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Flowers_아네모네/수선화/코와니/히아신스/라넌큘러스
브런치에 연재된 플라워 에세이 '일 년, 열두 달 흔들리는 꽃'이 2021년 4월 말,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판/발간됩니다.
이제 서점에서 만나요!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2월부터 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구근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직 바깥은 칼바람이 불지만 2월의 꽃시장은 봄 그 자체가 된다. 여름, 가을, 겨울의 꽃들과는 색깔부터 꽃잎의 여린 정도까지 딱 봄 느낌인 꽃들이 가득해 진다. 플로리스트로서 너무 신이나는 때가 아닐 수 없다.
아네모네는 홑겹의 심플한 꽃이지만 꽃술부분이 검은 색이다. 흰색, 파란색, 빨간색, 자주색, 보라색 등 다양한 컬러가 있지만 꽃술부분은 대체로 검은 색이다. 그래서 청순한 외모인데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강렬하다. 아네모네를 묘사할 때 종종 '천진난만한 얼굴'이라고 하는 것은 속이 모두 들여다보이는 투명함과 숨기는 것 없는 강렬한 속 얼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아직 멋낼줄 모르고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시골 소녀가 떠오른다.
따뜻한 곳에 두면 앙 다물어져 있던 봉오리도 한 시간 안에 활짝 피기 때문에 꽃시장에서 산다면 굳이 피어있는 꽃을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꽃집에서는 대체로 들여오는 동안 피는 경우가 많아서 봉오리인 상태의 아네모네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수명이 짧지만, 볼 수 있는 시기도 짧은 꽃이기 때문에 봄에는 꼭 놓치지 말아야할 꽃 중 하나이다.
수선화와 코와니 역시 비슷한 의미로 놓치지 말아야 할 꽃들이다. 볼 수 있는 시기가 길지 않다. 둘 다 줄기를 자르면 약간 끈끈한 진액이 나오는데 수선화는 이 때문에 다른 꽃과 함께 꽂아두면 다른 꽃을 시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꽂아두거나 새로 자른 단면에서 끈끈한 것이 나온 뒤, 다른 꽃들과 합쳐주어야 한다. 새로 줄기 끝을 자르면 또 액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꽂아두는 편이 편하다. 코와니는 다른 꽃들에게 해를 주지는 않지만 약간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파나 양파를 자를 때 나는 매운 향이 난다. 꽃에서 난다기 보다 줄기를 자를 때 줄기에서 나는 경우가 있어 향에 민감하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렇게 진하지는 않기 때문에 줄기를 자른지 좀 지난 후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향기는 수선화가 훨씬 향긋하다.
히아신스나 라넌큘러스는 구근식물 중 꽤 긴 기간동안 볼 수 있는 꽃들이다. 그래서 꼭 2월이 아니어도 되지만, 2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양이 늘어나고, 종류도 많아진다. 히아신스는 화분으로 많이 키우는 것처럼 작은 꽃이 가득 피어 있는 향기로운 아이이고, 라넌큘러스는 향은 거의 없지만 얇은 베일이 몇백겹 쯤 쌓인 듯 우아한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다. 웨딩부케로 많이 쓰는 하노이라는 품종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 어떤 품종을 골라도 만족스럽다. 봉오리로 된 것을 사도 천천히 모두 만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활짝 피기 전에 사서 끝까지 즐기는 것도 좋다. 다만, 속이 비어있는 줄기에 비해 꽃이 너무 커서 만개한 후에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목이 꺾이는 경우가 많으니 운반할 때나 물을 갈아 줄 때 주의해야 한다. 연약한 모습에 비해 수명이 꽤 긴 꽃이다. 그래서 봄이 끝나면 라넌큘러스와 이별해야 하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플로리스트가 적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날 '지구'를 만들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봄을 맞이하는, 깨어나고 있는 지구. 억센 치킨와이어로 틀을 만들고 이끼을 안팎으로 붙여 모스폼을 만들었다. 지구의 봄을 표현하는데 일회용인 플로랄폼을 쓸 순 없으니까.
밖으로 품어져 나오느 에너지를, 아직은 준비중이지만 누구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발전의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홍버들, 능수버들 같이 유연하고 나긋나긋한 가지들로 역동적인 느낌을, 코와니와 같은 꽃으로 움트는 봄의 설렘을 표현했다.
봄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생명을 가졌다면 그 누구라도 이유없이 봄에는 두근거리게 된다. 우리의 유전자에 봄이 그렇게 새겨져있는 것 같다.
어딘가 다른 작품을 만들 때 썼던 튤립과 스위트피가 아직은 좀 더 볼 수 있을것 같아 따로 꽂아주었다. 새빨간 티팟은 5천원을 주고 산 싸구려인데 컬러가 매우 강렬해서 적은 양의 꽃을 임팩트있게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키가 훌쩍 자란(튤립은 물에 꽂아두면 길이가 길어진다) 튤립은 줄기가 매우 휘청거리는 편이다. 휘청이는 그 모양 자체가 나쁘지 않아 꽃의 얼굴이 바닥을 향하게 그냥 두었다. 어떨 때의 꽃은 얼굴이 아니라 줄기를 보는 재미를 준다. 그 매력을 발견하는 건 꽃을 세밀히 관찰하는 나의 몫이다.
꽃이 아니라 채소들에 관심이 생겨 만들어 본 어레인지먼트였다. 아스파라거스와 근대를 마트 알뜰코너에서 발견했는데 왠지 너무 예뻐보였다. 그들의 싱그러움과 튼튼함은 꽃이 가진 섬세함과 예민함, 날카로운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원래 무성한 잎이 나야 필 수 있는 것이고, 꽃이 피는 이유는 열매를 맺기 위함이니 그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그 과정에 있는 다른 것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게 어색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화사한 봄꽃들에 함께 장식해 주었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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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_Essay: 내 속도와 방향이 당신 눈엔 불완전해 보이겠지만
2월_Essay: 결국 시작2월 과 끝의 페이지는 내가 넘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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