는 중입니다.
기대하는 결과가 있다면?
- 우선, 온라인상에서도 B2B 고객 여정에서 관여가 일어나나,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나 등을 확인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활동들을 세분화하고 타임라인을 짰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B2B에서 효과가 있을 때는 언제 어떤 식인지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알아보고 싶은 것들을 확인하게 되면, 꼭 공유를 해주세요. 마케팅 자동화 툴을 사용하고 싶고, 사용하고 있는 많은 B2B 마케터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좋은 기대 효과 지표들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큰 규모의 컨퍼런스를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요. 성황리에 끝났다는 기사를 봤어요.
- 네, 4천여 명 규모의 컨퍼런스였어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뿌듯했습니다.
그런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 목표와 콘셉트가 중요해요. 명확하게 세워 내부 공유와 전파가 잘되어야 행사 준비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고객의 분명한 반응도 얻을 수 있고요.
뜻하지 않게 현장에서 돌발 상황도 발생할 텐데?
- 맞아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큰 돌발상황보다는 사소한 문제들일 경우가 많아요. 고객의 소리를 들어보면, 행사장에서 이름표가 안 보인다든지 바닥에 깔린 전선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든지... 그런 피드백들을 반영해서 다음의 행사에서는 전체적인 운영에서 큰 사항들뿐만 아니라 소소한 사항들까지 소통에 더 신경을 쓰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늘 '악마는 디테일에 있죠(The devil is the devil is in the details)'. 하하하. 큰 일은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기 때문에 문제가 잘 안 터지는데, 사소한 것들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 발생의 빈도가 높은 게 아닐까 싶어요.
마케팅이란 일의 격이 뭔거 같으세요?
- 진짜 고민이 되는 질문이네요. B2B 마케팅으로만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모르는 숨겨진 것들을 밖으로 꺼내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많은 IT기업이 '우리 기술 너무 좋다'에 맞춰져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이게 좋다'라고 생각하게 하려면 그 틀 밖으로 꺼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술이 되게 하는 게 마케팅이고, 마케터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만의 성과 판단 기준이 있다면?
- B2B에서 마케팅의 명확한 성과를 인정받는 건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해서 제 경우에는, 어떤 업무를 할 때, 특히 시작할 때, 스스로 납득할만한 가설을 세우는 편이에요. 일을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업무의 타당성이 있을 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수월해지거든요. 한 업무의 시작단계부터 나만의 논리를 만들어 A부터 Z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를 하나의 기준으로 보고 있어요.
내가 그리는 마케팅 비전이 있다면?
- 일련의 마케팅과 영업 프로세스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 지표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B2B 마케터가 많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만든 지표를 활용해서 마케터들이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에서 B2B 마케팅은 블루오션이 아닐까 해요. 정량적으로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런 프로세스를 만들고 정착시키고 싶은 게 제가 그리는 비전입니다.
B2B마케팅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 거예요.
- 내부 설득이요.(웃음) 어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그 중요도가 잘 드러나지 못할 때가 많아 예산이나 참여를 이끌어내기까지, 시간을 많이 들여야 실행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 정량적 지표를 제공하려고 노력을 기울여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지표를 보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하시거든요. 또, 그분들이 생각하는 로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이분들이 이래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생각해 보고, 그분들의 생각을 녹이거나 자료를 활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요.
'마케팅이 좋다', '마케팅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면?
- 저는 전공이 경영학이었어요. 마케팅 과목을 수강해야 했을 때 무척 싫었죠.(웃음) 껍데기만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게 마케팅이라 생각했거든요. 막상 업계에 들어와 보니 숨어 있는 기술, 빛을 보지 못하는 기술이 너무 많은 거예요. 숨어 있는 기술의 먼지를 닦아주고, 그 진가에 어울리는 예쁜 포장지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이 기술들을 빛을 보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깨닫고 나니, 먼지를 닦아주고 예쁘게 포장하는 역할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마케팅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영역이 있다면?
- 영상 콘텐츠입니다. 기존 텍스트 중심에서 이제는 확실히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게 느껴져요.
근거는?
- 저희도 웨비나 영상이나 쇼츠(shorts)를 올리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 게 보이거든요. 고객의 담당자가 요즘 세대라면, 요즘 세대다운 콘텐츠를 찾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점점 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과 효과는?
- 웬만한 소셜 미디어는 다 활용하고 있어요. 효과면에서는 블로그가 가장 우수해요. 아직은 고객이 업무 시간 중에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업무 영상인데도.(웃음)
콘텐츠의 콘셉트를 잡을 때 주의하는 점이 있다면?
- 토스 같은 다른 기업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요. 벤치마킹도 중요하지만 소속기업의 뚜렷한 색깔과 메시지를 넣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군요. 개인적으로 정말 잘했고, 잘하고 있단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기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실지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지만, 과정에 있어서만큼 그렇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우리 B2B 마케터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더 드려볼까 해요.
B2B 마케터가 살펴보면 좋을 마케팅 스킬(Skill)이 있다면?
- SEO(검색엔진최적화). B2B마케팅은 없는 니즈를 만들어낸다기보다 고객이 이미 니즈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고객이 니즈를 갖고 검색을 할 때 우리의 제품/서비스가 검색에 걸려야 합니다.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노출시켜 인바운드를 노리는 건데요, 물론 노출에는 광고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고객이 더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건 자연 검색(Organic)이니까요.
SEO는 테크니컬, 콘텐츠 등의 기법이 있기 때문에 배워놓으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기 좋고, 자연스러운 노출로 인바운드를 유도하는 전략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B2B 마케터를 해보니, 이게 정말 필요한 역량인 거 같더라?
- 소속된 산업군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 역량,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어요. 우선, B2B는 산업 자체가 특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산업에서 활용하는 기술, 용어, 산업 특성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반응이나 결과가 '왜 이럴까' 싶을 때가 많은데요,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산업군의 특성에서 나오더라고요.
두 번째로 커뮤니케이션 역량. 업무 특성상 개발자, 영업, 사업 담당 등 색깔이 다른 다양한 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요, 이 분들이 각각 업무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소구점을 찾아내거나 업무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는 인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역량일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다른 분야에 비해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B2B 분야에서의 마케팅은 마케팅의 필요성부터 설득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내부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할 수 있고요. 그래서 예기치 못한 인내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B2B마케팅은 '마케팅계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내가 이 분야의 개척자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작은 성공에도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마케팅 필살기? 노하우? 가 있다면?(동료 마케터들에게 공유해 주고 싶은?)
- 저는 타 부서와 협력을 잘하는 편이고, 동시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기도 해요. B2B마케팅은 마케팅팀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고객을 직접적으로 마주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 부서를 통해 고객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제가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돕고, 저도 도와달라고 합니다. 사실 먼저 잘 도와드리는 편이에요. 그러고 나면 정보 취득 면이나 업무 협조 면에서도 수월해집니다. 거기에 인사이트도 정말 많이 얻을 수 있고, 좋은 사회 선배, 친구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여러 방면에서 큰 노하우이자 필살기라고 생각해요.
B2B 마케터들과 함께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내용에 듣고 말하고 서로 얘기해 보고 싶으세요?
- 목표 측정은 어떻게 하는지, 그 기준이 뭔지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매출이 나기까지 얼마나 마케팅이 기여했는지를 객관적, 정량적인 지표로 측정하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요. 이전에 B2B마케터 모임을 잠깐 운영했었는데, 이 부분에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성과 측정에 대해 노하우를 나누고 고충도 함께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기회를 꼭 함께 만들어 보면 좋겠네요.
B2B 동료 마케터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 업무 연장이어도 좋은데, 업무 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으면 좋겠어요.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 줄 어떤 즐거움이요. 저는 여가 시간에 테니스를 치는데요. 체력이 없어서 체력을 키우려고 시작했는데 재미가 있더라고요. 전 좋아하는 것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테니스는 못하는데 좋은 거예요. 재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있어요. 하하하.
마케터가 안 됐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아마 여행 가이드나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돌아다니고 사람들이랑 말하는 걸 좋아해서 여행 가이드도 고민했었어요. 사업은 학창 시절에 소소하게나마 장사(?)를 해본 적이 있어서요, 엄청 바빠서 잠도 못 자고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하다 보니 배우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전공 선택도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었거든요.
사실 저는 그게 뭐든 제 일을 좋아하고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의 일은 재밌는 구석이 다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8년 차 마케터 우영이가 1년 차 마케터 우영이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하는 지금이 막막하고 어려운 것들 투성이겠지만, 좋은 사람들의 도움과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들이 쌓여서 스스로 확신을 가질 때가 곧 올 거야,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웃음)
저도 함께 1년 차 우영 마케터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좋은 경험과 이야기 공유해 주어 고맙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재미로 시작해서 재미로 끝났어요. 인터뷰 내내 '재미'라는 말이 끊이질 않았거든요. 듣는 내내, 얘기하는 내내 즐거울 수밖에 없었죠. 단어 하나하나, 말하는 내용 중에 어둡거나 힘든 내용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요. 힘든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힘들어하지 않으려 마음 근육을 잘 키운 마케터라 대화 내용 중에 힘든 내용이 없었던 것이죠.
세상일도 마케팅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참 많거든요.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일을 어떻게 할지, 내 기분을 내가 어떻게 가져갈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어요. 일은 벌어졌지만, 그 일에 내가 휘둘릴 건지, 내가 그 일을 지휘할 건지 선택하는 것. 그 순간순간의 선택이 쌓여 오늘을, 지금을, 그리고 내일을 창조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세상, 회사, 마케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탓하기보다 그 상황을 내 주도로 가져오는 시도를 해보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선택을 하는 거예요. 마녀가 늘 주창하듯이, 내가 뛰어놀 운동장을 내가 만들어 보는 것! 열과 성을 다해 내 몸을 불사르며 일을 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영혼을 갈아 넣는 것은 결사반대고요.
아무리 신나는 일도 임계치가 넘어가면 나가떨어져요. 긍정적인 우영 선임님도 재미있게 일을 했지만, 번아웃이 왔었다고 해요. 너무 열과 성을 다해도 성공 뒤에 허탈감이 들 때가 있잖아요. 종종 방전이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영혼을 갈아 넣어 나 자신을 잃는 '일하기'는 누구에게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답게 일을 하고, 나라는 사람답게 일의 방식을 찾아가 보시길 바라요.
내 일을 창조하고 내일도 창조하는 마케터가 많았으면 좋겠거든요. 아시죠? 제가 얼마나 마케터들을 응원하고 있는지?!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아하고 하고 싶던 일을 업으로 삼아도 동전의 앞뒷면처럼 그 이면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게 일의 본질이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일을 할 때 즐겁게 하려고 한다. 정말 우러나와서 즐기는 일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내느냐에 따라 그 과정도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P211
우영 선임님과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사람은 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 글은 최서영 작가의 책,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에게 나오는 구절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해요.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좋은 길로 이끈다.
여러 실수와 변수에 가로막혀도 제 기준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하며 기민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점점 더 나은 세계로 스스로를 인도하는 것이다.
-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P227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