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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Aug 26. 2019

글을 쓰면서 달라진 것 5가지

8개월 차 글쓰기 후기


글을 쓰면서 만나게 되는 삶은 이전의 삶과는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의 속의 이야기를 글이라는 수단으로 풀어내고 싶어 시작했다. 글 쓰기란 그저 내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글을 쓰면서 달라진 것 5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내가 쓴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나의 삶과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내 생각을 풀어내는 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경각심이 엄습해왔다. 글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을까 봐 늘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내 글이 다시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었다.


특히 내 이웃이나 가족들이 구독자가 된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하는 이야기와 나의 삶과의 괴리가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생길까 봐서였다. "저 사람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실제 삶은 완전 딴 모습이잖아?", "자식 친구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하더니, 뭐야, 자기 자식한테는 저렇게 관대해?", "글을 보면 뭐 엄청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 삶을 보니 다를 게 없는데 뭐." 등의 말들을 듣게 될까 봐 무섭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현재 조국 법무부장관후보자의 말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오고 있다.)


글쓰기는 책임감을 수반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개월여 시간이 지나고 있다. 글은 나를 비추었고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빚어가는 느낌이다.




둘째, 좁은 식견이 조금씩 넓혀지더라.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일상에서 온 작은 생각들을 썼다. 쏘리라는 말에 인색한 사람으로 인해 마음고생한 이야기가 그중 하나였다. 이 글에 의사 직업을 가진 작가분께서, 그리고 북한에서 오셔서 지금은 한국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고 부지런히 살고 계시는 작가분께서, 의사들도, 북한 사람들도  쏘리라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그 댓글은 나의 편협한 생각을 조금 달리해 주었는데 두 분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직업의 특성상, 혹은 사회의 분위기 상 미안하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런 이를 조금은 비난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다.


한 번은, '내 아이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았 때'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내 아이의 왕따의 문제를 소재로 쓴 것이었기에 한 맘스카페에 내 글을 공유했었다.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은 나의 생각을 더 확장시켜주었다. 한국과 외국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원칙적으로 잘 대응해도 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도, 모진 현실에서 고민하는 엄마들도 알게 되었다.


혼자 허공에 대고 외치는 소리가 아닌, 서로의 생각을 응원하거나 질책하는 독자와 작가분들이 계셔서 그 재미가 꽤 쏠쏠하다.




셋째, 글을 쓰고 난 뒤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 '살짝' 집착하게 됐다.


'키즈카페에서 생긴 일'은 이내 조회수 3천이 넘었는데, 이게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조회수 가파르게 상승 글'이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을 보고 '어머, 이게 뭐지?' 순진했던 그 날이 떠오른다. (조회수며, 구독자며, 어떤 경로로 내 글이 노출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1도 몰랐던 말 그대로 나이브한 상태였다.)


* 보약 글, 왕따 글, 수영장 사건은 조회수 폭발 글이다. 그래 봤자 만 4-5천 정도의 조회수. 보약 글은 다음 메인에도 잠시 올라갔었다.


내 글을 어떻게 알고 들어오는걸까




넷째, 이쯤 되니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조회수가 적은 글 중에 왠지 '부심'이 있는 글들이 있다. 조회수가 높은 글이 좋은 글만은 아니라는 것. 그날의 상황에 따라, 조회수가 폭발할 수도 아닐 수도 있더라는 것. 하지만 정말 인기를 끌게 된 글(넘사벽 글)이 존재하더라. 아직 나는 넘사벽 글을 써본 적은 없고 운이 좋아 조회수가 높았던 몇 번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조회수가 1000 정도 되니 겨우 구독자 한 명이 생길까 말까 더라. 내 글을 읽고 그냥 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인데 그게 한편으로는 고맙고(짧게 소비되는 글이지만 그게 주는 쾌감이 또 있더라)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질책하게도 되더라.




다섯째, 끊임없이 글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몰입이 점점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내 안에서는 계속 쓰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그리고 내 문장이 쓸모없거나 한심해 보여서 위축되는 때가 있다. 글을 먼저 써 본 선배들이 "그래도 쭉 가라!"는 조언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에이 x, 그래, 그냥 쭉 가보자. 멈추지 말고 쓰라더라.'의 마음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지 않던 때에 비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편이고 글감을 고민하고 주위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도 귀담아들으려고 한다. 그중에 그 말들의 행간 사이에서 뭔가 고이는 게 있으면 다시 살 붙여보고 하나의 글로 쓰일만한 것인지 또 살펴본다.



Special Thanks to


절박함, 책임감, 자존심, 책망 같은 것들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지금의 나를 빚어가고 있다. 글쓰기는 이런 나를 만나게 했다. 너 글쓰기여, 나에게 이런 것들을 선물해 주어 고맙다! 브런치여, 작가님, 독자분들과 소통하게 해 주고 무딘 글을 벼리도록 도와주어 고맙다!





글 다시 보기  

1. 키즈카페에서 생긴 일 

2.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한 사람

3. 내 아이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4. 엄마가 해주는 밥은 보약 

5. 프러포즈 받던 날

6. 수영 못하는 친구 딸이 풀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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