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ITM 편예원 홍보 매니저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가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치라고 더 지치라고 기운을 빼듯 온몸에서 땀을 쪽쪽 빼는 뜨거운 여름날,
뜨거운 열기가 달아오를 대로 올라 얼굴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이고
누굴 만나도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그런 날,
누군가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그런 날에 저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경쾌한 표정의 사람을 만났어요. 사실, 만나기 전 전화 통화를 했었는데 목소리가 밝고 명랑해서 저절로 제 목소리도 한 톤 높아졌지요. 목소리에 묻어나는 경쾌함때문인지 왠지 경쾌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열기를 뚫고 향한 카페에서 에어컨보다도 더 시원한 느낌을 주는 그녀를 만났어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말하고 싶어 지게 친절하고, 귀를 쫑긋 세워 경청하면서도 다정하게 맞장구를 쳐주니 말하는 내내 존중받는 느낌이었지요. 기분이 상쾌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김단 작가의 책, <관계력> 내용 중 일부가 떠올랐습니다.
친절한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상대가 하는 말에 적절한 호응도 해준다. 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여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상대의 공격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 책, <관계력> 중에서
첫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터뷰 내내 그녀가 상당한 관계력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이 뻥뻥 뚫리는 이야기와 행동을 하는 그녀가 궁금하지 않나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저는 현실적인 이상주의자, 편예원입니다.
혹시 MBTI 유형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하하
- 홍보란 일이 현실만 보여줘도 안되고, 이상만 따라가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적정한 농도로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업을 빼고 소개한다면, 인간 편예원은 어떤 사람이세요?
- 업을 빼더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하하. 실제로도 이상을 높게 가져가면서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일ㆍ잘ㆍ러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기려 하네요. 하하하. 그래도 자신을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으니 자신에게도 여유로워지시길 바랄게요.
- 네, 감사합니다. 요즘 제 자신에게도 남들을 대하는 만큼 관대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응원합니다. 이제 경력에 대해 질문할게요.
- 홍보 경력 12년 차예요. 공공기관의 홍보팀에서 2년 넘게 첫 직장 생활을 했고, 이후 민간기업으로 이직해 지금까지 기업에서만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아, 공공기관!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홍보라는 직무를 할 생각을 하셨나요? 계기가?
- 생각은 단순했어요. 정년이란 매력에 공공 기관을 선택했고, 홍보는 멋있어 보이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하하. 너무 단순했죠?!
평소 궁금했던 건데, 공공기관과 기업 홍보의 차이가 있을까요? 일하실 때 느꼈던 차이점이 있다면?
- 우선, 공공기관은 분업이 잘 되어 있어서 제 포지션을 잘 가져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로 그 일만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고 보고요. 제가 있었던 기관은 연구자의 연구자료가 중심이 되다 보니, 보도자료 작성 업무 역시 소재보다는 윤문의 비중이 컸었어요. 제가 당시 신입 시절이라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배포나 게재율에 있어서는, 확실히 어려움이 덜했어요. 다만,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 민감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부정 기사의 영향이 기업과는 다른 의미로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는 점을 늘 유념해 신중을 기했던 것 같아요.
기업은 제 경험을 기준으로, 한 마디로 '네 꿈을 펼쳐라'였어요. 정해진 체계가 없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였죠.
하하하. '네 꿈을 펼쳐라' 재밌는 말이네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 네, 맞아요. 이중적인 면이 있어요. 하하하. 제가 처음 이직한 기업에서는 그때 막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고 채용을 했던 거였어요. 제가 막상 입사를 하고 보니 아무것도 없었죠. 어떠한 체계도.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하면 누구도 그 일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몰라했죠. 어느 쪽도 막막하긴 비슷했어요. 내 꿈을 펼치는데 장애물은 없는데 뭘 어떻게 펼쳐야 할지 모르는 형국이었다고 할까요.
제 방식대로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당장 할 일 때문에 체계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임 아래 자유가 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그 책임 있는 체계를 제가 만들어 나가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러셨군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네요. 어떤 일들을 하셨어요?
- 언론사에 연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테크니컬 라이팅에도 도전해 백서도 만들어 봤어요. 하하하
어려우셨겠지만, 매니저님의 개인적 경력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힘든 만큼 보람도 컸고 많이 배웠으니까요.
일의 체계가 없으면, 말씀하신 대로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았을 텐데, 일의 순서는 어떻게 잡아갔는지?
- 우선, 기업과 기업의 서비스를 이해하고,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요소들을 도출해 냈어요. 위기 상황보다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중요했던 곳이라 재미있는 요소를 뽑아내는 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를 해야 하니 언론사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죠. 내부에 기자 리스트도 없고, 아는 기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저희와 비슷한 업을 하는 기업의 뉴스를 다룬 매체와 기자를 검색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자와 연결을 시도하면서 일을 했었어요.
기업 내부를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정말 중요한데,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고 소통을 하셨나요?
- 저는 제 스스로가 납득이 돼야 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래야 동기부여가 되고 일을 할 때 혼선 없이 확실히 할 수 있거든요. 처음 기업에 와서 우리 서비스를 제가 먼저 이해하기 위해서 영업 담당자들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알던 모르던 무작정 영업 담당자를 찾아가서 물고 늘어졌죠. 그 과정에서 제게 가장 와닿는 언어를 찾고 남들에게 설명가능하도록 노력을 했어요.
또, 제 스스로 이해했어도 기자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은 또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해서 애널리스트나 IR 담당 기자 미팅 등에 참여하면서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고 소통 방식을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영업 담당자들을 물고 늘어지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맞아요. 너무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죠. 제가 제 일하겠다고 물고 늘어진 거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귀찮아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솔직히 있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했어요. 내 존재나 부탁을 거절하고 내게 상처 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일은 일일뿐이니까요. 일 아니면야 서로 너무 좋은 동료들이니까요. 지금도 가끔씩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일할 때는 조율이 필요한 거 같아요. 초반에야 무작정 찾아갔지만, 이후에는 영업 담당자가 편한 시간을 알려주면 맞춰 찾아갔죠. 개인적으로는, 모를 때는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는 거라 생각하고 얼굴에 철판 깔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 일은 들이대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알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알아야 한다, 고 그렇게 말이죠.
멋지네요. 일의 중심을 자신한테 두고 주체적으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마인드 컨트롤도 훌륭하고요. 홍보나 마케팅이 기업 전체, 즉 다른 구성원들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보니, 담당자들이 제 할 일을 하면서도 부탁처럼 타 부서에 요청을 할 때가 많죠. 우리도 우리 일을 하고, 그들도 그들의 일을 하는 건데, 왜 우리는 도움을 요청하듯 부탁을 해야 하는 건가... 하면서 많이들 자존감이 떨어지고 성격상 그런 요청을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은데, 매니저님은 스스로 자신을 잘 다독이며 일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니저님에게 좋은 협업자란?
- 서로 필요한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길게 말하지 않고도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일을 할 땐 그런 협업자가 너무 좋아요. 하하하. 사실, 기본적으로는 추상적인 표현 같긴 한데,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좋은 협업자라고 생각해요. 제 짧은 경험상, B2B에서는 관성적으로, 늘 하던 대로 일을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주변을 설득하고, 다른 관점으로 일을 보려고 하거든요. 그런 분들과 호흡이 잘 맞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협업을 이끌어 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 상대의 일하는 타입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을 달리 합니다.
성의 없고 일하기 싫다 타입의 분들께는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고 최소한 해야 할 일만 정해서 공유해요. 사전미팅을 통해 최대한 소통해서 뼈대만이라도 받는 거예요. 뼈대를 받으면 제가 살을 붙이면 되니까요.
일의 방법을 모르는 분들께도 역시 상세한 내용으로 소통을 하는 건 마찬가지긴 한데요. 다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최대한 자세하게 내용을 공유드리면 성의 있는 피드백이 돌아와요. 일을 위해서 결국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되는 함정이 있기는 하지만, 한두 번만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일의 방법을 아시게 되니 보람이 있어요.
협업을 잘해주시는 분들께는 뭐, 두말할 필요가 없죠.
사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는, 설득시켜야 하는 사람의 기저에 뭐가 있을까, 어떤 고민이 있는 걸까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고 해요. 또, 혼자 힘으로 역부족일 때는 상대를 잘 설득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하고요.
관성대로 관습적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법은?
- 응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백서를 만들었는데, 협업하시는 분이 '특별한 게 없다, 다들 아는 내용이다' 하시는 거예요. 그분은 20년 전문가셨는데, 혼자 정리해 본 적이 없으셔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년이면 전문가시다.'라고 높여드리면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은 글'이 되도록, 정말 멋지고 돋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했어요.
너무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자신이 하는 일을 별거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각자 영역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지 알게 해드리려고 합니다.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요?
- 맞습니다. 힘들어요. 하하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 설득이 되면 너무 좋은데, 과정이 너무 힘들 때가 있죠.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아주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귀찮은 사항 없게 해 드리겠다, 고 상대를 설득하면서 미비하더라도 첫걸음을 떼는 겁니다. 첫 시도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성공률도 늘고, 좋은 호응도 느는 것 같아요.
지칠 때도 있겠네요.
- 그럼요. 그럴 때는 쉬어 가며 하려고 하고 있어요. 대부분은 영원히 설득하고 증명해야 하는구나, 평생 매번 증명해야 한다면 증명하지 뭐, 이렇게 생각하며 일하고 있고요.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초기 때는 영업부서 직원인 것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한 적도 있긴 해요. 일하다가 현타가 왔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B2B 업무 구조상 그럴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타 직무랑 비교해서 나를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내 일은 내가 제일 잘한다.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자부심을 가지려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이직한 첫 기업도 서비스 진입 장벽이 높았던 곳입니다. 누가 입사한다고 해도 바로 습득하긴 힘들 텐데, 나보다 기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과 조율을 잘 맞춰할 사람은 없다, 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었습니다.
일을 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 네, 일할 때 제 기준에 맞아야 해요. 누가 봐도 해석의 여지도 오해의 소지도 없이 명쾌해야 해요. 공식적인 콘텐츠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나 오해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자료 조사와 검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슷한 수준의 기업 자료나 결과물을 참고하면 쉽게 만족할 수 있게 되니, 이상적이라 해도 다른 더 큰 규모의 기업의 품질 높은 자료를 참고해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벅찰 때도 많을 것 같은데요?
- 네, 한때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어요. 개발자만큼 이해하고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할 정도로 쉽게 풀자고 집착을 했던 때가 있었죠. 생각해 보면, 제가 개발한 것도 아니고, 개발자가 말하고 싶은 걸 다 담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어요. 7년 동안 들어도 이해를 완벽하게 못한 것도 있거든요. 하하하. 어차피 20년 차 만 아는 거라면, 내가 지금 알아야 할 것에 집중하자고 이제는 이해하고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각 분야의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걸 찾고, 공통점을 찾아 매력 포인트를 뽑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가 이해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의 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이제는 잘 몰랐던 것들도 얘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하하.
홍보란 어떤 일인 것 같으세요?
- 쉽게 말하면, '선물 포장'이라고 생각해요. 내용물을 발굴하고 꾸미는 거예요. B2B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내용물이 기본적으로 알찬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꾸밀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고객은 내용물에 대한 경험이 있고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꾸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선물을 받을 때를 생각해 보면, 내용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게 포장이잖아요. 잠재고객의 경우는 더하죠. 내용물을 아예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하니, 선물의 매력 포인트를 뽐낼 수 있도록 포장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거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 먹기 좋은 떡을 더 잘 먹게 해야 한다, 이런 거군요.
- 네, 말하자면. 하하하.
관계 대상을 기준으로 한 홍보 업무의 비중은?
- 음, 구체적으로 따져보지는 못했는데, 대략 언론홍보 40프로, 고객 대상 30프로, 내부 30프로 정도가 아닐까 해요.
홍보를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해요. 다른 직무에 비해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게 용이한데, 제 경우에는 운이 좋게 인적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
기자를 만날 때 어렵지는 않은지?
-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해요. 기자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너무 어렵죠. 홍보는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게 본질이니까,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려고 해요. 실제로 개인적인 얘기도 할 정도로 친해진 기자들도 있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물론, 어려운 점은 있어요.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100프로 신뢰를 드리지는 못해요. 99프로까지는 내어 드리지만 1프로 만큼은 내줄 수가 없거든요. 업무 특성상, 온전히 100프로 인간관계로만 좋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에요. 제 업무 성향상 안전한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하하.
언론 관계를 구축할 때 유의하는 점이 있다면?
- 업무적으로 기저 의식은 '조심하자'예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글로 하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 업무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80프로만 한다, 이렇게 유의하고 있어요. 가까움이 업무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걸 공유하는 이유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사적으로는 120프로 얘기해 드릴 수 있어요. 하하하.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던 적이 있나요?
- 쑥스러운데요. 저는 기자 개개인을 다 좋아해요. 사람으로서 매력과 장점을 찾죠. 업계에서 어렵다고 하는 기자가 있었는데, 저는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한 번은 제가 보낸 보도자료를 보고 손댈 게 없다고 칭찬을 받기도 했죠.
보도자료 얘기가 나왔으니,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매체에 송출할 때 마음은?
- 한 글자도 고칠 일이 없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물어볼 것조차 없으면 좋겠다? 하하하
보도자료의 내용이 다 기사화되지는 않죠. 작성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 우리는 이상을 섞지만, 매체는 사실 그대로,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에 매체와 기자 입장에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작성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 내용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을 때 심정은?
- 10초 슬프고, 심기일전해요. 하하하. 슬퍼하기엔 이미 지난 일이고, 안 슬퍼하자니 자존심에 스크래치이고. 하하하. 그래서 딱 10초만 슬퍼해요. 그리고 활용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생각하며 다음 자료 작성 때 보완하려고 하죠.
반대로 활용이 많이 되었을 때는?
- 뿌듯하죠. 밥값 했구나 싶고. 한 번은 많이 활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보도자료가 제대로 활용이 된 거예요. 쾌재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서, 너무 좋아 화장실에 가서 춤춘 적도 있어요. 하하하.
홍보 전공이었나요?
- 영문학 전공했어요. 홍보마케팅이 멋있어 보여서 이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남한테 알리는 일, 대외적으로 알리고 뭔가를 좋아 보이게 하는 일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패션, 중고차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공공기관에 입사를 한 거였어요.
B2B 기업에는 어쩌다 홍보나 마케팅을 하게 되신 분들도 계신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재미없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아무도 안 했던 일이니, 내 의지만 있다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다,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일할 때 쇼잉(showing)도 필요하다고 봐요. 저도 수치로 보이는 일을 잘 정리해서 보고를 하고, 눈으로 보이는 가시적인 일들을 찾아서 했어요. 제 성격상 내부협력을 끌어내는 일이 잘 맞기도 했지만, 수치로 보여주는 일이 내부 협력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거든요.
홍보 업무를 측정하는 지표가 있는지?
- 이직 면접에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정량적 측면이 어려워 정성적인 부분을 많이 본다고. 정량적 측정 지표는 아직 어렵고,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를 어떻게 보이게 하고, 뭐가 필요하고, 여기서 무슨 일이 필요한지 계속 생각하는 걸 체화해 나간다면, 일정 수준의 콘텐츠가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지표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와 특정인만의 만족으로 끝나면 안 되니까요. ‘질’이라는 게 추상적이 면이 있어 지표화 하는 게 어렵습니다만, 계속 품질의 객관적 지표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홍보 담당자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세요?
- 현재 나가고 있는 현업 담당자 모임이 있어요. 가서 우리 기업에서 하는 일, 다른 기업에서 하는 일들이 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런데, 서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아웃풋을 내고 있는 현실, 서로의 열악함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 그때 슬프기도 해요. 제일 슬플 때는 우리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안 하는 게 없을 때에요.(웃픈 미소....)
그래서 여러 면에서 지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지칠 때는 잠깐 쉬어가기도 하자고요. 제 경우에는 일을 하다 협업이 잘 안 될 때는 협업 분량을 줄이는 식으로 일에 접근하거나, 사람이 매번 좋게 좋게만 할 수는 없으니 저 혼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거든요.
뭔가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고, 하고 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이 제일 많이 하고 있더라... 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하겠습니다. 지치지 마시라고 저도 얘기드리고 싶네요. 다른 환경에 있는 홍보 담당자를 만난다면 궁금한 게 있을까요?
-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기존 업무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가중치를 두기가 힘들 때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회사마다 다를 텐데, 새로운 일 못지않게 기존 업무 업그레이드를 잘해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홍보 직무를 끝까지 하고 싶나요?
- 지금은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우면서도 에너지 소진이 심해 이 일이 맞나, 했는데 지금은 홍보가 제게 제일 잘 맞는 직업인 것 같아요. 하하하. 앞으로 글 쓰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쓰기인데, 제 역량을 보여주고 살리면서 홍보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5년 후 매니저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 최근 가장 큰 관심사가 리더십이에요. 연차가 쌓이다 보니 업무 못지않게 팀워크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해지더라고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하면 되지만, 팀과 함께 나아간다는 건 더 넓은 시야와 더 현명한 판단을 필요로 하니까요. 또 홍보라는 업무 역시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리더십을 키우고 싶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알맞게 설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요. 그래서 5년 후에는 더 멋진 선배, 더 멋진 리더가 되어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5년 후 편예원이 지금의 편예원에게 뭐라고 해줄 수 있을 거 같으세요? 미리 상상해 말해 본다면?
- "네가 원하는 완벽이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실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어느 정도의 변화와 모험도 감수하면서 자신의 성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칭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게 있습니다. 오늘의 이 말이 5년 후에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5년 후에 멋진 리더가 되어 있을 매니저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때 다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소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어 주어 고맙습니다!
자신의 과업에서 이미 향상욕을 충족하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대화에 집중하며 상대방 자체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들은 대개 친절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 구태여 관계에 있어 우위를 점하려 하지 않는다. 타인은 본능적으로 높은 사회성을 보이는 그들에게 끌린다.
- 책, <관계력> 중에서
인터뷰를 마칠 때쯤 마녀는 편예원 매니저님에게 더 호기심을 느끼고 끌리게 되었어요. 스스로 일의 방식을 찾을 줄 알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데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요. 우리는 일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갈구하느라 스스로를 높여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종종 주변 탓, 환경 탓, 때로는 자신을 탓하며 좌절의 구렁텅이로 스스로 빠져들기도 하죠.
예원 매니저님은 탓하고 미루기보다 자신이 할 일을 찾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기준에서만큼은 올바른 일을 찾고, 제대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로 자신을 증명해 나가면서도 지치기보다 스스로를 격려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고 위로할 수 있는 건 타인이 아닌 자신뿐이라는 걸 잘 아는 관계력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요.
누구나 일을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내 일처럼 하지는 않죠. 자의든 타의든. 그런 상황에 우린 종종 직면하게 돼요. 그럴 때 우리 홍보마케터들이 '내 일은 내가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내 일을 나답게 하길 응원합니다. '네 꿈을 펼치라'는 막막한 자유 속에서도 '이 길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식의 한 길만 고집되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한테 일의 지혜를 발휘할 엄청난 힘이 있다는 걸 믿으면서 대담하게 행동하길 응원합니다.
어릴 적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면 닿을 것 같지 않은 까마득히 멀고 막막하게만 보였던 광활한 운동장이 어른이 되어 가보면 '에게~'하며 이렇게 작았었나 싶게 느껴진 적이 있을 거예요. 어린 나는 작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컸기 때문이죠. 몸도 마음도.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신나게 뜀발질 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커있을 거예요. 넘어질까 다칠까 겁먹지 않고, 한숨 쉬며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속도에 상관없이 저마다 다 성장해 있을 겁니다.
다른 더 큰 운동장에서 뛸 만큼 체력이 강해지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위로 날아오를 만큼 훌쩍 말이죠.
이번 인터뷰 글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홍보인을 만난 기념으로, 또 우리 홍보마케터들이 높이 날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YB(윤도현 밴드)의 곡 '나는 나비'를 목청 높여 부르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 <나는 나비> 중, by YB(윤도현 밴드)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여덟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
*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