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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Jul 11. 2021

출세해서 뭐하게요?

직원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

"이 팀장은 출세하겠어! 나도 저렇게 윗사람 말을 잘 받아줘야 되는데 성격상 그게 안돼서 출세하긴 틀렸어~."


출장을 다녀오신 상사 두 분이 돌아오면서 나누신 말씀에 영혼 없이 한 마디 맞장구쳤을 뿐인데 그분이 듣기엔 아부로 들렸을까? 조용하던 사무실에 약간의 웃음이 흘렀다. 상사 두 분은 좀 당황하신 것 같았는데 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여기서 출세해서 뭐하게요?"


진심이었다. 공무원 조직에서 출세해 봤자 별 게 없다. 나는 그저 상사에 대한 예의를 지켰을 뿐인데 그것이 출세욕으로 보였을까? 어쨌든 나의 맞받아침에 직원들은 모두 깔깔 웃었다. 현실적으로 그들도 아는 거다. 이곳에서 잘 나가봤자 5급까지의 승진인데 그 자리가 딱히 선망의 대상은 아니였으니. 일하는 건 다 비슷비슷한 데다 요즘은 아득바득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니까. ^^


출세: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됨


사실 저 말씀을 하신 분은 같은 팀장이어도 보다 더 직급이 높은 분이셨다. 어찌 보면 더 ‘출세’ 하신 분! 그래서 그런 욕망을 더 신경 쓰셨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그분이 믿으실지 모르겠으나 나는 복직 이후로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야망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언제 그만둘 수 있는지만 생각하는 소극적인 직원이었지.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그만두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여태껏 다니게 된 것뿐인데 계속 다니다 보니 나름 대처능력이 생기게 됐다는 게 그나마 희소식이다.


두 분의 상사와 나눈 대화도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힘든 출장에 함께 가주신 분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니 다른 분이 그저 사소한 도움이었다고 훈훈하게 화답을 하셨다. 그때 내가 그건 사소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거들었는데 조용한 사무실에서 이런 말 자체가 불필요하게 들렸을 수는 있다. 어쨌든 정말 출세욕이 있어서 잘 보이려고 한 말이라면 팀장님의 말씀에 제 얼굴은 무척 화끈거렸을테지만 그런 것이 전혀 아니기에 자신 있게 출세해서 뭐하냐는 말로 받아칠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 너무 대견했던 날.

‘와, 나 직장 생활 만렙 된 거야?’ 늘 다른 사람에게 어찌 보일지 생각하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받아 칠 줄도 알고 출세욕에도 자유롭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소심했던 내가 직장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진 데는 몇 가지 비법이 있다. 첫 번째는 일과 나의 생활을 분리하는 것! 일이 어그러졌을 때 나를 자책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눈에 띄는 성과가 생길 때도 그것은 일일 뿐이라고 나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의 성과를 내 성과로 가져오지 않으면서, 역설적으로 나는 내 생활을 찾을 수 있었다. 나만의 만족을 따라 하는 일에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면서 일은 일일 뿐, ‘직장에서 자아 찾지 말자’가 중요한 신조가 되었고.  만족의 분야를 직장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보길 추천드린다. 분명 직장 생활이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제 작은 만족을 따라가는 일은 여기)


두 번째,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일과 나의 생활을 분리한다는 것은 일을 대충 하고 내 생활만 신경 쓰자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맡은 일에는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내 할 바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업무만은 가장 전문가가 되자는 마음으로 몰입해서 습득했고 그 결과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자신감을 띄게 됐다.  지금 맡은 업무가 전문성을 띤 업무든 아니든 소홀히 여기지 말고 이 분야에 내가 가장 전문가라는 마인드로 임한다면 누가 어떤 말로 비아냥대도 개의치 않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 번째는 직장 상사와 동료는 내 소중한 가족이 아닌 그저 직장에서 만난 사이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아무리 나를 들들 볶아도 그들을 밖에서 일 빼고 만나면 그저 동네 아줌마, 아저씨일 수 있다는 말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기기도 해서 직장에서의 일이 별거 아닌 일로 여겨졌다. 그냥 우리 모두 애쓰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직장 생활이 그 누구보다 스트레스였던 내가 이런 글을 쓰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다. 앞으로도 일기장에 쓰고 싶은 직장생활 팁들이 생기면 적어보려 한다. 이 땅의 모든 직장인 여러분, 우리 오래오래 잘 버텨봐요. ^^




-출세욕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

https://brunch.co.kr/@mintblue91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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