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에서 항체 양성률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99%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긴 하나 집단면역은 아니라고 발표했더군요. 그 이유는 항체 효과가 약 3개월 정도 지나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행이 시작된 지 3년을 넘긴 지금까지 집단면역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른 채 때늦은 항체 조사로 과학 방역을 하겠다는 질병청과 관련 전문가들을 지켜보는 것이 참으로 딱합니다. 사회에 다른 피해 없이 국민 세금만 물 쓰듯 쓰는 일이라면 모르는 척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들이 방역이라는 미명하에서 벌여온 대부분 일은 결국 국민의 건강과 삶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가 없군요.
현재까지 질병청에서 시행했던 항체조사는 총 여섯 번으로 1) 지난 정부에서 했던 소규모 항체조사 4번 2) 현 정부에서 했던 대규모 항체조사 2번입니다. 저는 이중 전자는 통계조작 혹은 국민기만에 가까운 일이었고 후자는 세금낭비에 더하여 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지난 정부의 소규모 항체조사가 통계조작 혹은 국민기만이었는지 이유가 궁금하신 분은 “0.03%, 우리나라 코로나 항체 양성률 뒤집어보기”, “0.07%, 2차 항체조사 발표를 본 짧은 소감”, “항체 없으면 저항력 없나?”를 읽어보시고, 왜 현 정부의 대규모 항체조사가 문제인지 궁금하시면 “현시점 전 국민 항체조사는 왜 아무런 의미가 없나?”와 “1만 명 항체조사 소고”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했던 항체조사 중 유일하게 사회에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했던 것은 2022년 초에 시행했던 4차 소규모 항체조사입니다. 해당 항체조사 결과가 가진 의미는 “항체양성률 95%에 대한 나름 해설서”에서 자세히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간단하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오미크론 유행 직전이었던 2022년 1월, 자연감염을 반영하는 N 항체 양성률은 0.6%에 불과했습니다만 백신접종 혹은 자연감염을 반영하는 S항체 양성률은 93%에 달했죠. 즉, 그 당시 검출된 S항체 대부분은 백신접종 결과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2022년 2~4월 우리나라는 하루 확진자수가 수십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행이 대폭발합니다. 이는 백신접종으로 올라간 항체로는 절대로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지만,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이 항체조사가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질문조차 던지지 않더군요.
비록 질문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때쯤은 방역당국에서 <확진자수 최소화와 백신접종률 극대화>를 목표로 했던 K방역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했어야 했을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반성과 사과가 아닌 새 정부와 함께 하는 과학방역이었으며 이를 위하여 대규모 전 국민 항체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집단면역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그들이 이번 항체조사 결과에 대하여 내놓은 해석은 더욱 가관입니다. 항체양성률은 거의 100%에 도달했으나 집단면역은 아니며, 그 이유는 항체 역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라는군요.
2020년 초 이미 코비드 19 자연감염 후 생기는 항체는 2,3개월 정도가 지나면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백신 접종 후 생기는 중화항체도 4,5개월 정도가 지나면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2021년 초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2021년 내내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 완성>을 주장하면서 긴급승인으로 사용 중인 백신을 국민들에게 반강제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이제 와서 항체 역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집단면역이 아니라뇨??
항체양성률과 항체 역가가 어떻게 되든 관계없이,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는 백신으로는 애초부터 당신들이 주장해왔던 집단면역 완성이란 불가능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들이 법적,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그들은 지난 3년 동안 갇혀있었던 상자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더군요. 집단면역이란 항체양성률, 항체역가와 같은 지표로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고, 그들이 말하듯 집단면역이다, 아니다와 같이 이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닙니다. 원래 집단면역이란 인구집단이 가진 면역 수준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그 인구집단을 구성하는 모든 개인이 가진 면역력의 합으로 결정됩니다. 선천 면역과 획득 면역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한 개인의 면역력을 정량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집단면역도 정량화가 불가능하죠.
현재 통용되는 집단면역 개념은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특정 감염병 유행 종식을 위하여 필요한 백신 접종률 산출을 위해 집단 면역 개념을 수학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특정 병원체에 대한 특정 항체 양성률>을 기준으로 한 이분법적 접근만 통용되고 집단면역의 원래 의미는 완전히 잊히게 됩니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항체란 면역시스템의 일부일 뿐입니다. 혈액 내에 항체가 없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집단면역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강한 사람일수록 코비드 19와 같은 바이러스는 호흡기계 점막면역과 선천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혈액 내 항체 유무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위험군조차 코비드19 혹은 그와 유사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경험이 있다면 현시점 항체치와 무관하게 역시 집단면역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다시 만나면 면역 기억세포들이 신속하게 항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특정 시점 혈액에서 검출된 항체 하나만을 붙들고 집단면역과 추가 백신 접종을 이야기하는 질병청과 소위 전문가들의 무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유행곡선을 집단면역의 관점에서 재평가해보면 K방역이 얼마나 어리석은 방역정책이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확진자수 최소화를 목표로 했던 2020년과 2021년은 집단면역이 올라가는 것을 한사코 막기 위하여 사회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전 국민이 마녀사냥에 몰입했던 기간입니다. 그리고 2022년이 되면서 확진자가 폭발하는데 이 기간동안 최소한 2회 이상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행곡선 정점이 꺾이면서 확진자가 급감하는 패턴 자체가 바로 집단면역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유행곡선은 감염병 유행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오는 유형입니다. 오미크론 대유행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연감염으로 집단면역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자 했던 지난 2년간 방역 정책의 필연적 결과물로, 이 때 우리나라 초과사망은 세계 1위로 2020년 봄 스웨덴의 초과사망보다 더 높았음을 "한국의 초과사망, 집단면역의 스웨덴보다 더 높다"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약 2년간 최대한 억제했다가 폭발하는 양상이 아니라 일찍부터 작은 유행 곡선을 허용하면서 의료시스템 위주로 대응했더라면 코비드 19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사회적 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무증상, 경한 증상 PCR검사를 제한했던 일본은 작은 유행 곡선을 계속 허용해왔던 대표적인 사례로, 오미크론 유행시에도 초과사망이 급증하지 않았고 누적 초과사망도 세계 최하위권이죠.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은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지나가는 무증상, 경한 증상 감염이 있어야만 집단면역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건강한 사람들의 삶에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개입을 중지하는 것은 고위험군과 환자들을 위하여 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재정비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죠. 그런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K방역에 비견할 만한 어리석은 방역정책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정책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