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케건_에브리원 컬처
HRD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다양한 이론들을 접하고 교수법을 공부했다. 지금은 HRD를 넘어서 전략기획팀에서 성과관리와 함께 다양한 직책교육을 한다. 리더십 교육도 하고, 비폭력대화도 하고, 정체성교육도 하고 신학과 세계관 교육도 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정보들이 하나로 모여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바로 로버트케건의 책이다. 모든 사람들이 성장하는 조직문화라니. 너무 괜찮은 문장이면서도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의미, 재미, 성장' 중에서 하나만 있더라도 조직에 남아 있을려고 하는데, 이 3가지를 모두 만드는 방법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결국 어떤 사람이든 조직에서 성장하고 싶어하고 의미를 찾고 싶어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오늘은 짧게나마 케건의 이론들을 살펴보고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로버트 케건의 성인학습 이론은 기존의 행동주의나 인지주의적 학습 이론과는 다르다. 보통 성인학습에서 성인을 보는 존재론은 성인을 '정보 수용자'로 보기 때문에 정보를 얼마만큼 제공하는가가 중심이 된다. 대부분의 성인학습을 하는 HRD 관련 종사자들 역시, 성인은 이미 성장을 했고 학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주면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케건은 다르다. 성인에게 제공해야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의미'이다. 왜 이것을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먼저이고, 의미가 생기면 학습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케건은 '정보수용자'가 아닌 '의미 구성자(meaning-maker)'로 본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경험하는 세상에 대해 ‘의미’를 만들어내며, 그 의미구성의 방식 자체가 발달한다. 이는 현상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현상학에서는 사람들이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할 행동을 정하게 된다. 인간의 의식은 항상 무엇인가를 향해 있고, 절대로 멈출 수 없기 때문에 현상 속에서 던져진 인간은 자신이 그 현상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계속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처한 환경의 문화, 조직문화 안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의 학습이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신이 세계와 자신을 인식하는 틀 자체의 성찰과 변화를 수반하는 깊이 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처서 조직문화에 적응하거나, 조직문화를 바꾸거나 아니면 조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성인학습의 핵심은 인식론적 전환이다
따라서 케건에게 있어서 성인학습은 인식론적 전환(epistemological shift)의 과정을 내포하며, 이는 삶 전체에 걸친 정체성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정적인 존재가 아닌 '진화하는 자아'로 파악하며, 성인 학습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내적 정의가 바뀌는 과정, 곧 자기(self)의 구조적 성숙을 의미하게 된다. 이는 케건이 후속 저작에서 강조한 ‘성인으로의 진정한 성장(meaning-making maturity)’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또 그에 맞는 행동과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많은 성인들이 생물학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심리적 혹은 존재론적으로는 성숙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머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파악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학습'에서 다루어주어야 한다고 케건은 생각했다.
케건이 신기한 건 학습과 철학을 연결한 것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적 관점에서 인간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인간의 의식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성인학습의 핵심은 이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케건은 인간 발달을 총 다섯 단계의 ‘의식의 질서(Orders of Consciousness)’로 나누며, 각 단계는 자신과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의 복잡성과 깊이가 점차 증대됨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학에서는 거의 진리급에 속하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서 영향을 받았다. 피아제가 이야기한 구조적인 단계발달을 성인학습에 접목한 것이다. 이른바 구조발달주의(structural developmentalism)에 기반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서는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며, 감각적 충동에 반응하거나 외부 규범에 순응하는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케건의 성인학습 이론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3차, 4차, 5차 질서이다. 3차 질서는 ‘사회적 자아(Socialized Self)’로, 타인의 기대와 규범에 의해 자아가 형성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성인은 스스로의 판단보다 외부 권위나 집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며, ‘좋은 사람’, ‘유능한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한다. 4차 질서는 ‘자기 주도적 자아(Self-authoring Self)’로,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 체계를 구성하고 내면적 기준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단계이다. 여기서는 자아가 타인의 기대를 넘어 자신의 고유한 인식틀을 만들어간다.
자기 변혁적 자아(Self-transforming Self)로의 성장이 마지막 골이다
마지막 5차 질서는 ‘자기 변혁적 자아(Self-transforming Self)’로, 자신의 신념 체계마저 상대화하고, 보다 복잡하고 포용적인 시야에서 자기를 성찰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단계이다. 이는 매우 희귀한 단계로, 깊은 자기 성찰과 철학적 통합이 필요한 고차원적 자아 구조이다. 이러한 구분을 조직의 직책자 중심으로 구성해볼 수도 있다. 마지막 레벨이 바로 최고경영자의 관점에서 자기스스로 변혁해가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등 결정을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조직 전체를 바라볼 수도 있다. 조직의 성장에 따라서 조직이 스스로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가는 성장을 보이는지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하는 조직'이나 '두려움 없는 조직'과 같은 조직론이 등장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럼 이제 하나하나 단계별로 정리해보자.
Stage 0_Incorporative Mind (신생아 단계)
이 단계는 출생 직후의 유아가 갖는 심리적 구조를 의미한다. 아직 ‘자기(Self)’라는 개념조차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신체적 감각과 충동이 모든 존재의 중심이 된다.
즉, 아기에게는 자신과 외부 세계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다. 모든 경험은 즉각적이고 통합된 채로 인식되며, 감각적 자극이 곧 세계의 전부다. 이 단계에서는 어떠한 '의미 만들기'도 존재하지 않고, 경험 그 자체와 동일시된다고 볼 수 있다.
케건에 따르면 이 단계는 인간 발달의 가장 기초적인 기반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감각적 충동을 하나의 대상(object)로 보고 통제할 수 있게 되면, 1단계로 이동한다.
Stage 1_Impulsive / Meaning-Making Mind (충동적 사고, 의미구성의 시작)
이 단계는 대개 유아기 후반에서 아동기 초반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감각과 충동을 ‘주체’로서 인식하다가, 점차 그것들을 ‘객체’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즉,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욕구나 감정 등을 의식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중심적이며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인의 관점이나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자기 감정이나 욕구에 따라 의미를 구성하며, 세계는 자기와 직접 연결된 감정 중심으로 해석된다. 이 단계는 아직 논리적 사고보다는 직관과 감정의 흐름에 의존한다.
Stage 2_Instrumental Mind (도구적 자아)
이 단계는 일반적으로 아동기 후반에서 청소년기에 발달하며, 일부 성인들도 이 단계에 머물 수 있다. 여기서는 외부 세계와 자기 자신을 구분하고, 자기 이익, 욕구 충족, 교환 논리에 기반한 사고가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규칙, 역할, 보상-벌 등의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목표 달성에 활용하는 도구로 삼는다.
즉, 타인과의 관계는 ‘상호작용’이나 ‘거래’의 관점에서 이해되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규칙이나 약속을 지킨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타인의 관점이나 감정에 대한 진정한 공감보다는, 도구적 목적성이 우선시된다. 케건은 이 단계를 ‘나’와 ‘세계’가 명확히 분리되면서도 여전히 이기적 목적 중심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단계로 본다.
Stage 3_Socialized Mind (사회화된 자아)
이 단계는 대부분의 성인이 속해 있는 자아 구조이며, 타인의 기대, 사회의 가치, 문화적 규범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구성하는 단계이다. 여기서 개인은 ‘나’라는 존재를 타인과의 관계, 소속된 집단, 조직의 가치 등과 연결해서 이해한다. ‘좋은 사람’, ‘훌륭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자기 정체성을 타인의 시선과 피드백에 의존한다.
자기 안에서 ‘규칙’이나 ‘도덕적 기준’을 내면화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자신의 감정, 욕구, 가치보다는 관계의 유지와 타인의 수용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단계는 조직이나 사회 내에서 협조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만, 갈등 상황이나 가치 충돌에 직면했을 때 자율적 판단보다는 타협에 의존하게 되는 한계도 있다.
Stage 4_Self-Authoring Mind (자기 주도적 자아)
이 단계는 개인이 스스로의 가치와 신념 체계를 형성하고,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적 원칙에 따라 삶을 구성할 수 있는 성숙한 자아 단계이다.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타인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끌어낼 수 있으며, 자신만의 목표, 원칙, 철학을 세우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피드백이나 평가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기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자신의 틀로 외부 세계를 해석하고, 갈등이나 복잡한 상황에서도 내면의 기준에 따라 일관된 선택을 한다. 조직 내에서는 전략적 사고나 독립적 판단, 리더십 수행이 가능한 단계이며, 스스로 삶을 '저술(authoring)'해나간다고 하여 ‘자기 주도적 자아’라고 불린다.
Stage 5 – Self-Transforming Mind (자기 변혁적 자아)
이 단계는 소수의 성인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자아 구조로, 자신이 가진 가치와 신념 체계마저도 상대화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자신이 가진 세계관이나 정체성이 유일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며, 복수의 관점, 상충하는 가치들, 구조의 한계까지 통합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나'라는 자아마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자기 구조를 초월하거나 해체할 수 있다. 예컨대, 4단계에서는 하나의 명확한 신념체계를 가지고 일관된 방향을 추구했다면, 5단계에서는 그 체계 자체를 유연하게 조망하고 조정하는 메타-인지적 사고가 가능하다. 이런 사람은 변화, 모순, 불확실성을 수용하며, 복잡한 조직, 사회, 인간관계를 보다 통합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케건의 이론에서 학습은 단지 정보의 흡수가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동일시의 구조적 전환이다. 케건은 이를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의 관계로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의 인식의 틀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그 틀 자체는 의식되지 않은 채 ‘자기(self)’와 동일시된다. 그러나 성장이 일어나면,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 여겼던 인식의 틀을 ‘바라볼 수 있는 대상(object)’로 전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점점 더 복잡하고 성찰적인 구조로 진화한다는 것이 케건의 기본적인 이해이다. 이는 '메타인지'의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른바 '타자로서 자기자신'을 볼 수 있는 '자기객관화'단계를 케건은 보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가까워질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객관화이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자신의 이야기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에 지배당하는 사람은 감정을 ‘주체’로 삼고 있지만, 감정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객체’로 다룬다. 화를 주체할 수 없는 리더는 이런 관점에서 리더의 자격이 없다.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비주체성을 가진 리더는, 사실 리더가 아니라 보스일 가능성이 높다. 보스는 따르는 사람이 없이 명령하고 통제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 케건의 '자아' 성장단계는 조직 안에서 팔로워십과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 신념, 가치, 관계, 심지어 자아 구조 자체까지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때, 진정한 학습과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케건에게 있어서 성인학습이란 ‘자신이 누구인가’를 근본적으로 되묻고, 그 물음을 감당할 수 있는 내적 성숙을 확보해나가는 여정이다.
다음은 현상학을 만든 후설이 이야기하는 주관의 4가지 종류이다. 리더는 어떻게 보면 아래 4가지의 주관을 더 고도화시켜서 객관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1) 외재적 주관 : 뇌과학적 연구
외재적 주관은 자아 외의 존재하는 지향성이 닿아서 인식된 자연, 사물, 공기, 건물, 우주와 같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의 주관에 의해서 그것들을 계속해서 인식된다.
2) 내재적 주관 : 현상학적 관점
내재적 주관은 외재적 주관이 인식될 때 내 안에서 느껴지는, 이해되는 것들이다. 몸이 아프다거나, 마음이 좋다던가, 머리가 아프던가, 시원하다라는 등의 여러가지 인식들이 내재적 주관을 만든다.
3) 수리적 주관 : 의식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수리적 주관은 수학적 주관과 같다. 외재적 주관과 내재적 주관도 마찬가지로 몇개가 있는지, 어떤 배열로 구조화되어 있는지, 어느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려면 수리적 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 타자적 주관 : 의식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타자적 주관은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외재적 주관과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을 사물로 인식하지 않고 타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다른 것들을 인식하는 것처럼 타자도 나처럼 다른 것들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의식적인 능력이 있으나 그것도 역시 내 안에서는 '그와 그녀에 대한 주관'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체화가 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고민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변화면혁'이라고 소개된 책에서 케건은 기존의 조직문화 이론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케건은 이 책에서 ‘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 (DDO)’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지금까지 살펴본 '자아self'의 성장이 일어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직론, 조직문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케건은 “사람의 성장을 조직의 운영 원리로 삼는 조직”이 가장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를 오래전부터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수 있어요? 없어요?) 이런 책들을 읽으면 몇 십권을 읽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사이트를 준다.
Developmental Organization (DDO)란 무엇인가?
DDO란 ‘의도적으로 발달지향적인 조직(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조직이 단지 업무 성과를 추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내면적 성장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중심에 둔다. 케건은 대부분의 조직이 사람의 ‘약점’이나 ‘불완전함’을 감추려는 문화에 머물러 있으며, 이것이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보았다. 반면 DDO는 개인이 자신의 심리적 면역체계와 마주하고, 약점과 한계를 업무와 연결된 성장 과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직 전체가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케건은 변화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를 '심리적 면역체계(psychological immune system)'에서 찾는다. 케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구성원이 자신의 인식 틀을 스스로 인식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 방식과 문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는 곧 성인 발달지원(adult development support)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에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변화가 자아 정체성을 위협하거나 기존의 의미 틀을 흔들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는 개인의 성장 수준과 상충하는 은밀한 방어 논리(hidden competing commitments)가 존재하며, 이들이 변화의 걸림돌이 된다.
DDO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Edge(성장 경계)’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넘어서야 할 성장 과제를 인식하고, 그것이 조직의 목표와 연결되도록 만드는 요소이다. 둘째, ‘Groove(실천 문화)’는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피드백, 성찰, 실수 공유, 동료 코칭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실천적 문화를 의미한다. 셋째, ‘Home(지지 환경)’은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며, 실패나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비난보다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관계적 기반을 뜻한다. 이 세 가지는 케건이 개인 발달 이론에서 말한 ‘Holding Environment(지지와 도전이 공존하는 공간)’를 조직 차원에서 실현한 것이다. 요즘에 나온 책으로 보면 '두려움 없는 조직'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것이 지속적인 혁신과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DDO는 개인의 성장을 조직의 중심 원리로 삼음으로써, 구성원이 스스로의 의미 체계를 전환하고 자아 구조를 성숙시키는 변혁적 학습(Transformational Learning)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한 스킬 향상을 넘어, 자기를 성찰하고 재구성하는 성장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DDO의 핵심이다. 따라서 DDO는 케건의 인식 발달 이론(Orders of Consciousness)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이 구성원 각자의 ‘의식 수준’을 지원하고, 성숙한 자아가 조직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것은 곧 조직을 단지 일하는 공간이 아닌, 존재론적 성숙의 장으로 확장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조직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조직을 사랑하게 된다. 이 때 나오는 결과물들은 이전에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함께라서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학습의 조건: 'Holding Environment'의 중요성
케건은 성인이 자신을 넘어서는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기존의 자아 구조를 ‘흔들림 없이 지지받으면서 동시에 도전받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Holding Environment'라고 명명했다. 이는 원래 정신분석학에서 유래한 개념이지만, 케건은 이를 확장하여 조직, 교육, 코칭, 공동체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적용하였다.
이 환경은 단순한 심리적 안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전(challenge)은 기존의 자기 틀을 흔드는 학습 자극을 의미하고, 지지(support)는 그 혼란과 불안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관계적 기반이다.
예를 들어, 조직 내 리더십 코칭은 이 두 요소가 균형 있게 제공될 때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성인이 자기 자신을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케건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성인이 4차 또는 5차 질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그러한 환경은 교육자나 조직 리더의 역할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케건의 이론은 인간의 성장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그가 지나치게 발달 중심적이며 ‘성숙한 자아’를 정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모든 성인이 4차 또는 5차 질서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또한 사회적 구조나 문화적 맥락이 인간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비판도 존재한다. 구조주의자에 대한 비판은 '직관'이나 '자유주의'관점에서 보면 너무 편협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조직에서 이러한 특성이 나올려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어야 하는데, 모든 조직에서 이러한 단계별 변화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편화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건의 성인학습 이론은 단순한 지식 교육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학습의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현대 성인교육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는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아는가', '어떤 틀로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결국 그의 이론은 성인학습을 인식론적 전환을 넘어서 존재론적 전환(ontological transformation)으로 이해하게 하며, 이는 진정한 교육과 변화의 핵심에 다가가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HRD 담당자라면 꼭 눈여겨보아야할 부분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잘 소개가 안되고, 책도 잘 안팔리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케건의 이론과 논의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케건의 이론을 제대로 보여주는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에 대한 영상을 살펴보면서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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