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사드, 매장의 얼굴
꽤 오래전부터 바램이 하나 있었다.
바로 ‘브랜드 매장의 파사드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독특한 디자인에 최신의 기술을 사용한 멋진 매장을 보았을 때, 마음 한편에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떠올랐다.
다행히 현재 스타벅스에 근무하면서, 종종 매장의 파사드 디자인을 의뢰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바램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고, 디자이너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우는 다른 브랜드와는 좀 다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in-house design team에서 직접 디자인을 한다.
흔히 Pinterest나 instagram에서 보이는 유명 brand facade의 디자인 절차는 다르다. ‘뉴욕의 애플, 홍콩의 에르메스, 청담동의 Dior 혹은 Louis Vitton 모두 in-house team과 사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브랜드 팀에서 직접 디자이너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Foster + Patners, Rdai architect, Christian de Portzamparc, Frank Gehry. 혀를 내두르게 하는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회사이다. 따라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디자이너에게, 이런 브랜드와 일하는 기회는 현실적으로 드물다. 또한 브랜드 내의 In-house 디자이너는 대부분의 업무를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하는데 집중한다.
이번 글은 브랜드에서 진행한 brand facade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면서, 현재 나의 디자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해 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당신은 훌륭한 디자이너,
저희 브랜드의 Value를 담아주세요
디자이너가 브랜드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거나 혹은 in-house team에서 디자인을 할 때 매번 진지하게 고민하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브랜드의 가치관 Value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당신은 아마도 성향과 색깔이 분명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Value를 전달하는 일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것이 brand facade의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가치관에 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관심 있게 바라본 독특한 파사드를 가진 브랜드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유독 패션 쪽 브랜드가 많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심미적인 부분, 즉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별 디자인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는 영역의 범주를 좁혀 한국과 홍콩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APPLE, 군더더기 없는 파사드. APPLE 파사드는 미니멀한 외관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간결성과 로고를 시각적으로 부각시킨다. 기능적으로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건축요소인 벽면, 천장, 바닥에 심플한 디자인을 적용한다. 간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관해 전문적으로 숙련된 지식을 가진 디자이너에게 유리하다.
DIOR, 축적된 패션의 역사를 반영한 파사드. DIOR의 파사드는 패션에 나타났던 패턴(특히 Cannage patterns은 의류, 가방, 매장으로 확장되어 나갔다)과 그들의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난다. 한국과 홍콩 매장을 비교하며 발견한 재밌는 점은 한국에선 헤리티지 컨셉과 유기적인 곡선을 오브제적 측면에서 강조했다면, 홍콩에선 cannage pattern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이었다. 한국매장의 디자인이 더 특이하고 홍콩매장은 브랜드에 대한 인지성을 높이는데 집중했음을 예상해본다.
LOUIS VUITTON, ‘Damier pattern을 활용한 파사드.’ 불어인 Damier는 영어로는 chessboard를 뜻한다. monogram과 더불어 LOUIS VUITTON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패턴이다. 상대적으로 곡선이 사용된 Monogram 보다는 직선으로 구성된 Damier pattern이 건축적으로 구성하기에 더 수월했을 것이라 생각든다. 한국매장의 경우, 체크패턴이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분리되어 Dynamic 한 입면을 형성한다. 기존의 틀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멋진 시도이다.
HERMES, 지역문화를 반영한 파사드. 앞선 세 브랜드와는 달리, HERMES는 로고와 패턴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지역문화에서 발견되는 특징을 건축 입면에 반영한다. 드러내기보다는 지역과 조화를 우선시하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도시를 걷다 보면, HERMES 매장은 앞선 매장보다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지역문화와의 교감은 존중을 의미함으로 뜻있는 접근 방식이다. 홍콩매장의 경우, 대나무와 완만한 홍콩 지형을 모티브로 파사드 디자인을 선보였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어필한다.
GUCCI, 몽환적 파사드. GUCCI는 흡사 SF에 나올법한 신비로운 느낌의 파사드를 디자인한다. 재료의 레이어링을 통해 깊이함을 주고자 했다. 이는 서울과 홍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층부에는 calacatta marble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전달하고 Guccissima pattern을 통해서는 브랜드의 인지성을 높인다.
CARTIER, 금속 크래프트맨쉽과 파사드. 금속을 다루는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금빛 은빛 재료의 사용과 디테일은 마치 입면을 금속 다루듯 디자인했음을 보여준다. 재료의 절곡과 세장한 부재의 사용, 그리고 라이팅의 섬세함 배치는 그들이 원하는 크래프맨쉽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세 가지 루틴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세 가지 루틴을 발견하게 된다.
로고 혹은 패턴으로부터, APPLE / DIOR / LOUIS VUITTON 브랜드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이 방식은 이미 브랜드에 친숙한 소비자에게 매장을 알리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다양성보다는 일률적일 수 있는 접근으로 독특한 파사드 디자인의 기대감을 잃어버릴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지역의 컨텍스트로부터, HERMES 브랜드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도심 안에서 타 브랜드와 비교해 인지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지역문화를 반영함으로써 매장이 놓이는 나라 혹인 지역에 따라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지역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임으로 지역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긍정적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연상이미지로부터, DIOR / HERMES / GUCCI / CARTIER에서 보여진다. 은유로서 강한 이미지는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스토리를 통해 전달한다. 스토리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나 난해한 은유는 가독성을 떨어뜨려 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디자인한 스타벅스는?
내가 매장의 파사드를 디자인할 때, 연상이미지로부터의 루틴을 택한다. 그 이유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먼저 인지성을 높이는 것이 브랜드와 디자이너에게 서로 윈윈 하는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상 이후에 로고 혹은 패턴과 지역의 컨텍스트 루틴은 그 안에 녹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상이미지가 로고나 컨텍스트로부터도 올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에는 연상되는 이미지에 집중하고 그것을 움켜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모양이나 패턴으로 발전시킨다.
이는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얼마나 연결될까? 나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다. 스타벅스 브랜드 promise (소비자와의 가치 공유)는 ‘uplift the everyday’이다. 고객에게 집이나 일터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으로, 소중한 하루를 기원한다. 난 그 특별한 경험을 끌어내기 위해 연상의 루틴을 택하며 그것을 파사드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윗 디자인 사례는 아래 첨부를 통해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관련내용1;https://brunch.co.kr/@louis-jinwoo/5
*관련내용2;https://brunch.co.kr/@louis-jinwoo/8
*관련내용3;https://brunch.co.kr/@louis-jinwoo/7
*관련내용4;https://brunch.co.kr/@louis-jinwo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