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메일, 단 한 줄의 문장
다시 라파스. 우유니에서 돌아와 아마존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일본인 야마가 보내온 것이었다.
0 장소 : 볼리비아 라파스.
인도의 바라나시에 있을 때 만났던 일본인 여행자 '야마'(관련 글 - 박타푸르까지 갔던 사람). 그도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고 했고 인도를 떠나면 중동과 유럽을 거쳐 뉴욕으로 갈 것이라 했었다. 우리는 가끔씩 서로의 안부와 여행에 대해 묻는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여행을 하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여행자 중 하나였다. 유럽 여행을 하는 중에는 영국에서 약물 투여 임상 시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한 달씩 런던에 머물기도 했고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도 했던 그였다. 야마는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스페인을 거쳐 모로코에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뉴욕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우유니로 떠나기 전 그에게 한 통을 메일을 보냈다.
야마.
여행은 잘 하고 있나요? 나는 우유니에 다녀와서 아마존으로 갈 거예요.
마추픽추는 힘들었지만 역시 가볼 만한 곳이었어요.
다음 달 초에는 뉴욕에 도착할 것 같아요. 지금 뉴욕에 있나요?
- LC.
우유니 사막 투어를 마치고 라파스로 돌아왔을 때, 그가 보낸 답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뉴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는 일본인도 많아서 재미있어요.
다음 달에는 1달 정도 일본에 돌아갑니다.
2월 말부터는 멕시코와 중미를 여행할 거예요.
남미는 조심해서 여행하세요.
- 야마.
그와 나는 남미나 뉴욕에서 만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야마가 일본에 잠시 다녀온다면 우리는 뉴욕에서 만나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2월 초에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그는 2월에는 잠시 일본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스텔의 침대에 누워 그와 주고받았던 메일을 쭉 읽어 보았다. 그리고 한 통의 메일, 단 한 줄의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イスラエルでファヨンに会ってびっくりしました。
이스라엘에서 화연을 만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야마는 이스라엘에서 화연을 만났다고 했다. 홀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던 그녀. 화연,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다. 지금쯤 그녀는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녀도 혼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고 자신의 여행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결국은 홀로 걸어야 했던 것이다.
자신의 여행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마무리 지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글은 <만남 그것은 헤어짐과 동의어> 매거진의 다음 글과 함께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